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애완견 RFID시범사업 '혼선'

사랑방

애완견 RFID시범사업 '혼선'

  • 허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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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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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번호지 ?”

지난주 성남시의 한 동물병원에서 애완견을 체크하던 수의사는 RFID리더에 뜬 낯선 일련번호를 보고 당황했다. 애완견의 목에 들어간 생체주입형 RFID칩을 판독한 결과 정부에서 배정한 바가 없는 코드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410-097700015987’ 우리나라 국가코드 410은 맞는데 뒷자리 12개 숫자는 RFID칩 수입사에서 임의로 입력한 것이 분명했다. 해당 강아지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민등록번호를 배정받은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연말 농림부가 기술표준원과 충분한 조율없이 애완견 등록제 시범사업을 강행하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유기견 방지를 위한 생체주입형 RFID칩 시술은 이미 2∼3년 전부터 민간차원에서 1만5000건 이상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창기에 시술된 RFID칩은 대부분 영세한 수입회사들이 알아서 일련번호를 입력했다. 이 상황에서 국가차원의 애완견 등록제를 추진하면 두 마리의 개에서 같은 코드가 중복되는 식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컸다.

기술표준원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동물식별코드체계의 개정작업에 착수했고 지난주 새로운 국가표준을 발표했다. 이미 성남시의 수정구, 중원구가 지난 연말부터 정부지원으로 애완견 등록제 시범사업에 착수했는데 뒤늦게 새로운 동물식별코드가 나온 것이다. 그 사이에 농림부는 기표원과 표준문제를 조율하지 않고 주요 RFID칩 수입사에 적당히 일련번호를 배분하고 애완견 등록제를 서둘러 밀어붙였다.

결국 애완견 RFID시장에는 수입사가 만든 유령코드, 농림부가 배분한 식별코드, 기표원이 새로 만든 표준코드 3가지가 혼재하는 난맥상이 벌어지게 됐다. (2008년 10월 15일 전자신문 기사참조) 당장 다음달 이후 고양시와 성남시 분당구, 인천시 등 경기도 지자체들이 애완견 등록제 시범사업을 차례로 시작하는데 해당부처는 아직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애완견에 RFID칩을 시술하는 수의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동물병원의 장재복 원장은 “동물에게 RFID칩을 박으려면 번호관리체계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애완견 등록사업이 이대로 추진되면 별 효과는 없으면서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부 정보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내 기술표준원측과 협의해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90420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