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야옹이에게

사랑방

야옹이에게

  • 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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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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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에게 

오늘은 휴일이라 게으름 부리다 좀 늦은 시간에 밥을 주러 갔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음식물 쓰레기통에 음식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뚜껑도 열려있었어. 평소엔 결코 볼 수없는 장면이었지.우리 아파트는 쓰레기통 관리를 철저히 하니까...  그런데 너희들 둘!쓰레기통 근처에서 뷔페음식이라도 발견한 듯 찌꺼기를 주워 먹고 있었어. 주변에 누가 없으면 쓰레기통 위로 점프라도 할 기세였지. 내 손에는 너희에게 줄 밥이 들려져 있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 우리 사람들은 먹을 것이 넘쳐나서 멀쩡한 것도 갖다 버리는데 너희는 썩었을지도 모르는 음식 찌꺼기도 마음 놓고 먹질 못하더구나. 그리곤 날 보더니 무서운 듯 휙 도망을 쳤지... 내가 너희 밥주는 아줌마인줄도 모르고 말이야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너희에게 우연한 계기로 밥을 가져다주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되어 가는구나.그간 여러 야옹이들이 내가 가져다 놓은 밥을 먹었겠지.어떤 친구가 와서 밥을 먹는지 나는 정확하게 몰라.아줌마는 퇴근하여 집에 들어갈 때 내 차 밑에 밥을 놓고 가니까.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출근할 때 빈 밥그릇을 가져다 씻어서 퇴근길에 또 밥을 채워서 놓고.... 

유난히도 추었던 지난 겨울,참치라도 섞어서 밥을 가져다 놓는 날에는 금방 식고 얼어버릴 음식 땜에 안타까워하며 몇 번을 두리번거리며 너희를 찾아보다가 자동차 아래 놓고오곤했어.그 다음날 비워진 밥그릇을 보고는 ‘먹어줘서 고마워’ ‘잘 견뎌줘!’라고 혼잣말을 했어.

야옹아! 내마음 아니? 오늘 밥을 늦게 가지고 나가서 음식찌꺼기 뒤지게 해서 미안해. 아니,그건 내 착각이지? 매일 그렇게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배고픈 도시 야옹이인 너희가 하루 한번 저녁에 주는 밥에 얼마나 배가 채워지겠니? 오늘 너희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줌마가.

 




댓글


이경숙 2011-05-30 10:35 | 삭제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가여운 이 땅의 길냥이들에게...따뜻한 봄날은...한참이나 멀어 보여...많이도 안타깝습니다...


다래뿌꾸언니 2011-05-30 16:01 | 삭제

글 읽고 눈물나서... ㅠ.ㅠ
이궁 슬퍼


장지은 2011-06-01 10:54 | 삭제

또한번 반성도 하게되고 참 마음도 많이 아픈 글이네요...


단이엄마 2011-06-02 18:53 | 삭제

저도 우연한기회에 몇달전부터 같은일을하고있는데요.. 첨엔 야옹이가 좀 무서웠어요 근데 한야옹이가 저의 출근길에 야옹하며 다가와 배를 보이고 제 발길을 막더라구요 그래서 잠깐 기다리라구하구 참치캔을 들고 4층에서 내려왔죠 전 당연히갔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인연으로 출근길에 사료를 주고있는데 걍봤을땐 길냥인데도 살은 좀있구나했는데 야옹아하며 만져본아이의몸은 세상에 뼈밖에 없더라구요
왜이렇게 불쌍한 아이들이많은건지 그아이들이 행복해질수 있는날이 꼭 왔으면 좋겠네요


조맘 2011-06-02 21:33 | 삭제

제가 주는 밥을 먹는 고양이가 몇마리인지는 몰라도 그중 가끔 보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주차장에 들어오는 제 차를 보고 어디선가 달려와서 기다린답니다. 하지만 제게 친근감을 표시한적은 한번도 없어요. 조용히 밥만 먹고 가지요. 만져보고 눈도 맞추고 싶은데 좀 서운하기도 하지만 밥을 받아 먹으면서도 밥주는 사람을 경계하는 그 친구가 어쩌면 현명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단이엄마 2011-06-06 18:37 | 삭제

맞아요 그 야옹이도 어딘가 숨어있다 제가 야옹하면 차밑에서 나오거든요
그래도 길냥이치고는 사람을 잘 따르는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아이 밥 다먹을때가지 제가 옆에 있어주려고해요 그 아이 조직이 몇아이있는데 유독그아이만 그러더라구요 그애 엄마인것같은 아이는 제가 있음 차밑에서 나오질않던데... 차라리 사람옆에 오지않고 잘도망다니고안전하게만 잘있었음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