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서 퇴역한 뒤 드라마 촬영에 동원되었다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죽은 말, 마리아주. 2023년 11월 7일은 마리아주가 숨을 거둔 지 2주기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리아주의 죽음을 목도하며, 퇴역 경주마들이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흘러온 2년이란 시간, 동물자유연대 활동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했습니다.
<풀어지지 않은 매듭, 미디어 출연 동물보호 가이드라인>
2022년 1월, 동물자유연대의 공론화를 통해 마리아주(예명 : 까미) 사망 사건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드라마 촬영 도구로 전락한 퇴역 경주마의 사연에 시민들은 공분했고, 방송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국민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들끓는 여론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6월 가이드라인 초안을 제작했지만, 지극히 기본적인 내용만 담긴 초안조차도 방송업계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9월, 동물자유연대는 4473명의 시민에게서 받은 서명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에 전달하며 가이드라인 제작을 다시 한번 촉구했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서울경찰기마대>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8월경 서울경찰청이 경찰기마대에 소속했던 말들을 매각 처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경주마로 이용되다 퇴역한 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서울경찰기마대가 매각한 말들 중 2마리는 2022년 동물자유연대가 충남 부여에서 구조한 말 ‘별밤’과 ‘도담’을 폐축사에 버려두고 방치했던 전 소유주에게 매입됐습니다.
올해 10월, 동물자유연대는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경찰기마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과 면담을 통해 기마대 복지 대책 마련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서울경찰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공식적 입장을 요청한 상황입니다.
<말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돈벌이 수단일 뿐인 승마체험산업>
경주마 활동 기간이 4~5년밖에 되지 않는 국내 경주마들은 퇴역 후 약 절반 가량이 도축되거나 폐사 처리됩니다. 살아남은 말들에게 그나마 나은 선택지는 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는 일입니다. 그러나 말 복지 법안이 전무한 우리나라에서는 승마장에서의 상황 역시 좋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반 년 간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최초로 승마체험산업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경기도와 제주도에 위치한 총 48곳의 승마장을 조사한 결과 말들은 배설물로 더럽혀진 마방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며, 피부와 안구 등 몸 곳곳에 질병과 부상을 입은 채 사람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승마장을 관할하는 법에 말 복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합니다.
연간 6조가 넘는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경주마 산업은 말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폐기하고, 방치합니다. 말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말산업육성법’은 있어도 그들의 보호와 복지를 위한 법 조항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리아주가 처참히 숨을 거두며 남긴 과제와 우리의 역할을 곱씹습니다. 내년에 마주할 3주기에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가 되어있기를 희망합니다. 단 한 줄기 희망을 찾아 동물자유연대는 오늘도 활동을 이어갑니다. 언젠가 이루어질 말들을 위한 나라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