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사 가는 길
무량사 팻말 아래 화살표는 보신탕집을 가리키고 있다 한 팻말 안에 절 이름과 보신탕집 이름이 사이좋게 합방하고 있다 도량 건너에는 오리전문점과 암소갈비집도 있다
일종의 묵계 아래 성업 중인, 개들이 꼬리를 말고 당도하는 저곳에서 향냄새를 말끔히 지운 사람들이 질근질근 개고기를 씹어댄다
하릴없이 화살표를 따라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날 때마다 무량사와 보신탕집까지의 백여 미터 거리 그 짧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는 독경소리보다 개 짖는 소리에 번번이 마음을 빼앗긴다
죽은 부처에게 바치는 오체투지도 지복을 달래는 향공양도 제 육신마저 흔쾌히 연옥의 불길에 던져버린 견공들의 성불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문득 곰곰 생각해 보니 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소신공양의 정토(淨土)였던가 무량사 가는 길이 까마득하다
1966년 대구 출생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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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2008-06-10 14:45 | 삭제
멍멍탕 먹으면....급사한다는...그런 소식은 없는지....에궁...올여름도 걱정입니다....
조희경 2008-06-10 14:51 | 삭제
음..그냥 불자의 시인가 했더니만 멍멍이들의 애환을 곱씹게 해주는 시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