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천 대형마트에서 죽어있는 토끼를 보았습니다. (사진 첨부)

사랑방

부천 대형마트에서 죽어있는 토끼를 보았습니다. (사진 첨부)

  • 지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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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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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오전에 부천 상동에 위치한 홈플러* 에있는 소동물 코너에 들렀다 본 충격적인 모습 몇 가지를 적습니다.
그 곳에선 토끼와 햄스터들의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었습니다.
언제 갈아줬는지 알 수 없는 물통엔 물곰팡이가 피어있고 뿌옇게 오염된 물 속엔 흰 이물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물조차 없어 동물들이 빈 물병만 계속 핥고 있는 케이지도 있었습니다. 밥도 없었던 건 두말할 것 없고요.
(토끼의 밥통엔 어린 토끼의 주식인 건초는 하나도 없고 딱딱한 사료만 소량 들어있었고

햄스터의 밥통에는 사료는 커녕 햄스터의 배설물만 가득 차있었습니다.)
눈을 갓 뜬 듯한 새끼 햄스터들은 물통에 키가 닿지 않아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토끼 케이지에는 새끼 토끼의 시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케이지 중앙에 새끼 토끼 한 마리가 사지가 경직된 채 눈을 부릅뜨고 누워있길래 자세히 보니 눈에 초점이 없고 눈동자에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게 죽은 지 시간이 좀 흐른 듯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지를 두드려 보았지만 다른 새끼 토끼들만 반응을 보일 뿐 누워있던 토끼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담당 직원을 찾았으나 직원이 보이지 않아 옆의 가전제품 코너 담당 직원에게 소동물 코너 담장 직원을 찾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더군요;)

그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토끼들을 살펴보았는데 토끼들의 건강 상태가 한 눈에 보기에도 심각했습니다.
양 케이지의 네 마리 토끼가 전부 피부병에 걸린 듯 했습니다.
코 주변의 털이 벗겨지고 코가 붉게 짓무른 토끼부터 허벅다리의 털이 빠진 부분에 붉은 상처같은 게 보이는 토끼까지 네 마리 모두에게 앞다리 뒷다리에 피부질환으로 의심되는 흔적들이 보이더군요.

 

결국 그 직원이 오지 않아 지나가던 다른 직원에게 토끼가 죽었다는 걸 알렸고 그 직원이 장갑과 발 받침대를 가져왔습니다.
직원이 토끼 시체를 만지기가 무섭다며 꺼려해서 보다못한 제가 장갑을 받아 대신 꺼냈습니다.
(케이지에 통풍구가 없어 케이지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공기와 배설물 찌든 냄새가 훅 올라왔습니다. 어쩐지 매장 안은 시원했는데 동물들은 더워하더군요.)
직원이 토끼를 여기에 담아달라며 쓰레기가 들어있는 봉지를 가져왔습니다.
다른 봉지를 요구했으나 어차피 쓰레기 봉지에 담아야 한다는 직원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담았습니다.
(쓰레기가 들어있는 봉지에 토끼 시체를 담으려니 죽은 토끼에게 미안했습니다.)

 토끼 시체를 다른 고객들에게 보이지 않게 옆 선반으로 들고 와달라는 직원의 부탁에 토끼 시체를 가슴에 안고갔습니다.
직원은 담당자가 오면 처리할 것이라며 선반의 맨 아래에 토끼 시체를 넣어달라 하였고 전 직원의 말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토끼들이 걱정되어 물과 밥을 챙겨주기 위해 직원에게 물을 떠달라 부탁했고 직원은 정수기에서 물을 떠왔습니다.
토끼들의 물통에 그 물을 부으니 물통 벽과 바닥에 붙어있던 침전물이 떠올라 물이 탁해지기에 직원이 물통을 물로 헹궈왔습니다. (물통의 부유물을 보니 역하더군요. 물통에서 냄새도 나고..)

선반에 진열되어 있던 건초 봉지를 뜯어 새끼 토끼들의 케이지에 건초를 넣어주니 토끼들이 처음에서 생소한 먹이라 그랬는지 머뭇거리더니 냄새를 맡고는 이내 허겁지겁 잘 먹었습니다.
(건초는 나오면서 계산 했습니다..막상 집에 들고 오긴 했는데 저희 토끼는 티모시를 먹는 중이라 알팔파가 필요 없네요; 필요하신 분 쪽지 주세요.)

 심각한 문제는 대형마트의 이러한 소동물의 관리 실태를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입니다.
비단 이 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과 먹이가 없는 것은 것은 기본이고 판매되는 동물이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사료도 당장 죽지 않을 정도의 소량만 줍니다.
너비 50c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케이지 안에서 토끼나 기니피그, 고슴도치 같은 동물들이 많게는 서너 마리, 햄스터는 십수 마리에서 수십 마리씩 갇혀 사는데도 불구하고 깔짚도 자주 갈아주지 않습니다.
*마트 직원은 고객에게 보여지는 유리창만 열심히 닦더군요.

 반려동물 전문점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생명을 판매한다는 것도 탐탁치 않은데 관리마저 이렇게 소홀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판매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란 동물들이 아닌 갓 눈을 뜨거나 갓 젖을 뗀 새끼들을 데려다 파는 모습엔 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에선 생후 몇 주 이하의 동물 판매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판매 전까지 어미로부터 충분한 수유와 보살핌을 받게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법률적 제도가 전혀 없는 우리 나라에선 생후 2주된 햄스터, 생후 3-4주된 토끼들이 버젓이 나와 팔리고 있으며 충분하지 못한 수유로 면역력이 약해 피부병이나 장염에 걸려 죽는 일도 허다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대형마트의 구석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판매되고 있는, 채 자라지 않은 동물들의 생활 환경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까닭입니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동물의 관리와 판매에 자체적으로 경각심을 느끼고 상황의 개선에 힘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다래뿌꾸언니 2011-05-25 17:00 | 삭제

참 씁쓸한 현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