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VERI TAS LUX MEA

사랑방

VERI TAS LUX MEA

  •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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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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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라는 말이 있죠 여기서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 세력을 의미한다기 보다 기존의 시스템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각각 지칭한 말이예요. 즉 굳이 설명하자면 현재 많은 시민단체 들과 기타 사회운동 세력을 진보라고 할 수 있죠. 전 이 말이 한편으로는 진실이지만 약간의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즉 사회운동 세력은 분열할 수밖에 없어요. 기본의 시스템을 바꾼 다는 것은 새로운 사고와 실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항상 치열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서로 이합집산을 거듭할 수 밖에 없죠. 따라서 왜 당신들은 끊임없이 싸우냐를 탓하기 보다 싸우려면 제대로 싸워라를 요구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합집산을 할 것인가 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야말로 싸움박질로 치달으면 우리는 진흙탕 속에서 헤맬 뿐이지만 이 안에서 중요한 사실을 꺼내어 논쟁하다 보면 서로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왕에 미셸 푸코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해보죠. 사실 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예요. 왜냐하면 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싸울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왜 분열하는지 왜 정치가들은 싸움질만 해대는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권력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해주었거든요. 철학은 그래서 매우 위험한 학문이죠. 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실천하게 해주고  기존의 시스템을 통해 기득권을 가진 세력을 위협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푸코는 어떤 변하지 않는 진리가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에 의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발전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여기서 주체는 어떤 고정된 세력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망이죠.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누군가 어떤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쓰면 그것이 과연 사실인가 아닌가를 두고만 말들이 오고가게 마련이예요. 그것은 어떤 면에서 핵심을 벗어나는 일이며 애초에 의도를 가지고 접근 한 사람의 그 의도 안으로 매몰되는 결과만 만들어요.

누군가 왜 처음에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현상이 벌어졌는가? 누가 그것에 동조하고 있는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글인가? 왜 그런 의도가 숨겨져 있는가? 그 글이 의도하는 바의 핵심은 무엇인가? 를 분석하는 것이 지금의 현상을 가장 밀도 있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게 해줄 거예요.

우리가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는 정치집단이 아닌 이상 어떤 거대한 권력의 주체가 있고 그것이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데 우리는 늘 분열되어 싸우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지금의 현상을 절대 이해할 수 없죠. 그것은 이 판 (field)에서 활동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아마 이 판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누군가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확히 말해 그렇게 말해야 유리하기 때문이예요. 그렇게 말함으로써 자신은 부정한 권력에 맞선 투사가 되며 동시에 그렇게 못한 사람들을 주변으로 차별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지식은 곧 권력이며 말와 언어는 그것을 돕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어요. 그들이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가? 왜 그 말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 판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무언가 답이 보일 것입니다.

푸코는 그 권력장치를 통해 나머지의 사람들을 길들이게 만드는 힘을 비웃고 조롱하고 드러내 비판하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면 저항할 수밖에 없죠. 순수한 동물보호운동가? 투명성? 필요한 말이죠. 그러나 그 말이 현실적 활동의 영역에서 나돌아다니면서 어떤  또 다른 억압장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해요. 중요한 것은 누가 순수한 동물보호운동가인가가 아니라  그 말들이 누구를 통해 회자되고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가예요.

철학적 개념은 철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먼저 고민하고 분석해 놓은 것들이예요. VERI 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뜻의  라틴어래요. 감추어진 모든 것과 숨겨진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이 필요하겠죠. 그러고 보니 철학은 우리가 보다 깨인 눈을 가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학문인 것 같네요. 철학박사 학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전공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학위를 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현상을 분석할 수 있어야 빛나는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것이예요. 꿈나라 저편의 알 수 없는 상상속의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생상한 현실에서의 참진리요.

우리의 영역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적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예요 그러나 그 박사 교수님들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라는 현상에만 매몰되다 보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수 밖에 없겠죠. 우리는 기존 사회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까요. 따라서 어떤 사람들을 진정한 동물복지 활동가로 키워내 어느 누가 봐도 교수 박사님들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이다 라고 할 수 있느냐는 우리의 역량이예요. 그것을 못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비판하고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또 다른 희생자가 필요했다고 판단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한 유감을 표명할 수 밖에 없네요.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닐거에요 그냥 사고와 판단이 매 순간 고민에 의해 다듬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답습된 사고 속에서 물들어져 있으니까요.

이제 새롭게 시작하자구요. 지나간 것을 잊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이 모두 지나간 과오를 반성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하나의 껍질 벗기였다구요.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그 시대가 필요로 한 어떤 것과 자신의 노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지성인의 자세일텐데. 자신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은 어떻게 가능한지. 누군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이 각기 자유로운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변화라고 하던데. 우리는 근대를 넘어 새로운 사회구축을 향해 가야 하는데 아직도 낡은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어서 그런가요?

푸코의 말 대로 그냥 웃어야겠네요.




댓글


전경옥 2009-10-04 10:08 | 삭제

아 그거군요 수정했어요 기억이 가물거려서뤼 ㅎㅎㅎㅎ


민수홍 2009-10-04 10:17 | 삭제

"문화의 상승 의지가 망실되고 의사소통을 위한 보편성의 대전제가 무효화되는 시대," 그야말로 쌍놈의 시대를 살고 있음이 가공하고 원통하죠.
그래도 더 나은,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공 기울임을 멈출 순 없습니다.
나는 사람, 아니 인간이니까요.


쿠키 2009-10-07 11:16 | 삭제

오랜만이네요 김용호님...
그러네요. 여기 오신다 한적이 있었죠. 이젠 나이를 먹으면 서로 이렇게 정신없이 사는군여.
아...근데 미쉐린타이어는 왜 갑자기? 잉글리쉬 유머인가요? ㅎㅎ
저도 앞타이어 교환할때가 되었는데 미쉐린타이어가 사용해보니 어떠세요? ^^
미쉐린 타이어 끌고 한번 오세요. 한잔 합시다. 이 동네에 녹두전 맛있게 하는 집이 생겼어요.^^


김용호 2009-10-07 02:02 | 삭제

일전에 조대표님께 한번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조만간 사무실로 찾아뵐게요. 참, 최근에 타이어를 바꿨어요. 미쉐린으로..


전경옥 2009-10-07 09:29 | 삭제

저건 라틴어예요 ^^ 그간 잘 지내셨어요? 언제 오실건지...한번 점심 같이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