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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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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네 가족\'구출대작전(1부)
-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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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27
어제 오후 2시경
난 농수산물 시장에 있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누렁이에게
미련이 많이도 남아.
그제 저녁 두고간 사료와 우유는
먼지에 뒤덮여 있고...
착잡한 심정으로 그 주위를 맥없이 거니는데
폰이 울렸다.
앳된 여학생 목소리.
어제 아침 자게란에 글올린 조유진.
20분후에 만나서 학교 현장을 확인하기로.
나이보다 의젓하고 똑똑해 보인다.
순자네 가족에 대한 걱정이 대단하다.
순자네 가족은
학교뒤 급식소앞 산쪽에 붙은 컨테이너박스 아래
그 차고 좁고 더러운 공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다.
박스 뒤에는 폐가구와 나뭇가지들이 가득 쌓여 있고.
도착하여 보니 휑그러니 컨테이너박스만 보이고
순자도 아가들도 보이지 않는다.
유진이와 같이 가서 교장선생님을 먼저 만났다.
사정을 얘기하니 행정실장님을 만나란다.
그 옆 행정실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
실장님 얼굴이 난감하다.
내가 오기 바로전 구청에 신고해서
어미 순자는 잡아가고 없단다.
주주클럽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방송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며
순자네가 학생들의 위생과 안전에 안좋단다.
순자가 간 곳의 연락처를 가르쳐 달랬더니
폰번호를 적어 준다.
심인섭님께 연락하니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그 곳은 개농장이란다.
엄마야 세상에~~~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방송까지 타는 게 영 찝찝하다는 반응이다.
순자네와 그 아가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순간 많이도 답답하고 화도 나고 열도 오르고 해서
순자네 모두 우리가 데리고 가서 잘 돌보겠다고 했다.
젖 퉁퉁 분 순자를 아가들에게서 떼어 놓았다는 미안함도 없다.
어미를 잡아간 사람도 원망스럽다.
모두들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행정실에서 나와 다시 순자네로 갔다.
아가들은 아직 아뭇소리도 없고
나는 땅에 무릎꿇고 엎드려 그 좁은 공간을 샅샅이 본다.
내 눈에는 아가들 한놈 보이지 않는다.
낙담하여 일어서는데
마침 산에서 내려오는 순자 신랑.
하얗고 몸집이 작은 발바리다.
유진이가 부르니 달려와 반긴다.
때때로 먹거리를 갖다 주어 친하다.
\"유진아, 순자 신랑 먼저 데려가자. 안고 차에 태워.\"
인섭님이 전화를 해
순자를 데려오려면 내가 구청에 가서
담당자와 농장에 같이 가야 한단다.
유진이와 함께 순자 신랑을 병원에 먼저 맡기고
구청에 갔다.
담당자는 학교에서 키우는 개라 하여
농장으로 보냈다며 미안해 한다.
\"학교에서 키우지 않았어요.\"
유진이가 항변한다.
구청에서 많이 멀지 않은
산길로 올라가는 곳에 위치한 농장에 도착하여
내가 차를 돌리는 동안
담당자와 유진이가 가서
순자를 안고 온다.
꾀죄죄하고 풀이 죽고 바르르 떨고 있는
작고 누런 크림색 순자.
눈이 얼마나 슬퍼 보이는지.
\"아줌마, 다리에 피나고 노끈으로 묶여 있어요.\"
\"빨리 풀어주라. 피라꼬? 우데 함 보자.\"
머리까지 활활거린다. 아이구~~~
순자를 신랑이 있는 병원에 다시 맡기고
유진이를 집앞에 내려주고
일터로 돌아왔다.
몇 시간 순자일로 왔다갔다 하는 사이
내 일터에서는 몇 번씩이나 전화가 왔었다.
이런저런 일로.
아가들 구출작전을 짜느라
머릿속이 온통 엉킨 실타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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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화 2003.11.28
정말 너무 좋은일 하셨네요. 걱정이 많으셨던 만큼 힘드셨던 만큼 보람되셨을것 같애요.
이창일 2003.11.27
대단하시네요.. 좋은일 하셨어요...
김진희 2003.11.27
아이고 세상에..개농장이라니 ㅜ.ㅜ 구청에서야 민원만 처리하면 된다는 식이었군요.. 정말 아찔한 순간입니다... 흑
안혜성 2003.11.27
아이고..농장이라니...참.
안정현 2003.11.27
정말 눈물 나네요..너무너무 대단하시네요....수고하셨습니다...이제 마지막을 읽어야지 ..
김종필 2003.11.27
-ㅅ-; 수고하셨습니다...
이기순 2003.11.27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마음 고생까지.... ㅠ.ㅠ
이현숙 2003.11.27
아....참..생명있는 것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도 없는 곳이라니....어미와 자식은 동물이어도 천륜인데 그리 야박하게 그러고싶었을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동분서중 얼마나 애태우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