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경기도 양주에서
가방채로 트럭앞에 버려 진 말티즈 아가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1kg남짓 작은 몸에 기형적으로 유난히 긴 다리,
눈꼽이 심하게 껴 있으며,
경련증상으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
통화내용만으로도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고
이런 아가를 개인이 구조하여 품어줄 확률은 희박하며,
그 자리에서 쓸쓸히 죽어가거나, 시보호소로 가게 되어도 바로 안락사 대상이 될 것이니
마지막 만큼은 저희가 지켜주기 위해 인수를 받았습니다.
어느곳하나 정상인 것이 없는 작은 생명이었습니다...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고,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그 몸으로도 아이의 눈과 행동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온 몸으로 나타내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주인이 있던 아가였습니다.
올해 초... 14살의 말티즈를 키우고 있다는 독거노인이신 할아버지 한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병환으로 곧 요양시설로 들어가야 하는데 개를 데리고 갈 수가 없으며,
이미 노견인 아이를 거둬줄 곳도 없으니 안락사를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할아버지는 깨끗한 양복을 차려 입으시고 사무실로 방문을 하셨습니다.
그 아이...저희가 받겠노라고 말씀드렸지만 할아버지는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토해내며 말씀하셨습니다.
내 분신과도 같은 이 녀석이 이제 나이 들어 아플일만 남았는데
찬밥신세가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설득을 하였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으며
저희는 그 분의 진심을 존중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것은 아이와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후 할아버지와 아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이를 보내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하셨습니다.
주인됨의 마지막 도리와 책임이 무엇인가를 깊이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사람됨... 그리고 한 생명의 주인됨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음 가장 깊숙히 귀찮고 번거로움이 자리잡고 있으나
이 아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것을 다른 이유로 포장할 뿐입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절벽의 끝에 세워졌던 말티즈 기쁨이는
앞으로의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좋은 소식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말티즈 기쁨이와 그 친구들을 위해 함께 해 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
http://www.animals.or.kr/main/donate/support.asp
김수희 2011-10-20 16:04 | 삭제
할아버지의.. 그 깊은 마음..코가 시큰해집니다.. 저희 아이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을텐데...저도 그때 부끄럽지 않도록...
깽이마리 2011-10-20 17:15 | 삭제
나이 많은 아이... 사무실에서 혹시나 버려졌다 생각할까, 다른 개들에게 치이지 않을까, 눈칫밥 보일까... 공감이 되네요. 그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 따뜻하기도 해요. 그만큼 나이 먹고 아프고, 안 보이고 그래서 버려지고 입양도 못 가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래도 끝까지 주인으로서의 책임으로 함께하심이 마음 아프고 안타까우면 공감이 가요.
저리 아픈 기쁨이를 그냥 버리고 간 사람과 참 많이 비교가 되네요.
최란숙 2011-10-21 10:37 | 삭제
좋은 소식 기원합니다..
정송미 2011-10-21 15:06 | 삭제
읽으면서 눈물이 찡.. 났어요..
저도 우리 미리(2살난 샴고양이)를 키우는데..벌써부터 나중에 보낼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짠..하고 걱정이 많아요..ㅠㅠ
할아버지의 마음이 참.. 존경스럽고 대단하네요..
기쁨이가 기운을 내서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