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야생동물] 밍크의 눈물 ① 허영심과 맞바꾼 생명, “따뜻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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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밍크의 눈물 ① 허영심과 맞바꾼 생명, “따뜻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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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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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코트의 진실

부쩍 추워진 날씨, 각종 아울렛과 쇼핑몰에서는 ‘OO모피, 저렴하고 질 좋은 모피가 쇼룸에 한가득’, ‘모피코트로 겨울 준비하기’와 같은 문구를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모피 코트, 목도리 등 모피 제품에 사용되는 ‘밍크’의 털은 색깔이 우아하고 촉감이 좋아 고급 외투의 소재로 인기가 좋은 재료입니다.


겨울철 쉽게 볼 수 있는 모피 코트 (사진출처:셔터스톡)

그러나 밍크코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아함, 고급스러움과는 전혀 상반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족제비과 동물인 밍크의 털가죽 모피는 최고급으로 여겨지며 고대부터 포획이 이루어진 결과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으나,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인공사육에 성공하며 모피용으로 대량 사육되어 왔습니다. 사육 밍크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정도에 도살해 모피를 채취하는데, 좁은 우리에 최대한 많이 우겨 넣은 상태로 방치되어 사육되는 밍크는 ‘좋은 품질의 상품’이란 미명 하에 세상에 태어나 생을 마감하기까지 학대에 시달리다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 당합니다. 밍크는 가죽을 연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기도 하며, 땅에 패대기 쳐지거나 허공에 매달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게 됩니다. 우리의 죄책감 없는 소비 이면에는 모피 제품 생산을 위해 잔인하고 끔찍하게 희생되어간 수많은 동물이 있습니다.

밍크 도살 과정 (영상출처:PETA)


코로나19와 밍크

2020년, 전 세계를 짓누르는 가장 거대한 공포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를 섭취하고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됐는데요. 아주 오래 전부터 동물과 자연은 지속적으로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계속해서 동물과 거리를 지키지 않고 공장식 사육 시스템과 잔인한 도축 방식으로 동물을 무분별하게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대규모 공장식 밀집 사육 시스템은 조류독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을 비롯해 각종 전염병의 온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공장식 밍크 사육장 (사진출처:fur free alliance)

대규모 밍크 농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 밍크를 밀집 사육 중인 농장 2개소에서 밍크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확인된 후, 5월 19일 네덜란드, 24일 스페인 등의 모피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으며 전 세계 모피 농장 수백만 밍크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최대 모피 생산국 덴마크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개체가 있는 농장으로부터 8㎞ 범위 내에 있는 100만 여 마리 밍크를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발표함과 동시에, '지난 여름부터 밍크 농장에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대규모 코로나 확산으로 이어지는 밍크 무리 사이의 지속적 감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라고 말하며 다시금 공장식 사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재확인 시켜주었습니다. 미국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밍크 농장과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덴마크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는데요. 대규모 밍크 농장을 거점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네덜란드에서는 지금까지 밍크 160만 마리 이상의 살처분 명령이 이행됐고, 스페인에서는 사육 밍크의 87%인 10만 마리 밍크의 살처분이 연이어 진행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피 농장에서 발생한 사람과 밍크 간 감염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의 첫 번째 알려진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덴마크 밍크 살처분 현장 (사진출처:AP News)

그러나 인간에 의해 전 생애를 잔인하게 이용될 뿐만 아니라, 살처분으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밍크의 죽음 앞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은 조금씩 불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부의 수백만 밍크 살처분 명령에 동물보호단체에서 살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일시적으로 무분별한 살처분이 중지되기도 했으며, 이후 네덜란드는 밍크 농장 폐쇄에 대한 당초 계획을 기존 2024년까지에서 내년 봄부터 조기 폐쇄 착수에 돌입하겠다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동물단체의 밍크 밀집 사육 농장 잠입 영상을 폭로를 계기로 점진적 농장 폐쇄를 결정했는데요. 프랑스 생태부 장관은 9월 29일, 프랑스 내 모피 농장 폐쇄를 발표하며 늦어도 2025년까지 모든 농장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밍크 농장 잠입 영상 (영상출처:애니멀피플)


모피 문화 후진국, 한국

코로나 사태로 인한 밍크의 대량 살처분 이전부터 모피 산업이 갖는 잔인성으로 인해 모피 농장을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 14개국에서는 모피 생산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오고 있는데요. 영국의 모피농장 완전 금지, 폐쇄를 선두로 오스트리아, 체코, 크로아티아에서는 모피를 위해 동물을 사육할 수 없습니다. 독일의 경우, 모피 농장 운영 자체를 막고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동물복지 규정을 만든 결과 현재 밍크 농장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모피 생산뿐 아니라 수입, 판매까지 금지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 웨스트 할리우드, 2017년 버클리 시가 모피 판매를 금지한데 이어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모피 생산과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인도 역시 2017년 1월 밍크, 여우, 친칠라의 모피 수입을 금지했고, 뉴질랜드와 이스라엘도 비슷한 시기에 모피 수입, 사육,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특히 모피 최대 생산국으로 꼽히는 폴란드는 지난 9월 모피 생산 농장의 운영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동물의 가죽을 얻기 위한 농장 운영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유례없이 강력한 동물보호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 브라질,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마케도니아 등 세계 각국에서 모피 반대에 관한 입법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동물단체 모피 반대 시위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러나 모피 사육 금지를 위한 여러 나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간 모피로 거래되는 동물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제모피연합(International Fur Federation, IFF)에 따르면 모피 거래를 위해 희생되는 밍크의 경우 1990년대 4,500만 마리에서 2015년 8,400만 마리로 두 배 가량이 늘었고, 이후로도 모피에 대한 소비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오랜 기간 모피 농장의 잔인한 사육 방식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부재했고,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모피 농장 금지 움직임이 확산되며 생산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 갔기 때문인데요. 중국 모피 농장에서는 동물학대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동물보호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인도적인 중국 모피 생산이 문제가 되자 일부 의류 브랜드에서 중국산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모피는 대규모 국제 경매에서 원자재로써 거래되기 때문에 원산지 추적은 물론 어떤 동물의 털과 가죽인지조차 확인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모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로, 모피 유통을 금지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모피 소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모피협회 등 모피 산업을 대표하는 기구에서도 한국을 새로운 모피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모피 수입량은 2001년 148억 달러에서 2011년 423억 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후 수요가 줄어 2016년 254억 달러까지 떨어졌지만, 2017년부터 다시 279억 달러로 오르며 증가세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과거 ‘사모님 외투’라는 별명이 붙었던 모피 코트의 구입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도 한국의 모피 소비를 극대화 시키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디자인의 변화와 다소 저렴해진 가격 때문인데요. 국내 대표 백화점이 작년 공개한 모피 매출 분석에서도 젊은 층의 모피 소비가 두드러지며, 특히 30~40대의 모피 소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러분, 올 겨울에도 모피 제품을 사용하실 건가요? 동물자유연대는 모피 소비가 늘어나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밍크를 포함한 동물들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시민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다음 게시물을 통해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동물들을 위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 패션을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