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날인 어제, 온몸에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뒤집어써 털이 엉망이 되어 버린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제보해 주신 분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골목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캣맘으로, 어느날 밥 주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기름을 뒤집어쓴 채 나타나 놀라서 저희 쪽에 연락주셨습니다. 고양이는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후미진 곳에서 태어나 엄마 고양이와 다른 형제 여럿과 함께 그 근처를 챙겨주는 밥을 먹고 돌아다니며 발랄하게 뛰놀던 아이였습니다.
오른쪽이 털이 뭉친 녀석. 왼쪽은 형제 고양이. 밥 먹으러 와서 탐색하는 모습
포획틀을 설치하면 보통은 이상한 구조물에 대한 경계심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야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만 배가 고픈 녀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포획틀 안으로 들어가서 맛있는 캔을 먹으려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녀석이 포획되는 것이 보면 정작 구조해야 할 녀석의 포획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활동가는 다른 녀석이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포획 직후 당황한 모습
포획 직후 확인한 털상태
형제 고양이들을 다른 먹거리로 유인해 포획에 성공하였습니다. 포획 직후 털상태를 보니 기름 범벅이라기 보다는 쥐덫용 끈끈이가 몸에 붙은 것처럼 보입니다. 기름이나 끈끈이나 털을 제거하고 피부 치료를 해야 되는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당황한 고양이가 포획틀 안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들어와 준 녀석이 고마웠습니다.
포획 즉시 병원으로 이송한 고양이는 현재 온몸의 털을 깎고 피부 치료 중입니다. 제보해 주신 분께서 아이의 치료비는 물론 입양까지 결정하셨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무섭겠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입니다.
* 포획틀을 이용해서 구조할 때 필요한 점
포획틀은 먹이를 먹으러 동물이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문이 닫혀 포획을 하는 장치입니다. 동물을 가장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특정 동물을 지목해서 잡는 데는 불리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포획틀을 이용한 구조 시도엔 몇 가지 필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1.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밥을 주는 습관을 들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밥먹는 시간에 익숙해 지도록 하여야 포획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포획틀 시도 전 하루는 급식을 제한합니다. 허기가 지지 않은 상태라면 경계심 많은 고양이는 포획틀 안에 들어올 확률이 낮아집니다.
3. 밥 주는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낯선 사람 여럿이 낯선 장치를 해 놓는 상황에서는 경계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이럴 때 자주 보던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경계심을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개를 포획할 때는 이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초록이 2013-10-02 14:01 | 삭제
꾸준한 보살핌, 위기상황에서 동물보호단체에 도움 요청, 구조 및 치료에 적극 참여한 후 입양해서 평생 책임, 구조 대상의 고분고분하고 빠른 협조까지!!!
완전 구조의 정석입니다. ㅎㅎ
아기 고양이 구조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수정 2013-10-02 16:08 | 삭제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너무나 기쁘네요 저 녀석 사랑 받을꺼에요 ^^
이경숙 2013-10-04 12:27 | 삭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최지혜 2013-10-04 15:05 | 삭제
힘든일을 당했지만, 앞으로 저아이의 인생은 행복만이 있을것같아요.
얼굴도 너무 이쁘네요^^ 행복하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