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영장류 실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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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실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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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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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혹성탈출이라는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영장류에 대한 동물실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는 주인공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서 인간의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인원들을 동물실험에 사용하고, 그 중 한 유인원에게서 태어난 아기 침팬지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됩니다. 인간 사회에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 문제에 혼란스러워하던 침팬지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을 공격하여 보호시설로 잡혀가고, 인간에게 학대당하는 동종의 유인원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여 결국 실험시설에 있는 유인원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킵니다. 언뜻 보면 여름방학마다 극장가에 등장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로 침팬지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의 신기술에 감탄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영화지만,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염두에 두고 관람하면 이 영화가 제기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장류 실험, 신약 개발을 위한 필요악?

 

 

신약과 백신 개발, 신물질의 효능과 독성 실험과 같은 의학 연구는 정상인이나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요구 되며 이러한 피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동물에 대한 실험이 요구됩니다. 그 중 원숭이는 해부, 생리, 내분비학적 면에서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다른 동물실험에 비해 신뢰할 만한 자료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의약품과 이식용 이종장기 등의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람에게 직접 실험해 안정성을 증명할 수 없다면 영장류에 대한 실험은 불가피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사회 안에서의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동물실험의 찬반 여부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지만, 세계가 영장류 실험에 대한 윤리성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가 온 만큼,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실험에 쓰이는 영장류의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서울대 병원 영장류 실험센터 (사진출처:주간조선)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99퍼센트가 일치

 

 

영장류 실험의 가장 큰 윤리적 문제점은 영장류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침팬지의 경우에는 유전자의 99퍼센트가 인간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영장류 동물들은 손발로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는 듯 인간과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 고등 영장류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는 실험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여러 고등 영장류들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종의 동물들이며 상당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서식지의 파괴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전문가들은 인간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몇 십 년 후에는 이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4년에 과학기술부 산하에 설립된 국가영장류센터를 포함하여 서울대병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정성평가 연구소등에서 실험을 위한 영장류 사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을 위해 제약회사들도 중국, 필리핀 등지로부터 영장류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인간과 유사할 정도로 동족과 교류하고 복잡한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습성이 있는 영장류들의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시설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영화 혹성탈출은 주인공에 의해 인간 사회에서 키워진 침팬지 시저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제안을 마다하고 동료들과 함께 숲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시저의 선택은 이번 개정된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 중정상적인 행동을 할 자유'에 해당합니다. 실험실의 영장류들이 비록 배고픔과 추위,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해방되어 있다고 할 지라도, 그들 고유의 지적 호기심, 사회성 등의 본성을 억누르고 그 사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는다면 동물들이 좋은 복지상태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사육과 관리 과정에서 영장류만의 독특한 습성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관의 보다 앞선 정책과 투자가 요구되고, 특히 윤리적인 실험 뿐 아니라 사육을 위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동반되어야 하는 윤리성에 대한 고려

 

 

최근 영국 생체실험 반대단체인 BUAV (British Union for the Abolition of Vivisection) 의 압력으로 아메리칸 에어라인, 캐리비안 에어라인 등 많은 항공사들이 실험을 위한 영장류의 운반을 중지한다고 선언하였고, 유럽에서는 인체세포를 동물에 투여하는 실험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적으로 영장류 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적인 잣대를 마련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금지되면서 업계는 대안이 없다며 크게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체실험법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영장류 실험을 최소화하는 제도적인 방안이 뒷받침된다면 인체세포 배양 등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동물의 희생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활발히 개발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생명유전공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줄기세포 개발을 위해 인체 세포를 투여 받은 원숭이들이 사람과 유사한 표정을 짓고 언어습득능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무분별한 야생동물의 포획과 동물실험이 결국에는 영화처럼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오지 않도록 이제는 시민, 정부, 기업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업 전분야에서 행해지는 동물실험이 3R원칙에 입각하여 행해지며,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들의 수와 고통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앞장섭니다

 

 

 당뇨병 이종장기 실험에 사용될 원숭이를 들고있는 의료진 (사진출처: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