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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개, 공장 개, 떠돌이 개, 복띵이...

치현이라면 꺼뻑 죽는 풍순이라는 풍산개가 한마리 있다. 간판공장 개. 그래도 이동네에선 사랑받고 사는 넘 축에 끼는데, 그녀석이 요즘 동네 떠돌이 깡패개 (숫넘)랑 어울려 같이 떠돌고 있다.

그 깡패개는 사람도 안 무서워한다. 얼굴에 상처도 많이 나고 최근에 싸운 표시도 좀 난다.

울 엄니 치현이 델고 산책하시다 치현이랑 한판 붙으려다 만 녀석이 이 녀석이다. 우산으로 막으면 그 밑으로 기어들어 인간을 공격(?)한다는... 울 엄니 시멘트 바닥에 무릎 까지고 밭에 구르시고... -_____-;; 그 다음부터는 작대기 굵다란거 들고 산책시키신다.

오늘 아침에도 마당에서 탱 숨넘어가는 소리에 나가보니 그넘이 풍순이랑 옆집 마당에 들어와서 어슬렁 거리는 것이었다. 탱은 뒷통수부터 꼬리까지 털이 입빠이 섰다.

시간이 지나서 남편이 애덜 교대로 산책시키는데 그 깡패넘이 와서 개기더란다. 우산으로 위협을 해도 안비키더란다. 첨 봤다. 목줄은 있는데 한참 됐다 그렇게 다닌지. 묶인 개들한테 시비걸고 다니는 것 같다. 어쩌다가 그런 신세가 되었을까... 장가 못간 탱 불쌍하다며 동네 암캐랑 맺어주시려는 울 엄니 말씀에 기절할 뻔했다. 아니되옵니다...

우리동네 인간들은 추석 쇠러 갔는지 요 며칠 동네가 조용~

부뚜막 가구공장, 홀로된 백구. 태풍이 온다니 걱정이 많이 된다. 뭐 좀 주러가면 나도 잡아먹을 듯이 짖어서 휙 던져주고 와야한다.

또 그 앞 가구공장 세마리는 내일 밥 좀 갖다줘야지... 그냥 방치하고 갔을 것이다. 밥이고 뭐고 없이.

옆집 예~쁜 아기 진돗개 두마리. 그 집 인간들 드뎌 집에 왔는데 애들은 태풍을 앞두고 아직도 마당에 묶여 있다. A C쁠~

아가가가각~ 깨개개갱~ 울부짖는다. 울집이랑 사이나 좋으면 말이라도 더 건네보련만. 전에 한마디 간곡한 부탁을 한 뒤로도 여태 저 상태다. 저러려면 개를 왜 키우는지.

탱은 아까 약 먹고, 소독하고, 퍼~렇게 블루코트 바르고 옆으로 누워서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 자고 있다. 적응을 이내 한 모양.

치현이는 현관에서 간혹 눈이 마주치면 낮게 낑낑대보지만 얄짤없는거 안다.

평강이는 탱의 곰팡이 균이 옮았나 확인하기 위해서 격리가 필요. 데크 한쪽에 집을 마련해 줬다.

세 넘 따로따로 쌩 난리다, 아주.

식구가 느는 것은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인석들 때문에 여행도, 맘 편한 외식도 포기해야 하고, 마른자리에 갈아뉘고, 밥이랑 영양식 챙겨주고, 정기적 신체검사 해야하고, 약먹이고, 주사 놓고, 털이라도 떠 있을까, 벌레라도 빠져죽었을까 하루에도 수차례 물 갈아주고, 따로따로 산책시키고, 평강이 지지배 떵 치우고, 방석 빨고...

앞으로 새식구가 될 복띵이 이눔이 태어나면서 박힌돌이었던 우리 애덜 셋의 나름대로의 희생이 또한 불가피하다. 아무도 거실에는 당분간 발을 못붙일 테니까. 좀 우겨보려고 했지만, 엄니와 남편이 너무나 강경하다. -___-;;

사는게 다 그런건가 보다. 내가 녀석들 끼고 살면서 얻는 것 만큼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어야겠지... 자식을 낳으면 베푸는 사랑으로 우리가 얻는 것에 비해 희생할 부분 또한 엄청나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라는 주위분들 말씀에 서서히 공감해 가고 있다.

사실, 지금도 죽겠구만... 손에 쥐나고, 발은 코끼리 발, 숨차고, 힘들고... 요즘은 이눔이 손발을 움직이면 아파 죽겠다.

그나저나 탱이랑 복띵이가 잘 지내려면 몇년이나 지나야 할지 의문이다... 제발 애들이랑 잘 지내야 할텐데...

오늘 골이 띵~해서 암것에도 집중이 안되어 그런지 말도 횡설수설이다...

울 남편은 이 때다, 하고 위성방송에서 하는 격투기 보나보다... 태교 자알 한다.




댓글

김효정 2003.09.12

몬말씀 이래유... 우리가 현숙님이 어떤 분인지 다 아는데...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쥬... 현숙님맨치루 하기도 쉽지 않을검돠. 지두 앞으로 인간 아기 땜시 산책도 대충 거르고, 자주 묶어두고 그럴뀨 아마... !_! 옆집 인간덜은 우는 아가들을 한데다 묶어 놓고 며칠씩 어디 갔다 온다니까염. 떠돌이 깡패가 들어가서 애들 어찌할까봐 쩜 겁도 나요... 좀 크면 누가 잡아갈까도 무섭고... 에혀... 눈만뜨면 한숨 쉴 일만...


이현숙 2003.09.12

저역시 여유없이 묶어만 두고 키우는 형편이라...효정님 글 보면 늘 찔리네요..ㅠ.ㅠ


이기순 2003.09.12

언니, 언니 글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정말 대단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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