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련원에서 야생동물을 키울 수 있나요?”
- 다윗동산의 반달곰 사육 현장 보고
동물자유연대는 5월 6일 다윗동산을 방문했습니다. 다윗동산은 일반 회사나 교회 등의 교육을 위한 수련원 등으로 이용되는 곳인데 반달가슴곰이 사육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한 바 있었습니다. 수련원은 30년 이상을 가꾸어 왔다는 원장님의 말처럼 매우 잘 정돈되어 있는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곰 우리 두 개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사육곰은 현재 환경부 관리 대상 동물이지만 동물원의 경우 각 지자체의 허가 관리 대상입니다. 그러나 동물원의 동물들을 관람 전시용으로 수입할 때 그 반입허가에 관한 사항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때 일정한 사육기준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육기준 역시 동물복지적 기준에서 만들어 진 것은 아니고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동물원 동물들이 자체적으로 번식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자체의 동물담당 전문 공무원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전시관람용 동물들은 사실상 법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곰 우리안의 곰들은 한 마리씩 격리되어 있었고 30여분 간 관찰 한 결과 이 중 한 마리는 한 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전형적인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태어난 새끼 두 마리의 우리는 더욱 열악했습니다. 물그릇이 더러웠고 우리도 너무 낡아 보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보의 내용에 있던 다친 곰이었습니다.
보름 전 쯤 다쳤다는 곰이 보이지 않아 그 곰의 행방을 물으니 다친 곰은 우리 안에 들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치료의 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야생곰의 경우 마땅히 돌봐줄 수의사도 없어 조언을 구할 일이 있으면 사육에 경험이 있는 (업자를 의미하는 듯) 사람들에게 물어본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조언(?)에 따르면 곰들은 자연치유능력이 뛰어나 뼈가 드러나거나 부러진 상황이 아니면 (원장님 말에 의하면 이때는 절단한다고 합니다.) 그냥 자연적으로 치유될 때까지 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동물병원측과 상의한 결과 자세한 상황은 수의사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겠지만 만일 자연적으로 치유가 안 되고 상황이 악화되었을 경우 한번도 외부진찰을 나간 적은 없으나 내부회의를 거쳐 치료나 조언에 도움을 주시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수련원측도 상황이 악화될 시 연락주시기로 약속했습니다. 다행히 동물원측의 설명으로도 야생동물 중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자연치유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곰들의 구충, 접종, 항생제처방 등은 모두 간호사 출신의 원장님 부인의 역할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정정도 수의사 처방 없는 자가치료가 가능합니다. )
수련원 원장님은 어릴 적부터 동물을 많이 키웠던 분이고 자연에 있는 동물을 인간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야생동물을 키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로서 야생동물의 관림전시는 동물복지적 차원에서 어긋난다고 말했으나 야생동물의 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계로 전혀 설득의 여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친 곰이 자연치유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것과 어린곰들의 우리 내 복지개선 그리고 더 이상의 개체수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5월 6일의 협상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의 전시 관람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전무, 야생동물의 사육에 관한 관점의 왜곡 등을 개선시키는 일입니다.
야생동물은 인간이 사육한 역사가 짧은 만큼 사육의 기준을 잡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복지적 관점에서 사육이 불가능한 동물입니다.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명백히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이나 이런 관점이 상식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향후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 개인의 야생동물사육을 엄격히 규제하고 전시관람용으로 쓰이고 있는 동물에 대한 복지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시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10년 5월 7일
동물자유연대 | 사)한국동물복지협회
전략기획국
[사진] 다윗동산의 사육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