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영등포 12마리 고양이 구조로 바라본 사육포기동물의 현실

반려동물

영등포 12마리 고양이 구조로 바라본 사육포기동물의 현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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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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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동물자유연대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집 안에 고양이 12마리가 방치되어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 당시 보호자의 유기 또는 방치라고 생각했으나, 활동가들은 구청을 통해 소개받은 보호자의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키우던 고양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인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구치소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급한대로 사료와 물은 주었지만, 여건 상 더는 도와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인과의 통화 후 동물자유연대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현장(집)을 방문했습니다.





평균 연령 10살, 우리는 '노묘'입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고양이들의 배변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에 들어서자, 낯선 사람의 방문에 고양이들은 숨을 곳을 찾아 호다닥-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방문에 놀랐을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화장실은 어딨는지, 밥은 채워져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보호자의 지인이 밥과 물은 채워줬지만 꽁꽁 닫힌 문에 테이프칠까지 되어있어, 테이프를 모두 제거한 후에 환기부터 시켰습니다.

활동가가 싱크대로 가서 털이 둥둥 떠있는 그릇을 설거지 하기 시작하자 한 마리, 두 마리 머리를 '빼꼼' 내밀더니 조금씩 활동가들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그리웠는지 야옹-하고 울며 비비적 거리기도 합니다. 활동가들은 그런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주며 12마리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 중에는 목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고양이, 큰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냉장고 한 켠에는 고양이들을 아끼던 보호자의 마음을 보여주듯, 빼곡하게 적힌 아이들의 정보가 붙어있었습니다. 급하게 써내려간듯한 이 편지에는12마리 고양이들의 이름부터 생년월일, 건강상태까지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4살짜리 고양이 1마리를 제외한 고양이들은 모두 8살부터 13살까지의 '노묘'였습니다.



사육포기동물에 대한 대응책, 그리고 구조

12마리 고양이들의 구조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더이상 고양이들을 돌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느 지자체와 같이 이러한 사육포기동물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영등포구청은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해당 지자체는 이러한 사육포기동물이 발생했을 경우 지자체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구청은 동물보호단체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는 태도로 일관할 뿐이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무려 한 달 여간 해당 구청이 동물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설득한 끝에 구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구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구청의 설득 과정이 길어지며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에도, 활동가들은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며 보호자가 떠난 집을 외로이 지키고 있던 고양이들을 돌봐왔습니다.



심한 치주염으로 발치 수술을 진행한 포도(샴)


수술 후, 회복 중인 포도 (포도야, 기운 내!)


치료 후,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들

보호자와 함께 지내는 동안 중성화 수술도 받고, 영양제도 먹으며 나이에 비해 비교적 건강을 유지하던 고양이들은 큰 이상 없이 무사히 검진을 마쳤습니다. 그 중 2마리는 심한 치주염으로 발치 수술을 진행했고, 약을 복용하며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진을 마친 고양이 12마리 중 9마리는 캣맘협의체 <봉사하는우리들>에서 운영하는 '경묘당'에서 보호받으며, 입양 진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의 묘사는 포화 상태로 입소가 어려운 점을 이해해주고, 기꺼이 노령의 아이들을 안아 준 봉우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12마리 모두 사람을 좋아하고 순한 성격을 가졌지만, 10년 넘게 함께한 보호자와 한 순간에 떨어져 아이들의 마음에는 분명 아픈 상처가 남아있을 겁니다. 부디 남을 여생을 함깨해줄 새로운 보호자들이 하루 빨리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잠이온다-잠이온다-잔다아 (앞-나냐 / 뒤-오뇨)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남겨진 과제

작년, 견주의 병으로 방치되어 있던 희망이를 기억하시나요? (빈 집에 방치된 희망이 사연보기 ▶ https://bit.ly/2IQVBhM)

영등포에서 구조된 12마리 고양이들도 희망이와 같은 '사육포기동물'에 해당됩니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한 보호자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버려질 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사육포기동물에 대한 보호와 입양을 지자체가 맡는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중 하나로 논의된 바 있지만, 아직 사육포기동물의 보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쉽게 동물을 유기할 수 있다는 점과 같은 사육포기 인수제의 우려가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부터라도 반려동물등록 의무화, 동물 생산과 판매에 대한 규제, 유기동물 발생 예방 등의 과제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사육포기동물에 대한 논의를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


정다예 2019-05-21 01:58 | 삭제

아아. 다들 너무 사랑스러워요..ㅠ_ㅠ 고생하셨습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