동물자유연대 : 돌고래 삼팔이, 훈련장 탈출해 먼저 바다로

전시·야생동물

돌고래 삼팔이, 훈련장 탈출해 먼저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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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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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가지고 놀이 행동을 하는 삼팔이(사진:이화여대 행동연구팀)
어제 (6월 22일) 오전 11시경, 방류 예정이었던 남방큰돌고래 세 마리 중 하나인 삼팔이가 가두리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제주도에서 알려왔습니다.
이날 오전 8시경 사육사가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급여할 당시에도 가두리 훈련장 안에 있었으나 11시경 삼팔이가 가두리 밖에서 해초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가두리에서 이탈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급히 원인 파악에 나선 관계자들은 가두리 그물망 하부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삼팔이가 그 구멍을 통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 동안 잠수부가 주기적으로 그물망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 태풍 때문에 잠수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삼팔이 탈출 직후 가두리 그물망은 곧바로 수리됐고, 삼팔이는 가두리 근처에 서너 시간 동안 머물면서 유영했습니다. 유도그물망을 설치하고 재포획을 시도했지만 삼팔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왕래하는 어선을 쫓아 행동반경을 넓히다가 선수 파도타기 같은 행동을 하면서 포구 밖으로 헤엄쳐 갔다고 합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동물자유연대는 현장으로 내려가 대처 방안을 모색했고, 23일 현재 시민위원회와 함께 삼팔이가 안전히 연안에서 헤엄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고래 무리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구좌 해역을 중심으로 선박을 이용한 목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부터 일주일 동안 제주를 방문해 돌고래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응 훈련에 관한 자문을 주고 있는 돌고래 방류 전문가 ‘릭 오바리(Ric O’barry)’는 돌고래의 특성상 그물에 난 구멍으로 빠져나간 것이 매우 흔치 않은 일이지만, 관찰한 바로 보았을 때 돌고래들은 야생 방류에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릭 오바리는, 돌고래가 잡혀오기 전 살았던 서식지로 나갔다는 점, 이미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할 능력을 회복했다는 점, 혈액 검사 결과 건강했다는 점을 보았을 때 훈련장에서 몇 주 일찍 나간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방류 전 ‘동결낙인(freeze-branding: 등지느러미에 인식 문양을 새기는 것)’이나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하지 않아 개체 확인이 어려운 만큼 지역 어민들이 어망에 걸렸을 경우 긴급히 구조하도록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해왔습니다.
방류를 몇 주 앞두고 바다로 헤엄쳐 간 것이 삼팔이의 안전에 치명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계획대로 방류 전 동결낙인이나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서 방류 후 야생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의 확인이 어렵게 된 것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유감을 표명합니다. 또한,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의 수석과학자인 나오미 로즈가 시민위원회에 제출한 자문서에 의하면, 방류 후 의료조치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부르면 다시 오는 훈련(recall training)’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야생 무리와 만나서 먹이 생활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 확인되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지만, 혼자서 생활하더라도 큰 체중 감소나 부상 없이 먹이를 습득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관찰되면 적응에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전시되던 돌고래가 방류되었을 경우 거의 모든 개체가 어선에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하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적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어민들이 외면하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보이면 고쳐지는 행동입니다.
훈련 과정 동안 돌고래들을 관찰해 온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에 의하면, 삼팔이는 세 마리 중 가장 호기심이 많은 개체라고 합니다. 항상 새로운 대상에 먼저 접근하고 놀이행동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고 합니다.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의 궤적을 제일 먼저 파악해 먹이가 떨어지는 위치로 재빨리 달려가는 민첩성을 보이기도 했으며, 먹이를 먹은 후에는 남겨진 작은 치어나 해초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다른 돌고래들보다 몇 주 먼저 자유를 찾은 삼팔이를 응원하면서도, 노심초사 걱정이 되는 마음은 누를 길이 없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시민위원회와 협조해 나머지 두 마리의 안전한 방류를 위한 준비작업과 동시에 삼팔이가 연안에서 무사히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협조를 부탁하는 활동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