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연민에서 시작한 학대, 애니멀 호딩

반려동물

연민에서 시작한 학대, 애니멀 호딩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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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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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의 여러 유형 중 다소 판단하기 어려운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애니멀 호딩입니다. 흔히 동물을 지나치게 많이 키우는 사람을 애니멀 호더라고 지칭하지만, 단순히 동물이 많다고 해서 호딩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HARC(Hoarding of Animals Research Consortium)는 애니멀 호더를 판별하는 네 가지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합니다.

- 최소한의 위생 공간과 환경, 영양, 동물 의료와 치료를 제공하지 못한다

- 관리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다

-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동물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착한다

- 인간과 동물의 생활 환경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뿐만 아니라 애니멀 호딩은 중성화 안된 개체들의 자체 번식, 반복되는 동물 유기, 미흡한 유기동물 정책 등 여러 사회적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살펴보며 근본적 대응책을 찾아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7, 충남 아산 애니멀 호딩 현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64마리 개를 구조했습니다. 이곳에는 개 100여 마리가 살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임신한 개들도 상당수 있어 개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늘 여유공간 없이 운영되고 있는 온센터는 한번에 100여 마리나 되는 개들을 수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고 깡마른 몸을 일으켜 활동가들에게 반가움을 표현하고, 질환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나마 눈맞춤을 하려 애쓰는 동물들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고민 끝에 순차적으로라도 아산 애니멀 호딩 현장의 모든 개체를 구조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부분의 애니멀 호딩 현장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개들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개 한마리를 거두어 보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 탓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은 개들은 번식을 반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동물 유기가 발생할 때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오는 일도 되풀이 됐습니다. 그 결과 해당 현장에는 노부부가 감당하기 불가능할만큼 많은 수의 개들이 살게되었습니다. 딱한 처지의 동물에게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주고픈 마음으로 시작했던 구조가 결국 그들을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나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을지라도 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돌봄 조차 불가능한 환경에 동물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학대입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2018년 개정한 동물보호법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를 신설했지만, 이 같은 단편적인 조치로는 애니멀 호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쉽게 동물을 키울 수 있는 구조에서 과다하게 공급되는 동물은 결국 동물 유기로 이어지고, 실효성있는 유기동물 정책이 부재한 사회에서 구호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을 개인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반복되는 번식으로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개체수가 늘어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지자체는 동물보호 의무를 지고 있지만 애니멀 호딩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 발생하는 애니멀 호딩은 그저 동물 소유자에게 사육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동물자유연대는 여러 건의 애니멀호딩 현장을 대응하며 구조나 중성화, 시설 개선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현장마다 적게는 수 십에서 많게는 백 마리 이상의 동물이 있는 애니멀 호딩 현장은 단체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의 규모가 크다보니 하나의 사안을 대응하는 데에만 최소 몇 주일에서 수 개월 간을 소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계를 넘어설만큼 무리해서라도 나서는 까닭은 열악한 환경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이어가는 삶이 동물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동물자유연대는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도 지자체, 기업, 지역 봉사자 등의 참여를 이끌며 해결책을 찾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밀려오는 제보에 대응하다보면 때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은 막막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연민이 잘못된 집착으로 변질되어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애니멀 호딩. 사태가 벌어진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뒤늦은 수습이 아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동물 생산/판매업을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규제 또한 강화해야 합니다. 법으로 개인이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 수를 제한하는 동시에 자체번식으로 인한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에 대한 교육,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자체는 지역 수의사회, 봉사자 등과 협력하여 각 지역 사정에 맞는 방식의 대응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애니멀 호딩 현장에서 고통에 빠진 동물을 하나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애니멀 호딩을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 구축에도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