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BSE(광우병) 예방의 원칙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항

농장동물

BSE(광우병) 예방의 원칙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항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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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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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일반 시민들이 참여로 계속 확산되어가자, 일부 정부기관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광우병은 이제 사라져가는 질병이라는 지극히 단순화된 논리로써 광우병의 피해와 위험을 애써 축소시켜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사람들의 식품안전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만 반증하여 줄 뿐이다. 왜냐면, 불행히도 이러한 결론을 성급히 내리기에 충분한 광우병 연구 자료를 우리는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며, 광우병의 정확한 원인과 전파경로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해답이 현재 나와 있지 않다. 그저 예방이 최선이라는 원칙하에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보다 광우병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1985년 광우병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후, 영국 내에서도 광우병의 원인과 이것이 인간에게까지 미칠 파장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다. 소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980년생부터 광우병 증세를 보이는 소의 숫자가 100마리를 넘어서기 시작하였다. 이 숫자는 5년 만에 1만 단위를 넘어서 1987년생 소에선 무려 37,477마리에 달하였다. 광우병의 발생 건수가 10년도 안된 사이에 300배를 넘어선 것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 대다수 역시 광우병 발생 초기에 그것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리 없다는 주장을 계속 고수했었다. 그러나 육골분 사료가 주요 발병인자라는 근거가 발견되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1차적으로 반추동물에게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였다.

유럽, 혹독한 경험 후에 얻은 것
그리고 급기야 인간 광우병과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1990년부터는 모든 동물에게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된 동물성 사료 공급을 금지시키게 되었다. 이후 광우병 증세를 보이는 소의 수는 천 단위로 대폭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많았다. 마침내 1996년부터는 광우병 위험물질만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모든 농장동물에게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사료 자체를 금지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유럽연합과 일본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다. 모든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일절 금지시키고 난 후에야 광우병 발생 케이스는 대폭 줄어들었는데 2004년생 소부터는 한 건의 광우병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어 영국 정부는 2000년 이후 광우병 연구에만 3천만 파운드 이상의 예산을 분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것이 단지 일시적인 잠복기에 있는 것인지, 언제 또 다른 형태로 다시 발생할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만이 질병의 발생과 그로 인한 피해를 줄여주는 것이다.
 
"소는 이중으로 억울하다"
아직 명쾌하게 광우병의 발생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추동물인 소에게 다른 동물의 사체, 도축 처리 후 나온 찌꺼기 등이 주재료인 육골분 사료를 먹여온 산업 축산의 관행이 광우병 발생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전국민에게 ‘미친소’는 엄청난 공포와 저주의 대상처럼 되었지만, 소는 스스로 미친 것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는 미친 것이 아니라 육신이 병든 것이며, 공장식 대량 사육의 최전선에서 혹독하게 당한 피해자인 것이다.

무엇이 소를 병들어 죽게까지 했는가?
자연의 섭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간의 목적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물복지의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충족 조건인 동물의 타고난 본성을 말살한 결과이다. 이것은 동물들을 고통에 시달리다 죽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예방이 최선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안전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과 동물성 식품의 소비는 계속 증가해왔고 이에 해당하는 식품안전문제 중 상당수는 비정상적인 사육환경과 그로부터 동물이 받고 있는 고통에 기인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우리는 광우병과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

우리가 유독 미국산 쇠고기에 주목하고 문제 삼는 이유는, 미국식 대형 축산 시스템이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숫자만도 약 1억 마리로 영국의 10배에 이르며, 육골분 사료 생산량도 약 360톤으로 영국의 10배가 넘는다.  매년 10만 마리의 보행불능 소가 죽은 후 육골분 사료로 가공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광우병은 이미 낮은 감염 수준에서 토착 형태로 이미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20개월 미만의 소라고 해서 특별히 더 안전할 것이라 단정할 수도 있을까.

윤리적 소비 운동
미국축산협회는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 후 한국 내 쇠고기 시장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잠재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육류 소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전히 가격인 만큼, 값싼 미국산 쇠고기의 대량 유입은 국산 쇠고기 공급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물량 공세에 무엇으로 맞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안전한 축산물의 생산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사육된 동물은 살덩이 자체일 뿐, 건강한 축산물을 공급해줄 수 없다. 때문에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사육 환경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을 통해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우리는 안전성의 의심되는 식품의 무제한적 수입을 거부할 근거를 스스로 세우지 못했다. 도축 이후의 가공처리과정에만 집중되어 있는 국내 식품 안전 관리는 사육 단계가 주 초점이 되어야 한다. 엄격한 국내 생산 기준은 무역의 전제조건을 강화시킬 수 있는 근거로도 작용할 수 있다.
 
거의 무제한으로 풀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이, 인도적으로 사육된 동물을 구입하는 ‘윤리적 소비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염원한다.

+ Reference

* 리처드 로즈. <죽음의 향연>. 메디컬사이언스 (2006)
* Department of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 & Medical Research Council of the United Kingdom.
* Advisory Committee on Dangerous Pathogen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