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실험동물 윤리위원으로 참석하는 신약개발사 연구실내부 동물실 앞에 붙어있는 위령패입니다.
작년 하반기 처음으로 위령제를 치루셨다며 보여주셨습니다.
몇번의 회의로 뵌 분들이라 품성이 좋은 분들이라 생각은 했지만 윤리위원회를 열기 전까지는 그저 막연한 미안함만 느끼고 계셨을 뿐 위령제는 생각을 못하셨다고..
윤리위 진행하면서 아무래도 동물들 대하는 데 더 진지해지신듯 합니다.
작지만 이것도 성과인 듯 하여..
위령패 외에도 동물 방의 공기 온도를 유지해주는 기계들도 업그레이드 시키셨다며 설명해 주셨지만.. 그중에도 제 눈엔 저 위령패가 가장 맘에 남아 한장 찍어 왔습니다.
여리고 예쁘지만 야무지신 실험실 팀장님은 위령패의 글귀는 달리 생각이 나질 않아서 다른 연구실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며 쑥쓰러워 하셨지만..
소박한게.. 전 좋더라구요..
성과라고 올리기는 하지만... 이 회의를 하고 나면 항상 맘이 참 그렇습니다.
작지만 이런 변화가 계속되길 바라며,
최소한의 생명이 희생되길 바라며...
그들이 실험대상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에도 덜 고통스럽기를 바랍니다.
쿠키 2010-06-18 13:05 | 삭제
비록 작게 느껴질지라도 하나하나 변화와 의식을 하도록 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출발이 있어야 전진도 있지요.
전 사실 동물단체의 역할이 단지 위원회 차고 앉아있는 것에서 더 한단계 올라선 그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갈등과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걸 딛고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분야가 워낙 거대한 산업과 전문 영역인지라 우리의 의지에 따른 진행하는 것에 난관이 많네요...
동물단체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물단체가 참여함으로써 그 사람이 무엇을 해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니 더 많은 고민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지요.
다래뿌꾸언니 2010-06-18 15:57 | 삭제
위령패를 읽어 내려가니 눈물이 나네요. ㅠ.ㅠ
이경숙 2010-06-18 16:57 | 삭제
나도....울컥.......ㅠㅠ
....... 2010-06-18 18:51 | 삭제
전 평소에 과학자들이 위령제 지내거나 위령패 올리는거 보면 냉소적인 맘이 드는데...저것도 다 지들맘 좀 편해보자고 하는 형식이지 싶은....위령제 올리느니 대체실험이나 무분별한 실험 지양하도록해서 실험 당하는 동물수라도 적게 하도록 하거나 실험과정 중 조금 더 인도적이고 윤리적으로 하도록 노력하는게 훨 낫죠...저거 단다고 동물들이 쌩큐 하나요..--;
쿠키 2010-06-18 18:59 | 삭제
네에..저것이 일상적으로 가다보면 형식화되죠.
다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출발은 작은 동기 부여가 될거에요.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 몇명일지라도 씨앗은 필요하거든요.
문제는 그것에만 멈추고 이후에는 일상적 형식화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또 새로운 동기부여를 갖도록 해야 하는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 같습니다.
이런 저런 것 다 배제하고 여전히 원칙적인 문제에서 비판을 하려 한다면 우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원회에서 무엇을 한들 동물실험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가 무엇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고민도 합니다.. ㅠ.ㅠ
위원회 들어가서 동물실험 금지의 기본적 원론만 이야기 하려면 애초에 동물단체는 이런 위원회에 참여하지 말고 기본 입장만 계속 밝히며 시위든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복잡...해요........
똘이 2010-06-18 19:24 | 삭제
윗분들 말씀 모두 맞습니다.
기본입장만 밝힐수도 있으나 우리는 현재 그 속에서 지금 고통당하는 동물들의 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던거죠.
저 위령패를 처음 보았을때 자기들 맘 편하자고, 또 윤리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주려고.. 그런맘 떡하니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동물들을 보러 들어가기 전 동물방 앞에 저게 붙어있다면 실재 동물을 다루는 일선의 연구원들의 태도는 조금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실험동물 문제가 제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실재 그 동물들을 다루는 실험자들의 윤리의식 또한 실험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문제이기에..
작은 성과라도 저희 윤리위에서는 실험당하는 동물수를 줄이는 논의가 가장 많이 되었으며 실재로 작년엔 실험 중간중간에도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어 계획보다 적은 개체수로 실험을 마친것이 성과중 하나였습니다.
또 윤리위에서 주로 논의하는 것이 실험 방법이 얼마나 인도적인가 입니다.
고통경감이라던가 작은 처치, 채혈방식, 안락사에 사용하는 약물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출발부터 다른 관점에서 시작한 사람들의 논의지만 참여했다면 차선을 위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은 성과라 하는 거구요..
앞으로 이 분야는 더 많은 고민과 전문성이 요구될 것입니다.
물론 반대를 위한 전문성 말입니다
조안나 2010-06-19 15:19 | 삭제
대학내에서 실험종료후에 실험동물 처치에 대한 보고서를 써서 제출 해야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제출한 보고서를 100% 신뢰하는지 궁금합니다. 보고서에다는 계속 키우는 걸로 해놓고 실제적으로는 그냥 죽이는 그런 경우도 있던데요..
쿠키 2010-06-19 15:26 | 삭제
100% 신뢰 안합니다. 그래서 늘 종료후 인도적 처리에 대해서 늘 당부하고 또 당부할때마다 그렇게 인도적 기준에 의해 한다고 하는데 실제 여기저기서 주워듣는 이야기는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그 현장을 잡을 수가 없으니 어쩌지 못하는거죠. 그래서 학생들과 연구원들의 양심선언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니면 사진 등으로 제보해주셔서 신상 보호를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나마라도 개선되지 그 안에 있는 분들이 안타가워 하는 것만으로는 개선이 안됩니다...
조안나 2010-06-19 17:37 | 삭제
그렇군요.. 병아리 육추 실습이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직접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다가 실험 종료후에 어떻게 하는지 결과를 써서 내야 하는데.. 안락사 시킨다라고 하면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이것저것 써야 하는데 계속 죽을때까지 키운다고 하면 "한장" 이면 끝난다구요.
그래서 계속 키운다고 썼다고요.
하지만 실습 후 계속 키우는 법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번에는 한마리당 얼마씩을 주고 도계하는 곳(?) 아마 산닭잡아서 튀겨주는곳? 에 전부 보내서 고기로 변해버린 닭만을 가지고 왔더라구요.. 아마.. 교수님들께 나눠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에는 학생들에게 도계를 시켰다고 합니다. 아마 더 잔인하고 시간도 오래걸렸겠지요. 한번 넌지시 여쭈어 봐야 겠네요.. 그렇게 말과 행동이 다르셔도 괜찮은건지..;; 그래도 병아리 육추 실습은 다른것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한 것에 속하지만.. 고쳐야 할 것은 있다고 판단되거든요.
쿠키 2010-06-29 01:03 | 삭제
기가 막히는군요. 실제와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와는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 강조하며 인도적 처리를 요구해도 말로는 다 원칙대로 한다고 하지요. 문제는 증거없이 강한 압박을 할 수가 없으니 그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