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동물 치료, 휴일이나 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24시간 구조동물 응급치료센터를 운영합니다. 작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해는 정식 사업자를 공모하고 나섰습니다. 이로서 서울시는 공휴일이나 야간 등 동물보호센터 출동이 어려울 때도 구조 동물의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위기에 처한 시간에 따라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사는 기숙사 국기 게양과 하강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밤에 국기를 내리는 까닭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밤에도 국가는 존속하고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중반까지 낮에만 국기가 게양되었습니다. 1996년 법이 바뀌며 24시간 게양이 허용되었지요. 그러나 규정 변경은 밤에도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 아니라 태극기 사랑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국기 게양과 상관없이, 그리고 시간에 관계없이 국가는 언제나 국민을 보호합니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국가의 존재 이유니까요.
그러나 동물이 처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운영은 의무화되었지만, 치료가 원활하지 않아 많은 구조 동물이 보호소 안에서 죽어갔습니다. 통계 수치 속에서 이런 ‘고통사’는 ‘자연사’로 둔갑하곤 했습니다. 특히 2018년 유기동물 구조 중 소방관 인명사고 이후 119안전센터의 유기동물 구조 거부가 가능해지며 위기 동물 구조와 치료에 있어 사각지대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다년간 위기동물 시민구조 지원사업 ‘쓰담쓰담’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의 목표 가운데 시민 구조 활성화도 있지만, 이렇게 시민의 힘으로 형성되고 필요성이 증명된 위기동물 대응 인프라를 국가와 지자체 운영으로 전환한다는 장기 목표도 있습니다. 위기동물 역시 생명을 지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격 시작되는 서울시 응급치료센터 운영이 국내 구조동물 고통사 방지를 향한 소중한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지자체들이 서울시 정책을 모델삼아 고통을 호소하는 위기 동물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공휴일이거나 밤이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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