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遺棄犬)
-정호승-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
땅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어머니를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대모산 정상까지
개를 데리고 올라가
혼자 내려온다
산이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전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나무가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내 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거리에
개만 혼자 내려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개를 버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자꾸 개처럼 컹컹 짖는다
개는
주인을 만나려고
떠돌아다니는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에 떠도는
비닐봉지가 되어
이리저리
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이 가난해진다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이 그의 것이다
- '이 짧은 시간 동안', 창작과 비평 2004 -
장지은 2010-03-09 20:26 | 삭제
사람이 사람을 버리면 버림당한 사람은 평생을 원망하며 살지만..
사람이 동물을 버리면 버림당한 동물은 주인을 원망하기 보다는..
힘겨운 하루하루 그저 최선을 다해 버텨내면서 살아갈뿐인데...
znzl 2010-03-10 10:55 | 삭제
wh좋은 시네요. 감사한 시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