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마리의 소들이 굶어 죽은 전북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 문동연(56)씨의 농장은 뒷산에서 휘몰아치는 한겨울의 바람이 더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한때 150마리가 넘는 소들의 보금자리였던 4동의 축사는 주인 떠난 빈집 마냥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축사 곳곳에는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은 어미 소와 송아지들이 널브러져 있고 살아있는 소들은 안타까운 듯 긴 혀를 내밀어 죽은 소를 연방 핥고 있다.
이들 남은 소 40마리마저도 영양이 극히 부실해 서너 발짝 이상은 떼지 못하고 축 늘어지면서 고꾸라지기 일쑤다. 도저히 네 발 달린 짐승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앙상한 다리, 비쩍 마른 엉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듬성듬성한 털을 가진 소들은 힘이 달리는지 울음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안락사를 기다리듯 처연하고 슬픈 눈으로 고개만 끄먹거렸다.
쇠고기 수입으로 지금처럼 축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린 적이 없었다는 것을 소들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자포자기한 눈빛이다.
축사 한쪽 퇴비를 쌓아놓은 자리에는 지난 3일 죽은 9마리의 소의 사체가 뒤엉킨 채 참담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앞서 죽은 또 다른 소들의 잔해도 간간이 눈에 띄고 악취도 새어나왔다.
소를 굶겨 죽게 내버려뒀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농장 주인 문씨는 "사람은 굶어도 기르는 짐승은 굶기지 않는 법인데, 오죽했으면 자식 같은 소를 굶겨 죽였겠느냐"고 했다.
그는 "동물협회에서 보내준 사료와 마지막 남은 돈으로 풀 사료를 사서 먹이고 있지만 이미 영양 부실이 심화해 되살리긴 늦은 것 같다. 소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형편이다"고 말했다.
문씨는 "다시는 사료 먹는 소는 물론 고양이조차 키우지 않겠다"며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치며 새벽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방
비쩍 마른 소들이 사체와 뒤엉켜 '참담'
- 이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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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1.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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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경숙 2012-01-11 10:08 | 삭제
지옥이 따로 없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