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어제의 슈나우저...

사랑방

어제의 슈나우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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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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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서강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제가 사무실 앞에 있는 이 녀석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의 충격은 두고두고 저를 괴롭힐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도

이 녀석을 치료하도록 놔두는 것이 나을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털은 얼굴이고 귀고 할 것 없이 뭉쳐져 뒤덮여있었고
한 쪽 눈은 무성한 털뭉치들을 뒤져보니 겨우 보이더군요...
등을 비롯한 피부는 살갗이 벗겨진 채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뒷다리는 앙상하여 뼈의 형상이지 살의 형상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보이는 왼쪽눈은 눈 바로 앞에까지 자잘한 흰 벌레들로 가득차
눈 안쪽으로 꾸역꾸역 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휴지로 겨우 닦아내주었습니다.

벌레들과 오래된 상처들로 인해 파리떼가 모여들어 등은 물론 얼굴에까지 따닥따닥 붙어있는데도,,,고개 흔들어 쫓아낼 여력도 없는 녀석이었습니다....
물을 주어도 통조림을 잘게 잘라 입에 넣어주어도 힘없이 도로 뱉어내던 녀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되 삶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서
촛점없는 눈동자로 흐릿한 눈을 겨우 뜨고 있어서
실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조차 죄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녀석을 편안히 보내고 싶습니다...
긴긴 치료 기간을 꿋꿋이 버티라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 녀석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악착같이 살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그냥 여기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것이 마음아플 뿐입니다...

어제 이 녀석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 녀석이 만약 저의 개라면,,,
생명을 죽인 죄는 나중에 제가 감수하더라도,,,
저는 이 녀석을 보내주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살리려고 주사놓고 이리저리 들고 다니며 약욕시키고 벌레들을 긁어내고 하는 것이
과연 진정 이 녀석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인간이 가진 측은지심을 보상받기 위한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물론 수의사분들께는 이 녀석이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로 보이겠지만,,,
하지만 저에게 이 녀석은 그냥 다 꺼져가는 생명으로만 보입니다...

제가 본 이 녀석의 눈빛은
살려달라는 애원이 아닌
제발 나를 죽여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저주하는 듯한 이 녀석의 눈이

자꾸 저를 괴롭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