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개 식용 반대 리플렛 배포 후기 + 내 삶의 터닝 포인트

사랑방

개 식용 반대 리플렛 배포 후기 + 내 삶의 터닝 포인트

  • 임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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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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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 개 식용 반대와 동물사랑에 대한 나의 경험을 글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동물자유연대의 전화였다. 내가 뭐 대단한 게 있다고 글까지 쓰나 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나와 통화하신 동자연 선생님의 말처럼 그동안의 내 경험과 변화가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용기를 내봤다. 이건 그냥 평범하고 동물사랑에 무지하던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작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봄. 다니던 직장이 전시 및 국제회의 대행사인 관계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입찰에 나온 많은 행사들의 공개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준비하던 행사는 ‘2011 WSAVA Congress’ 즉 ‘2011 세계 소동물수의사 총회’로 총괄 대행사로 선정되기 위해 열심히 프리젠테이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행사 준비하느라 자료를 검색하면서 처음 보게 된 생소한 단어가 바로 ‘반려동물’.

처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나는 ‘애완동물은 알아도 반려동물은 또 뭐래? 무슨 평생 반려자도 아니고...’ 하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란 단어가 동물과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깊은 뜻이 있음을 알게 됐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공감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행사 입찰은 아쉽게도 최종심사에서 탈락했지만 그 후, 나와 내 가족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이 생기게 됐다.

행사를 준비하며 동생과 나는 강아지를 키우기로 했고 엄마 역시 흔쾌히 동의하셔서 일사천리로 분양을 진행했다. 그렇게 만난 아이는 태어난 지 50일 정도 되는 토실토실하고 수줍음 많은 시추 여아. 뚱이를 처음 만나던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오빠강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번쩍 들려서 우리 품에 안긴 뚱이. 그때는 너무 무지해서 뚱이 엄마가 대문 밖까지 달려와 막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서둘러 데려왔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그때는 ‘유기견’이라는 단어에도 익숙치 않았고 ‘유기견 입양’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마 지금 같은 마음이었다면 우리 뚱이를 만나지 못했겠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준, 우리 뚱이

뚱이는 내가 장난처럼 늘 말하듯이 우리 가족의 ‘랍비’님이시다.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가져온 변화는 그만큼 엄청나다. 우선 대화 없이 각자 생활하기 바쁘던 가족에게 웃음과 대화를 찾아줬고, 나아가 이 세상에는 존중받아야 하는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뚱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다른 종,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 눈빛이 어딘지 닮아 있다는 것이다. 뚱이의 순진하고 진실된 눈빛이 진돗개에게서도, 말티즈에게서도, 길냥이에게서도, 참새, 수달, 라쿤, 곰... 이 세상 수많은 동물들에게서 보이는 게 아닌가? 죄를 지어 본 적 없는 순수한 눈빛, 거짓 없는 진실된 눈망울을 깨닫는 순간 나와 우리 가족은 더 이상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살짝 고달퍼진 건 사실이지만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과 깨달음을 준 뚱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고맙고 귀여운 우리 랍비님 ㅋㅋ

뚱이와 함께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 많은 생명들. 유기견, 길냥이들, 인간에게 비인도적으로 키워지는 많은 가축들... 그들은 그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행복할 권리가 있는 똑같이 귀한 생명들이다. 내가 이 많은 생명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는 무척이나 게으르고, 나서서 봉사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한데...

동네에서 마주치던 길냥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은 물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사료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냥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아침저녁으로 거르지 않고 챙겨주는 건 사실 나보다 동생이 하는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언제나 그 녀석들을 챙겨주는 착한 마음씨의 동생이 늘 대견할 뿐. 그렇게 기특한 동생이 몇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하느님이 도우사 수술도 잘되고 별다른 후유증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동생이 쓰러졌을 때 하루 두 번씩 중환자실을 오가는 길에 동생대신 길냥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행위가 내게는 동생의 쾌유를 바라는 절실한 기도였다.

노랑이, 점박이, 휜둥이.

우리 가족이 흰둥이, 점박이, 노랑이라고 부르는 길냥이들은 이제 한 식구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아이들이 며칠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되고, 나타나면 한없이 반갑고... 하지만 길냥이를 챙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동네주민들과의 마찰은 언제나 따라다니는 골칫거리였다. 우리 동네는 다른 곳에 비해 심한 것 같지는 않지만, 사료 그릇 앞에 “그렇게 좋으면 데려다 키우든가, 이렇게 사료를 주는 일 그만하세요!”라는 경고 쪽지가 놓여 있은 적도 있고, 고양이를 선천적으로 싫어하니 먹이 주는 일 그만해 줄 수 없냐고 대놓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가장 큰 골칫거리가 고양이 사료를 놓아두면 비둘기들이 떼로 날아와 먹어치우며 자동차 지붕이며 동네에 온갖 배설물을 흘리고 다니는 일이었다. 세차비 때문에 못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꿋꿋이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오히려 “음식물쓰레기를 먹거나 봉투를 찢어놓지 않으니 환경도 더 나아졌고, 길고양이도 생명인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꾸준히 설득했다. 고양이 배설물도 깨끗하게 치워 어느 누구에게도 불평 듣지 않으려고도 노력하고 있다. 나한테 싫은 소리하는 이웃들과 얼굴 붉혔다가 길냥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돼서 꼬투리 잡히지 않게 늘 살피는 게 이제는 습관이 됐다. 캣맘이 죄인도 아닌데... 모두 같이 사는 지구를 왜 인간들은 자기들 것이라고만 생각할까?

동물들을 위하여 하는 일 중 또 하나는 동물자유연대의 여러 가지 리플렛을 배포하는 일이다. 그 사이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디앨리스’라는 온라인 패션 주얼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구매고객이 엄~청 많은 대박 쇼핑몰은 아니지만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동물자유연대의 개 식용 반대, 곰 사육 반대,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등 주제별로 일반인들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담긴 리플렛을 세트로 넣어 보내고 있다. 못 쓰는 글씨지만 손글씨로 “한번만 꼭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라고 적은 쪽지도 잊지 않고  같이 보낸다. 싫어하시는 분들도 그냥 버리지 않고 한 번이라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지만 리플렛을 받고 한 명이라도 더 읽어보고 깨닫고 느끼게 된다면 이 세상 동물들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구매 고객들께 보내는 동물자유연대 리플렛 세트. 한 번이라도 꼭 읽어보셨길...

그동안 살아온 많은 시간들보다 지구상에 같이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해 눈을 뜬 최근 5년이 내게는 값지고 한층 나를 더 성숙하게 해준 것 같다. 살다보면 한 번씩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된다는데, 내게는 뚱이를 만난 게 바로 그것이지 않나 싶다. 무지하고, 관심 없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더 늦기 전에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전보다 훨씬 마음도 즐겁고 그들을 작게라도 돕고 보살피며 사는 게 행복하게 느껴지니 내 자신에게도 아주 좋은 변화가 아닐까?

내 삶 속의 또다른 실천. 같이 삽시다!

개 식용 반대를 말하면 “그럼 소나 돼지, 닭은 먹어도 되냐? 고기 먹는 사람이 그런 말 하는 게 아니지. 왜 꼭 개만 먹으면 안 되는 건데?” 되묻는 사람이 많다. 그런 물음에 답을 할 땐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도 되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속상할 때가 많다. 다행히 올해는 동물자유연대의 개 식용 반대 캠페인 서포터즈로 뽑히는 행운을 얻어 초복 토크 콘서트에서 그 답을 찾으려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 참석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토크 콘서트 내용을 꼭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올려주신다면 개 식용 반대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작은 힘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조금이지만 힘을 보태며, 우리집 랍비님 뚱이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댓글


양은경 2013-07-11 23:51 | 삭제

좋은 글 읽고 희망을 퍼갑니다.ㅎ
동물은 그렇게 우리 삶에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때마다 러닝포인트가 되어준다는 걸 새삼 느끼며...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윤정임 2013-07-11 15:27 | 삭제

살짝 고달파지긴 하지만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값지고 성숙하다는 말씀 참으로 공감합니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이기순 2013-07-11 15:36 | 삭제

소중한 사연과 각오를 나눠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유경란 2013-07-11 17:32 | 삭제

제가 겪어온 과정과 너무 흡사 하여 놀랬어요 ..다들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가족들 사이 우리집 봄이와 남순이는 정말 삶의 기쁨을 주고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 나와 마지막 까지 함께 할 가족이라는것을 생각할때마다 눈물이주루루 날 정도로 감사하고 그동안의 무관심에 너무 죄책감조차 들때도 많았어요 ..아름다운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다 ~~


최지혜 2013-07-11 17:44 | 삭제

화이팅~~!
멋지세요!!


홍현신 2013-07-12 11:45 | 삭제

꼭 제맘을 드려다보고 쓰시는 것 같아 흠찟 놀랐습니다.
우린 이렇게 다들 마음이 닮은 사람들인가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 쌍둥이가 되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