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금붕어는 더이상 관상용이 아니다. (플리커)

'금붕어는 사방이 투명하지 않은 어항에서 길러야 한다.' '주인은 금붕어의 생체리듬을 고려해 조명을 조절해야 한다.'

9월 1일 스위스가 발효한 개정 동물보호법의 한 예이다. 비단, 금붕어뿐 아니라 모든 조항이 엄격하다. '사회적 동물Social Species', 즉 인간과 관련되어 생활하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강력한 보호법을 발동한 것이다.

우선 개를 키우려면 이론 및 실기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개를 산책시키는 방법 등 사육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경우의 대처 방법을 학습한다. 학습 내용은 아진 정하지 않았지만, 이론 실기 각각 5과목으로 구성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더불어 '애완동물의 장신구화'도 금지된다. 미용 목적으로 털을 깎거나 다듬는 행위가 금지된 것. 예쁘게 보이고자 귀나 꼬리를 자르는 '애완견 성형'도 금지 사항.

한편, '자격코스'는 강태공들에게도 적용된다. 관련 수업을 통과한 낚시꾼만이 낚시할 수 있다.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놓아주거나 산 물고기를 미끼로 삼는 행위도 금지된다. 물고기도 여타 동물처럼 통증을 느낀다고 인정한 것이다. 병들어 처분하는 금붕어를 산 채로 변기물에 내리지 못하게 한 것도 같은 일환이다. 충격을 줘 숨을 끊은 다음 처분해야 한다. (물고기의 경우 어설프게 목숨을 유지시키기보다 완벽한 죽음을 부여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외에도, 실험용 동물은 반드시 마취제를 놓은 다음 실험에 사용해야 하며 축우류는 1년에 240일 외양간에 매어놓아야 한다. 말과양도 비슷한 보호를 받는다. 휴식 보장 차원인듯하다. 코뿔소 등 동물원 동물은 겨울철, 법으로 정한 넓이의 우리에서 지낼 수 있다. 추운 야외에서 방문객의 눈요깃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돼지는 샤워로 몸을 깨끗하게 단장할 권리를 얻었다.

개정 보호법에 대해 대부분 동물애호가들은 "스위스가 동물의 유토피아가 되었다"며 반색을 표했지만, 부정적 의견도 있다. "세세한 항목 모두를 감시하는 데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함은 물론, 키우는 이도 사육비가 늘어나 부담이다." "결국 인간 기준에서 정한 인간의 법일 뿐이다." "지나친 사랑이다."라는 것. 법 개정이 언뜻 구체적이고 현실적인듯 하나 "결국 사육하는 인간, 사육 받는 동물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위스 당국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가 되었다. "주인 없는 고양이를 도살해 고양이모피를 수출하는 스위스다. 주인 없는 동물은 보호받지 못하나?"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 고양이 모피는 스위스 몇 개 주에서 가공되어 고가품으로 수출되고 있다. 브리짓 바르도는 고양이 모피 가공과 수출을 반대해 이목을 끈 바 있다. (관련기사: 바르도 "스위스, 고양이 모피 판매 금지하라")

이는 '사회적 동물' 개념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적이기도 하다. 들고양이처럼 '사회활동'을 하지 않거나 '반사회적 활동'을 하는 동물은 보호하지 못한다. 동물보호법이라기보다 가축 및 애완동물 보호법이라 할 수 있겠다.

뉴스보이 황보진서 기자 crossgame@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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