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양계농장에 현장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사랑방

양계농장에 현장조사를 다녀왔습니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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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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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표님과 국장님, 저와 또 한분의 간사님께서 방사란을 생산하고 있는 경기도 소재 양계농장에 현장조사차 다녀왔습니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방사란이나 유정란을 검색하면 생각보다 꽤 많은 제품들이 검색됩니다. 그런 제품들은 '친환경, 청정지역, 신선한, 건강한' 등의 수사어와 푸른 초원에 닭이 흙을 밟고 있는 이미지들로 제품을 광고하고 있는데요.그래서 방사란 농장이라고 해서 꽤 넓은 모래방사장과 톱밥과 횟대를 기대하고 갔었죠.

하지만, 어제 방문한 방사란 농장은 평범한 수탉과 암탉이 일정비율로 섞여서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게 한 평사였습니다.(사진 안쪽을 자세히 보이면 다단이라고 해서, 닭들이 횟대 대신에 올라갈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사육밀도는 생각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고 햇빛을 쬐거나 모래찜질을 하거나 먹이를 구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사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간 실망(?)을 했는데^^;

대표님께서 그래도 여기 아이들은 상태가 좋은 편이라고, 우리가 보기에는 실망스러워도 일당 케이지에서 해방되서 흙을 밟고 있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 나온김에 근처에 있는 관행사육을 하고 있는 양계장에도 들려서, 비교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며, 근처 양계장을 임의로 검색해서 찾아가봤습니다.

네비게이션과 지도가 가르쳐주는대로 좁은 길을 돌고 돌아 들어간 곳은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동네였어요.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닭을 키우는 곳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조용했었는데, 사육장 가까이 가니까 3000여 마리의(아니, 무려 1만 5천마리라고 하더라구요ㅠㅠ) 닭들의 절규어린 울음소리가 가득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창고로 닭들의 절규소리가 묻혀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창고 안의 세계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ㅠ

어떻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을지 모를, 여기저기 널려있는 닭들의 사체들..

동료들의 사체들을 보면서도, 차디찬 쇠창살에 갇혀 버둥되고 절규어린 울음소리를 낼뿐,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부러지고 까지고 다치고 지쳐버릴 수 없는 만 마리가 넘는 닭들..

바닥부터 양계장 천장까지 빼곡이 들어찬  A4 한장만한 사이즈의 배터리케이지에는 3-4마리의 닭들이 빼곡히 갇혀 있었습니다.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닭의 발과, 얅고 여기저기 구멍이 뚤린 케이지의 철사가 만나 가해지는 압력이 고스란히 상처가 됩니다. 닭들은 발을 딛고 서있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지만 케이지 안은 너무 좁고, 심지어 다른 닭에 밟히고 쓰러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편히 앉을 수도 없는 공간. 평생을 저렇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먹이를 먹기 위해 밖으로 목을 내밀어야만 하는 닭들의 목이 케이지의 얇은 철사에 지속적으로 마찰이 가해져 털이 다 빠져버리고, 살갗은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심지어 어떤 닭들은 붉게 된 피부 표면에 화농성 고름가지 맺혀 있어서 육안으로도 많이 쓰라려 보였습니다.ㅠㅠ

모든 닭들의 목과 살갖은 저렇게 벗겨져 있었습니다. 낯선 인간의 방문이 두려웠던 걸까요. 아님 우리들좀 이곳에서 꺼내달라고 모두다 울고 있는 걸까요. 사진이 찍는 것도 너무 미안하고,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같은 인간으로서 너무 미안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평범하고 심지어 인자한 표정까지 지니신 농장 아저씨의 "70일~90일 데려다가 120일 정도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해서 150일되면 알값과 사료값이 같아지고 180일부터 10~12개월간 알을 낳게한다. 강제환우를 시키면 5~6개월 더 낳을 수 있다."라는 동물들의 고통은 어디에도 없었던 무심어 말들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먹이와 물을 박탈하고 강제털갈이를 시켜서까지, 죽기 직전의 힘까지 인간들은 동물들에게 쥐어짜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이 오로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만든 배터리케이지...

EU집행위원회는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산란계 케이지 사육을 금하고 있으며,

한국은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포함되어 있는 '동물복지농장인증제'를 2012년 2월부터 시행하게 됩니다.

앞으로 배터리케이지를 한국땅에서 조금씩 없애가려는 노력과, 동물복지농장제도를 잘 홍보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힘과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동물자유연대와 회원들,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의 힘찬 활동으로 조금씩 변화해 나가고 닭들이 조금이라도 해방된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댓글


조은희 2011-11-04 13:25 | 삭제

고생 많으셨슴니다!
닭들의 목이 저렇게 되는 건 몰랐어요...
중간의 양계장 전체 사진만 보아도 그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아요ㅠㅠ


쿠키 2011-11-04 22:46 | 삭제

네..가장 최선은 안먹는 것이지요.
저렇게 축산업이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한 우린 채식으로 대항할 수밖에요.
어린 나이때부터 고기를 안먹었었지만 계란은 별 거부감 없이 먹었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식품이 계란이었습니다.ㅠ.ㅠ


박은진 2011-11-04 16:55 | 삭제

가장 좋은 방법은 고기 안먹는거예요!! 저도 항상 동물사랑을 외치면서 고기는 맛있게 먹는 제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다 채식으로 바꿨어요..여러분도 노력해보세요..


이경숙 2011-11-07 13:36 | 삭제

우리 나라 농장동물들의 비애는...정말...ㅠㅠ...예...다들...완전채식...실천해야겠어요...


조 맘 2011-11-07 23:33 | 삭제

닭 뿐만 아니라 집단 사육 당하는 동물들을 보면 참 맘이 아프고 이건 정말 아니다..싶어요.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는 족제비가 닭의 천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포식자인것 같습니다..지나친 육식이 동물들에겐 진정 재앙이네요. 고기를 멀리하는것,,그리 어려운일은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