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 중 내장형, 외장형, 인식표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동물등록 방식을 2016년부터 내장형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한 ①동물소유자에 대한 책임 강화, ②유기·유실동물 관리 강화, ③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관리·육성, ④인도적인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대한 추진과제가 담겨 있습니다. 즉, 동물등록 방식 일원화는 동물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유기·유실되는 동물의 숫자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 중 하나입니다.
반려동물등록제의 근본적인 취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주인이 실수로 잃어버린 유실동물의 경우 주인에게 안전하게 반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르던 반려동물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유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외장형 등록칩이나 인식표는 이 두 가지 취지 모두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일 경우, 길에서 외장형 등록칩이 저절로 떨어져 분실하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제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책 등 외출 시에만 인식표를 착용하는 경우에는 인식표를 부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실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사람들 중 ‘집 문이 잠깐 열린 틈을 타서 나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장형 칩은 ‘의도적인 유기 방지’에는 더더욱 효과가 없습니다.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동물 유기는 현행법 위반이며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대개 주위에 보는 사람이 없을 때 유기합니다. 이는 동물보호법으로 유기 행위가 금지된 2007년 이래로 동물 유기로 처벌된 사람은 고작 4명에 불과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먹고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자신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외장형 등록칩이나 인식표가 달린 채로 유기할 리는 만무합니다.
농림부에서 집계하는 국내에서 연간 지자체 보호소로 유입되는 유기동물 숫자는 일 년에 약 10만 마리입니다. 길에서 떠돌다가 죽는 동물,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구조하는 동물을 생각하면 숫자는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유기동물 대부분이 안락사 되거나 심각한 고통에 처해 있는 현실을 볼 때, 동물등록제가 ‘유실동물을 쉽게 찾고, 유기동물의 숫자를 줄인다.’는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내장형으로 등록방법을 일원화하는데 찬성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미국 일부 주와 북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위해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이 의무화되어 있고, 영국에서도 이를 2016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다만, 반려동물등록제가 효율성있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내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내장형 칩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정부의 충분한 설득과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2013년 동물등록제를 시행했으나 내장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내장형 칩 시술 시 부작용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이미 반려동물 소유자들 사이에 확산되어 있고 이에 따라 내장형 선택비율도 낮은 상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내장형 칩의 경우 국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180,201마리 중 발생한 부작용은 14건(0.008%)에 그쳤으며, 이는 대부분 단순부종으로 세간에 알려진 대로 악성종양 등 동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부작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장형 칩 의무화 시행 전 내장형 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부작용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급된 내장형 칩과 공급업체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재차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보와 안전성 검증 결과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나는 책임감있게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내장형 칩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물을 실수로 유실한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 개(고양이)만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내장형 칩을 삽입하지 않은 동물의 경우 주인에게 반환되는 확률은 2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즉, 내장형 칩이 없는 동물 5 마리 중 1 마리만이 주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와 시민들과 협조해 반려동물등록제가 유실동물 반환율 증가와 의도적 유기 방지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기동물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동물등록제뿐 아니라 반려동물 생산업에 대한 규제와 동물 중성화 수술의 보편화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에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