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복지의 이해 ① - 구걸 맹인과 개

사랑방

동물복지의 이해 ① - 구걸 맹인과 개

  • 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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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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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는대로 이런 글 좀 올려보겠습니다.(자주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글 올려주시면 앞으로 우리가 동물권/동물복지의 철학적 기반들을 만들어나가는데에 좋은 자료들이 될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 관광지에서 보게 된 광경입니다. 저는 이 사례를 통해 두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습관적인 편협성과 동물복지개념 적용에 대해서요.

그런데, 이 사례는 제게 유리한 소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면 흔히들 말하는, 사람이 먼저이지 동물이 먼저이냐?라는 비판에 대항하기엔, 이 시각장애인에게서 느껴질 임팩트가 동물과 대비하여 볼때 너무 강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제 목적 달성은 약화되는 경향으로 흐를 수 있는데, 하지만 이 사례이기 때문에 더 적절한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니들과 사원 진입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던 중 이 광경을 본 순간 저는 너무 가슴이 아렸습니다.
누구때문일까요? 네, 저는 당연히 저 검은 개 때문이었습니다.

동물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았던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까요? 저 개를 보고 어떠셨느냐는 말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새삼스러운 사건은 아닌, 장애 걸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묻는 것입니다.
저 순간 어떠셨을 것 같습니까? 작위적으로 느낌을 표현하지 마시고 순간적으로 어땟을지 솔직하게 진단해보세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다 안스럽게 생각했을 겁니다. 느낌의 강도가 다르고 표현의 방법에 차이는 있겠지요.  그런데 정말 다 안스럽게 생각할까요? 새삼스러운 광경도 아니어서 무심하게 지나쳤을 경우도 적지 않을거라 봅니다.
전자일지 후자일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저도 그렇습니다.

여하간에, 저는 이때에 한마디 외부로 표현된 것이 있었습니다.물론 공개화시킨 것이 아니라 가족(지인)간의 대화 속에서요.
"어머 저 개 너무 불쌍하다. 줄 좀 여유있게 잡고 있지...."  그 자리를 뜨기가 너무 안스러웠습니다.
이때 제 언니가 이렇게 말했죠. " 너는 저 불쌍한 사람은 안보이고 개만 보이냐? 남들이 들으면 너 욕한다."
저는 제 언니가 제게 이런 말 한게 너무 서운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을 이해해주어야 할 제 언니조차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그 광경을 본 많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일로 그냥 지나치거나 그동안 보았던 수많은 걸인에게 동정하는 그 연장선에서 맹인에게 돈을 놓고 갔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다 수많은 장애 걸인들에게 자기 가진 것를 털어 나눠주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라는 것이죠.  저도 그 중에 한 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저 개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하나 더 있다고 해서 제가 비판받아야 하는 걸까요?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저를 비판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또  저 맹인을 향한 선행자들에게 과연 저는 비판받아야 하는 걸까요? 비록 저 맹인은 아니었지만 저도 다른 곳에서 제 나름대로의 선행을 했을수도 있었겠죠?

'동물'을 생각하는 사람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선행을 해야만 동물을 가여이 여기는 마음도 인정받을 수있는 걸까요?
"나는 안하지만 너는 해야해, 나는 이 만큼 하지만 너는 더 많이 해야해"라고 말 할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특혜받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요?

사람이 말이죠.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습관을 벗어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남을 쉽게 판단하는 경우 많았어요.
하지만 그걸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접한다면 이해 또는 변화하려는 자세가 보다 인간적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사고의 변화가 선행 이전에 갖추어야 할 덕목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저 개가 왜 불쌍했는지 이야기 해볼까요? 동물복지 개념이 여기에 포함되겠네요.
물론 저 맹인은 저 개에 의지하며 길을 걸어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맹인이 구걸현장에서 개를 데리고 있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도요. (길 안내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 개가 움직이는 것을 강하게 통제당하며(자세히 보시면 맹인이 개의 목줄을 뒤에서 강하여 조여 잡고 있습니다) 장시간 앉아서 구걸통을 입에 물고 있도록 하는 불편한 저 자세가 과연  피하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냐는 것이죠.

맹인도 하루종일 앉아 있으면 다리도 아프로 허리도 아플 것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감수하는 것이니 개도 그래야 한다고 믿으시나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종은 각 종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은 노동할 때에 자기 육체가 인지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노동의 방법을 취합니다. 맹인이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은 힘들겠지만 나름 저 자세는 맹인으로써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덜 힘든 방법으로 앉아있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 사람은 인지능력이 낮은 사람이라고 볼 수 밖에요.

저 개는 어떠한가요? 저 개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가누어야 한다는 것을 선택할 입장이 되어 보이나요? 저 자세가 개라는 종에게 적절하게 취해진 자세로 보여지나요?  제가 안보이는 때에 과연 적절하게 풀어주기도하고 운동도 하도록 허락할까요?
제가 보기엔 저 맹인은 야박한 사람같습니다. 잠깐 동안이라도 개를 저렇게 취급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이유는 없어 보였으니까요.

사람 사는게 힘에 겨우니 야박한 심성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시려나요? 그렇다고 해서 맹인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지요. 상황을 억지로 이해할수는 있어도요.

 여하튼간에 저는 그래서 '동물복지'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저 개는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무지 또는 야박함'에 의해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저 개의 상황에 동물복지를 적용하려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지요.
맹인을 설득해서 개의 줄을 조금 여유있게 잡고 개가 스스로 편한 자세로 앉도록 해준다.
개의 입에 구걸통을 물지 않도록 해준다. 바닥에 놓아도 되니까.
그리고 또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면 당신이 물을 필요로 할때에 개에게도 물을 주도록 한다.

이런 것들이 저 맹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 이런 요청들이 저 맹인에게는 불이익이 될수도 있는 일인가요?

물론 저 개는 사나운 개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걸인이 구걸하는 데에 손해를 끼칠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저렇게 바짝 조여잡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만약에 그런 것이라면 저 맹인은 보다 순한 개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것이죠.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저 맹인은 다른 개를 구할 형편도 안된다는 예를 제기하지는 맙시다. (다행히 캄보디아에서는 개를 구하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였어요)
중요한 것은 보편적 상황에서 판단해서 그에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동물복지는 큰 개념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또 인간에게 손해를 끼쳐야만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실현해나갈 수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 중요한 Tip : 사람이 다 내 생각같지는 않아요. 나도 때론 내가 미처 관심가져보지 않은 곳에 대한 몰이해로 실수할 수 있어요.  내가 옳다고 내 주장의 초점만 들이대면 오히려 장벽만 생길뿐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실패합니다. 중요한 것은,  각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접근하며 다정한 어조로 동물의 상황을 좀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거죠. 열받는다고 싸우지 맙시다. 일단 설득이 먼저에요.

 




댓글


민수홍 2009-01-01 23:46 | 삭제

설득의 방법에 세뇌, 구타, 고문도 포함시켜주세요오-


조희경 2009-01-02 00:04 | 삭제

단계별 적용! 범위는 다시 쟁점으로.ㅎㅎ


조희경 2009-01-02 00:10 | 삭제

제 글 내용에 대한 비판이나 다른 견해도 환영입니다. 그걸 기회로 제 논리를 다듬어 나가기로 하죠. 단, 정중해주세요. 정중을 가장한 글 폭력은 사양입니다.


이경미 2009-01-02 13:22 | 삭제

많은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개인적으로 늘 느끼는것이지만....대표님께서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너무 멀지않은 시일...훗날에 책 한권을 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사진을 실은 책도 좋겠지요...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을 읽으면서 동자련에서도 이런 책 한권쯤은 펴내야 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동물해방으로 유명한 피터싱어와 짐 메이슨이 의기투합해서 책을 써나가기로 한 과정을 서술한 서문을 읽으면서 이런 기록물을 남기고 사람들에게 읽히우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스키니비치도 읽었었는데.... 모델과 에이전시가 공동으로 쓴 서적인데 빅토리아 베컴이 들고 다녔다하여 유명해진 책이죠... 미용과 다이어트를 주제로 해서 썼다지만 정작 읽어보면 식용 동물의 학대, 채식의 중요성 등등을 중요하게 다루었더라고요...채식카페에서도 추천도서로 꼽히기도 했고요...그 둘은 책을 쓰면서, 또 관련 지식을 쌓으면서 연예계에서 떠나 동물보호운동쪽으로 몸 담았다더군요... 그 두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동물보호단체들도 팜플렛이나 회지같은게 아닌 단행본을 출판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조희경 2009-01-02 14:09 | 삭제

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후....근데 책 쓰는게 무쟈게 힘들잖아요..우리처럼 현장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겠습니다. ^^


cj 2009-01-06 09:19 | 삭제

그나저나 개에게 적선은 하고 오시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