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게 있어 가장 잔혹한 것은 자연 재앙이 가해지거나 생태 현상에 따른 죽음과 고통이 아닌,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 가장 잔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는 자연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각기 고유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동물들은 인간에 의해 이용되는 순간부터 고유의 본능은 철저히 차단되고 인간의 편익 위주로 길들여지도록 강요받는다.
야생동물의 이용은 인간이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상업적 목적의 이용이 주를 차지하는데, 식용과 하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의 기본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오락·관광용으로써의 이용에까지 이른다.
야생동물의 가축화
육식습관에 길들여진 인간은 보다 더 많은 육류를 섭취하기 위해 순화가 용이한 동물들을 가축화시켜서 개량의 과정을 거치며 이용하여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소, 돼지, 닭을 들 수 있다.
가축화한 동물은 인위적인 도태(淘汰) 압력이 극단적으로 고조된 결과로 변이(變異)의 폭이 증가되고, 생리적인 특성이 변질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렇듯 수천 년 전에 가축화가 되어 개량과 개량을 거쳐 가축으로 정착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본능이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아, 돼지의 경우 코로 땅을 파는 버릇 등이 있어 돼지들은 콘크리트 등에서의 생활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주게 된다. 또한 비좁은 공간과 무료한 일상은 돼지들로 하여금 서로 상해를 입히게 되어 태어난 지 10일 이내에 꼬리를 잘리는 등 신체적 손상을 당하게 된다.
가축화의 역사가 길지 않거나 본능적으로 가축화 자체가 매우 가혹한 형벌인 동물들도 많다. 모피에 사용되는 밍크 등 수중동물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본능적인 몸짓을 반복하며 심한 정신병적 징후를 나타낸다. 시속 90Km로 드넓은 평원을 달려야 할 타조는 시원한 달리기 한번 할 수 없는 사육공간에서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본능이 억제 당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반달가슴곰의 경우 겨울이면 굴이나 큰 나무 구새통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사육되는 곰에게 이러한 본능은 주어지지 않아 곰의 신체리듬은 혼란 그 자체이다. 그밖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야생동물종이 가축화의 과정에서 정신병적 징후와 신체적 가혹행위를 겪게 되는데,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야생동물들은 이런 기본적인 본능 억제는 물론이려니와 다루는 그 과정도 매우 가혹할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이란 인간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기 힘든 동물이다. 그러한 동물들을 인간의 편익 위주로 제어하려 하니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육과 이동과 활용의 과정에서 동물들에게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하게 되고 이러한 수단들은 동물들로써는 최악의 고통인 것이다.
동물을 인간이 이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부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아쉽게도 우리사회에서는 동물들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문제는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논란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한 종의 멸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기준을 두어야 한다.
2001년 한국 정부는 타조, 뉴트리아 등을 포함하여 오소리를 축산법상 가축으로 인정하였다. 정부의 입장은 오소리를 가축화함으로써 밀렵을 예방하고 오소리의 담즙성분이 곰의 웅당 성분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여 보호동물인 곰의 웅담 대체효과를 기대한다 하였었다.
그러나 2001년 이전과 이후 오소리의 밀렵 문제는 전체 밀렵의 문제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야생동물밀렵 문제는 그 자체로만 여전히 사회문제로 남아있다. 또한 공급이 부족한 웅담(과연 절대적으로 필요한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성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오소리의 가축화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지고 있으며, 정부의 목적처럼 경제적 성과도 그리 높이지 못한 채 야생동물 종에게 지속적인 고통만 가중시키는 인공 사육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 되었다.
야생동물 식용화의 이면에 있는 보신의식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목초지 부족으로 인하여 목축업이 발달하지 못하였다. 때문에 늘 부족했던 육류 공급은 왜곡된 식문화의 그늘을 형성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비롯하여 야생동물을 포획하여 취식하는 행태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더불어 고영양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신 행각은 더욱 왜곡된 형태로 확산되어 급기야는 국가 위상에 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신주의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매우 미흡해서 스스로 망신살을 자초하고 있다.
금년 11월 29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본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개정안은 시민단체가 꾸준히 요구하여 온 고양이 식용 ․ 약용금지 법안을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국민 건강을 고려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부하여 제출하였으나 농림부와 국회 입법조사관 및 국회의원들은 전문가 의견은 전혀 확보하지 않은 채 법안을 거부하였다.
환경부의 경우, 웅담이 중국에서 대량 밀수입되는 현실로 보아 곰 사육을 현실화시켜서 외화유출을 방지하는 것도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는 양 부처 모두가 국민들의 왜곡된 보신의식에 대해 암묵적인 동조를 함으로써,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밀렵으로 희생당하는 현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곰 사육 정책의 허구
정부의 곰 사육 정책은 의학적인 명분에서나 야생동물보호측면에서도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채 악순환만 되풀이하며 세계적으로 중국 외 유래 없는 곰 사육정책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북해도에 있는 관광 곰 농원도 현재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어서 멀지 않은 때에 폐쇄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모피소비 국가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던 국내 모피사육 산업은 모피파동과 더불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한 채 토끼농장 몇 군데를 제외한 모든 농장이 폐쇄되었다. 그와 더불어 값싼 모피의 공급처인 중국에서 대량 유입되고 있다.
곰 사육은 어떠할 것인가? 값싼 야생동물을 먹기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보신관광 및 밀수입되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그런 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의 곰에 대한 정서는 매우 각별하여서 곰 사육의 산업화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져서 경제성도 크게 전망할 수 없다.
결국 곰을 식용으로 인정해주어도 값싼 중국 및 동남아 제품으로 인해 시장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국내 곰은 식용으로 인정하면서 외국에서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것은 시장경제논리의 형편성에도 맞지 않게 되므로, 결국 국내 곰 사육 산업은 정상적 발전을 기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일부 몰지각한 보신주의자들의 체액 공급처로써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한 정신에서 비롯된 건강생활은 사회를 건강하게 하지만, 탐욕적 욕구에 의한 보신주의는 정도를 가기가 힘들다. 국민들의 왜곡된 보신의식은 정책 선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이므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곰 사육 정책 폐지에 적극 임하여 적절한 농가 보상 후 이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이 원고는 녹색연합 주최 \'한국의 곰사육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에 참여했던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