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충북 옥천에 위치한 고양이 번식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양이 20마리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혹시나 일부라도 생존한 동물이 있다면 단체에서 구조와 치료에 나서기 위해 아침 일찍 지자체에 확인해보았으나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양이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길지 않은 생을 번식 도구로 살아가다 화마에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생명들이 하늘에서라도 평안을 찾았기를 기원합니다.
지자체에 확인 결과 불에 탄 번식장은 2015년도에 신고한 뒤 2017년 생산업 허가를 받은 곳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생산업 허가업체로서 법적 기준을 완벽히 충족할 수 있었는지 문의하자 담당자는 ‘가설 건축물 여부는 건축과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규정이 강화되었다고 하나 아직도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사항마저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만큼 허술한 관리∙감독은 번식장에서 착취당하는 동물의 삶을 더욱 참담하게 몰아가는 원인입니다.
2016년 방송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끔찍한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환하게 빛나는 진열장 속 아기동물의 고향, 그곳에서 임산과 출산만을 반복하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어미 동물의 모습은 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의 문제점을 명확하고 또렷하게 드러냈습니다.
그 충격은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전까지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가능했던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상향 조정하였고, 인력과 시설 기준도 다소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펫숍은 성행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리 잡은 불법 번식장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나마 개선된 시설 기준 역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충분히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허가를 받은 업체라도 그리 까다롭지 않은 기준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는 점입니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7월에도 전남 나주에서 보호소로 위탁계약을 맺고 동물 경매를 하다가 계약이 해지된 번식장에 화재가 발생해 강아지 100여 마리가 사망했고, 2020년에는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번식장에서 불이 나 개 200마리 중 120여 마리가 죽고 나머지도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십에서 수백 마리 동물이 꼼짝없이 갇힌 채 불길에 휩싸여 죽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은 흐릿하기만 합니다.
간밤에 사고가 난 번식장 역시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시설 기준 충족 여부 확인을 요청하자 지자체 담당자는 ‘화재 예방 관련은 우리 부서 담당이 아니며, 그 외 시설 기준 충족 여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 별표 9의 ‘반려동물 관련 영업별 시설 및 인력 기준’에 따르면 모든 영업장은 소방청장이 고시하는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한 소방시설을 설치 또는 유지⋅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동물영업장의 화재 예방 시설 여부 확인 역시 동물보호담당부서의 역할이라는 뜻입니다.
동물영업장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현장에서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인력 부족 역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동물이 목숨을 잃은 참사 앞에서는 그 어떤 이유나 변명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강아지 공장’의 실태에 사회가 슬픔과 분노로 일렁인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번식장 동물은 악몽 같은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하루속히 허가된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허가 사항과 실제 운영 내역 상의 일치 여부, 위법 건축물 확인, 업체 당 사육하는 어미 동물의 수와 출산 정보, 그에 대비한 새끼들의 수 등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생산업 전수조사를 이끌어내고, 생산∙판매업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정책 개선 활동을 지속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