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돼지고기이력제' 도입, 동물복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 ②

농장동물

'돼지고기이력제' 도입, 동물복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 ②

  • 동물자유연대
  • /
  • 2013.03.07 17:39
  • /
  • 4756
  • /
  • 340

○ 돼지 표식과 동물복지

모든 돼지 표식 방법은 돼지에게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합니다. 영국 수의과학원(SVC, The Scientific Veterinary Committee)에 따르면, 돼지 표식 시 돼지의 고통은 신체 조직의 손상 정도와 비례합니다. 따라서 돼지 귀를 절개해 표시하는 이각의 경우, 다른 방법보다 많은 조직 손상 유발로 돼지에게 고통을 줍니다. 이각 시행 후 돼지가 머리를 흔들거나 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반응으로 돼지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함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잘려진 부위가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어, 이각이 동물복지에 가장 좋지 않은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귀표는 돼지 귀에 생긴 구멍에 감염의 위험이 있으며, 귀표 부착 후 돼지가 귀를 철장에 비비거나 다른 돼지가 귀표를 물어뜯으므로 2차적인 외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귀표 작업 시 귓바퀴 부분 손상 시 돼지에게 더 큰 고통을 유발하므로, 이런 것을 고려해 디자인한 귀표로 고통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바늘 끝 부분으로 표시하는 낙인이나 문신은 일반적으로 별다른 외과적 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또한 낙인 시 돼지의 반응을 통해 돼지 복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칩 시술은 돼지 신체 조직 손상을 거의 유발하지 않으며, 돼지가 받는 스트레스도 적은 방법입니다.

  (CIWF, The scientific Veterinary Committee 참조)

유럽에서는 이미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영국은 이력제를 위한 표식 방법으로 돼지 앞다리 양 어깨에 낙인을 시행(Double-slapmarking)하고 있습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인 RSPCA는 영국 정부에 돼지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양 어깨 부위가 아닌 엉덩이 한 쪽에만 낙인을 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엉덩이 부위가 어깨보다 더 살집이 있어 고통이 덜 하며, 하나의 낙인으로도 이력 추적에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돼지고기이력제를 관리하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고, 농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오른쪽 엉덩이에 낙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돼지 표식은 모두 고통을 유발하지만, 국내 표식 방법이 영국 동물보호단체가 추구하듯이 살집이 많은 오른쪽 엉덩이에 낙인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통이 덜한 방법으로 시행되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고통이 덜한 것일 뿐 표식 작업 시 돼지에게 고통이 유발되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거세와 이빨, 꼬리 자르기 등으로 고통 받는 돼지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더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축산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이력관리를 시행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돼지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각종 질병 발생뿐 아니라 축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013년부터 돼지농가에 대한 동물복지 인증제가 도입되는 만큼, 진정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도가 실현되려면 돼지 표식과 관련 다음과 같은 부분을 고려해 실시해야 합니다.

1. 종사자 교육 및 훈련 실시로 수월한 표식 작업 실시
돼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능숙한 사람이 표식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동물보호단체인 CIWF와 RSPCA는 숙련된 종사자가 표식 작업을 하도록 하며, 돼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항상 능숙하고 숙련된 사람이 확실하고 빠르게(단 한번에) 표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2. 표식 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 제시와 개발
예방접종의 표시로 모든 돼지에게 ‘낙인’을 하도록 했지만 일부 농가에서 모돈 구별을 위해 ‘귀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귀표와 같은 표식 시 주요 혈관 부위를 피하고, 2차 통증이 없도록 관리하는 등 표식 시 동물복지를 위한 관리지침을 농가에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돼지표식이 불가피하다면, 마이크로칩처럼 돼지 고통을 최소화하는 표식 방법의 연구와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3. 돼지 표식 없이도 이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적 성장
덴마크 사례처럼, 농가와 도축장 사이의 전산시스템 개발로 돼지에게 표식을 하지 않아도 이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 돼지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돼지고기이력제는 사육과 유통 과정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투명성 확보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예방접종 관리 강화와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역추적으로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시작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염병 확산과 축산물 안전문제의 근본원인인 열악한 사육환경과 동물 처우가 개선되어야 효율적인 방역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관행 사육방식의 개선과 농장동물 관련한 모든 제도에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동물복지 필요성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 및 캠페인 등으로 동물이 본성을 존중받고 건강해야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음을 알리는 데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