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사람, 끊이지 않는 전쟁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3월초 미국 플로리다 주의 놀이공원 씨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쇼를 보여주는 범고래 틸리쿰이 조련사를 물어 죽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도 기사에 따르면 수조에서 갑자기 튀어올라온 범고래는 옆에 있는 조련사 돈 브랜쇼의 옆구리를 물어 물속으로 내동댕이쳤고, 조련사는 결국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씨월드 측은 전례없는 사고였다고 발표했지만, 1983년 포획되어 고래쇼 동물로 길들여진 이 범고래가 사람을 ‘죽인’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이 곳에서 범고래 사육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고래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2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특히 고래와 같이 지능이 높은 포유동물의 경우 좁은 수조안이라는 제한된 환경, 그들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제로 주입 당할 때 한층 더 심각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씨월드의 범고래는 몸무게 6톤, 길이 8m에 달하는 초대형 고래였습니다. 야생의 바다에서 범고래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하루에 멀리 갈 때는 160킬로미터를 헤엄쳐서 이동합니다. 놀이 공원의 수조는 아무리 해도 이의 1만 분의 1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입니다.
16년을 함께 한 조련사를 죽인 범고래의 이름은 틸리쿰, 차누크어로 ‘친구’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단지 수조에서 물 한번만 뿜어주는 퍼포먼스로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았던 틸리쿰이었지만, 그 삶은 평화롭고 행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범고래는 바다 속 먹이사슬의 최고 포식자의 위치를 차지하는 동물이지만 자연 상태에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놀이공원에 감금된 해상동물이 벽에 부딪쳐 자해를 하거나 동족이나 사람을 향하여 비정상적인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종종 관찰되고 있습니다. 감금 상태의 야생 해양 동물들은 5.6-7.0%의 폐사율을 보이는데 이는 야생의 상태보다 2배 이상에 이르는 큰 수치라고 합니다. 2살 때 현재 30살에 이르기까지 좁은 수조의 화학처리된 물에서 거의 평생을 보낸 틸리쿰은 각종 세균성 질환과 뭉개진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신기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야생의 경이를 체험하기 위해 씨월드와 같은 놀이공원, 또는 동물원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야생에서 포획되어 감금 상태에 있는 동물은 ‘살아있는 동물’의 참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대륙에는 바다로부터 포획되어와 놀이공원이나 수족관의 좁은 인공 수조에 갇혀 고통받는 고래들이, 한편 야생의 바다에서는 상업적 포경으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고래들이 있습니다. 최근 남극의 바다에서는 대표적인 포경국 일본의 고래잡이로 주요 포경국가를 향한 시셰퍼드, 그린피스, 야생동물보호기금 등 국제적 환경단체들의 치열한 캠페인전이 매년 꾸준히 뉴스화되고 있는 현실.
그러나 자연의 상태에서 인간과 고래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