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EU, 동물실험 금지로 업계 비상… 대체실험에 총력

사랑방

EU, 동물실험 금지로 업계 비상… 대체실험에 총력

  • 박연주
  • /
  • 2008.02.04 09:47
  • /
  • 855
  • /
  • 76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구성되는 시점에 발맞춰 관련기사 올려봅니다.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22/2007122200008.html

[조선일보] 유럽 화장품 업체 ‘인공피부’에 열올리는 이유…
EU, 동물실험 금지로 업계 비상… 대체실험에 총력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 
(입력 : 2007.12.22 00:07)

프랑스 남부 도시 그라스(Grasse).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향수 메이커들의 본사와 제조공장이 집결해있고 세계 향수 원액의 60% 이상을 공급해 ‘향수의 낙원’으로 불리는 이 도시에 최근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왜일까? 유럽연합(EU)이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하면서, 그라스가 이를 대체할 ‘인공피부’ 개발의 거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그라스에서 열린 인공피부 연구회사 ‘이뮤노서치’ 공식 창립기념 파티에는 연구 관계자들은 물론 지역 공무원들까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분자생물학자인 아내와 함께 이뮤노서치를 세운 면역학자 헤르베 그루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장품업체들이 인공피부 개발에 엄청난 경쟁을 벌이면서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지금 ‘인공피부’ 개발 전쟁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0일 “인공피부 개발이 화장품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으며, 과학자들이 이 연구에 열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기는 EU의회가 “동물의 복지가 인간의 허영에 우선한다”며 2009년부터 유럽 내 27개국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만든 화장품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것. EU의회는 동물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 완제품은 물론 동물실험을 거친 ‘원료’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고, 유럽대체실험검증센터(ECVAM)를 세워 민간에서 개발되는 대체실험법의 인가를 맡겼다.
 
▲ 지금까지 화장품업체들은 토끼나 쥐 등을 이용해 화장품의 피부 자극·독성 등을 비교적 값싸고 손쉽게 시험해왔지만, 점차 사람의 피부와 최대한 비슷한 특성을 가진 인공피부를 만들어 시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피부는 주로 작은 원 형태로 만들어져 사람의 체온과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기계에 보관되며, 대개 12개 단위로 묶어 판매된다.

화장품업체 로레알이 개발한 ‘에피스킨’이란 인공피부의 경우, 사람의 가슴이나 배에서 피부세포를 떼어내 콜라겐(단백질)에서 배양한 뒤, 이를 물·아미노산·당분을 섞은 액체에 담그고 열흘간 공기 중에 말려 얻는다. 자외선을 쬐면 좀 더 나이든 피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속눈썹을 길어 보이게 하는 마스카라가 눈의 점막에 해를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 눈의 점막과 혈관 분포가 비슷한 달걀의 막을 이용하거나, 도살장에서 죽은 소·닭의 안구를 가져다 시험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 눈에 대한 화장품의 유해성·자극성 실험에 살아있는 토끼의 눈을 이용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인 유럽이 이처럼 ‘동물실험 금지’ 조치를 취하자, 화장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유럽은 매년 234억 달러어치의 화장품을 수출하며, 연간 20억 달러어치를 미국에서 수입해 들여온다.

뉴욕타임스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동물실험을 고수하면 4억5000만명의 소비자를 가진 유럽시장을 잃게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마지못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 중 하나인 로레알은 대체실험 개발에 현재까지 8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미국 P&G도 2억2500만 달러를 썼다.

이렇듯 대기업들의 활발한 투자에 더해 EU정부가 매년 3650만 달러의 연구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인공피부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로레알이 인수한 ‘스킨에딕’은 ‘RHE’라는 독자적인 인공피부를 생산하고 있으며, 로레알이 자체 개발한 ‘에피스킨’은 올해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인공피부로 유럽 표준을 통과했다. 미국 ‘마텍’에서 개발한 ‘에피덤’은 실제 사람 피부에 비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조건부 승인만을 받은 상태다.

지난달 창업한 ‘이뮤노서치’는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 화장품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로레알의 ‘에피스킨’을 화장품 천연 원료 시험에 더욱 적합하도록 개량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렇듯 동물실험 대체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인공피부를 이용한 화장품 실험이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실험동물 5571마리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EU는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