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물자유연대는 고창군에서 진행한 ‘초등학교 토끼 전달식’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가 직접 군에 항의 민원을 접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순 전시행정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를 느낀 동물자유연대는 전달식을 통해 초등학교에 살게된 토끼 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이후 비슷한 행사를 자제하도록 요구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공식 질의를 통해 받은 회신은 우려한대로였습니다.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아이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는 고창군은 정작 토끼 관리에 대해서는 예산 조차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토끼는 번식력이 높아 중성화가 필수임에도 개체수 조절에 노력하겠다는 답변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끼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비좁은 철망, 하루 두 번으로 한정된 급여 횟수 등도 문제였습니다.
토끼 관리 방식 개선과 장기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내용을 담아 고창군에 2차 공문을 발송하고, 유선을 통해서도 이후 대책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고창군은 ‘토끼의 특성을 고려해 토끼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인근 지역에 소동물 진료 기관 확인 및 중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아울러 ‘상시 급여 등 관리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회신에 따라 앞으로도 개선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예정입니다.
고창군에서 이루어진 ‘초등학교 토끼 전달식’은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려없이 이루어진,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한 지역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동물을 이용하는 사례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크기가 작고 접하기도 쉬운 소동물은 대표적인 피해자입니다. 2022년에는 서울 어느 초등학교에서 중성화를 하지 않은 채 토끼를 기르다 개체수가 늘자 토끼 40여 마리를 유기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학교 관게자들은 ‘토끼를 산에 ‘방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라고 해명을 해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동물전시체험시설 역시 토끼와 같은 소동물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장소입니다. 소동물의 경우 일반인들은 각 개체별 생김새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치료 대신 ‘폐기’하거나 ‘교체’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동물의 습성을 충족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보다 돈벌이가 더 중요한 시설에서 소동물은 쉽게 들이고 버리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동물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서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을 가두거나 부적합한 환경에 방치해놓고 단순 관람, 체험하는 행동은 오히려 생명 존중과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는 행정 기관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도구로 이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고창 ‘초등학교 토끼 전달식’을 통해 학교에서 지내게 된 토끼의 보호, 관리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개선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크기가 작은 소동물이라도 그 존재의 가치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