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고양이 깜지, 그리고 고양이 TNR

반려동물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고양이 깜지, 그리고 고양이 TNR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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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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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깜지, 그리고 고양이 TNR
 
지난 8월 동물자유연대에 새로 입소한 검은 고양이가 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깜지입니다. 본래 거주지였던 은평구 지역 주민에 의해 구조되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에서 붙여준 이름입니다.
깜지는 태어난 지 1년 안팎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왜소한 몸집의 고양이입니다. 그루밍도 제대로 하지 못한 듯 쭈뼛쭈뼛 아무렇게나 서있는 모양새의 작은 검은 고양이는 은평구 지역에서 포획되어 TNR 시행 대상이 되었고, 방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잡혔다가 풀려났다고 합니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고 당시 다리가 다친 상태여서 한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가뜩이나 겁도 많은 이 녀석이 병원 케이지 안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며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신 치료 동물병원 원장님의 부탁으로 깜지는 동물자유연대 고양이 클럽의 새식구가 되었답니다.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 깜지랍니다...

두 번이나 TNR 대상으로 잡혔다가 풀려난 깜지는 사람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깜지가 행당동 식구가 된지도 어언 두 달이 되어갑니다. 다른 행당동 고양이들과도 아직 친밀히 어울리지 못하고 있지만 몇 주가 흐르고 한 두달 지나면서 돌아다니면서 밥도 먹고 나란히 잔디밭에 누워서 햇빛을 쬐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은 물론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꺼려합니다.
깜지는 절대 다른 고양이들이나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순한 고양이입니다. 그러나 여러번 강제로 포획되는 과정이 깜지에게 오랜 시간이 걸려도 잘 풀리지 않는 공포와 경계심을 심어주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여전히 방 한 구석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사람 곁에 절대 오지 않는 깜지를 보며 행정적으로 시행되는 고양이 TNR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TNR은 현재 포획과 방사, 수술가지 직접 수의사들의 담당하는 경우, 수의사들은 수의학적 영역인 수술만 하고 기타 업체나 개인 등에 맡겨 포획하는 경우, 그리고 기존에 유기동물 위탁을 맡아오던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위탁하는 경우 이 상 세 가지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 즉 수의사들이 포획과 방사, 수술 세 과정을 모두 맡게 될 경우 포획과 방사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포획을 담당하는 업체를 선정해 이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또한 포획과 수술, 방사의 관리가 따로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진행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TNR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포획과 방사만을 전담할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며, TNR의 전체 과정을 일원화해 진행과정의 파악이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TNR 시행은 한 주체가 단독으로 실행하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 모니터링을 통해 포획시기, 방법, 방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고, 각 지역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고양이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주어야 합니다. TNR의 시행은 무조건 잡아서 안락사시키는 기존의 방법이 동물복지를 저해시킬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체수 조절에도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단순히 길고양이들을 불임수술시켜 내보내는 행정적, 기계적 작업으로 정착되어서는 안되며, TNR 전후 관리, 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이 이후에 본래 살던 곳에서 잘 적응해 살고 있는지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깜지의 경우와 같이 TNR 이후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서식지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경우, 여기에서 더 악화되어 TNR 직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우리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TNR 자체보다는 고양이를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을 바탕으로 이 제도가 정책될 수 있게 할 실질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