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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네 가족\' 구출대작전(마지막편)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안에 아가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인섭님과 전화로 의논을 했다.
어미를 목줄을 해서 다시 데리고가
아가들을 유인해서 구출하자고...
인섭님이 조은숙님한테 연락하고
나는 짱이엄마 공정은님께 연락해서
밤에 다시 만났다.
고맙게 은숙님은 친구 둘까지 불렀고
정은님은 선약을 취소하고 와서는
우리 모두 순자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미리 전화를 했더니
숙직담당 아저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안그래도 낮에 다녀갔다는 얘길 듣고
컨테이너박스 밑을 랜턴으로 비추고 또 비춰도
아가 한놈도 보이지 않는다고
길냥이가 다 데려갔을지도 모른다고...
가슴이 더 갑갑하고 마음이 바빠졌다.

 

이 아저씨가 그래도 순자를 먹이고 씻기기도 해서
순자는 아저씨를 보자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아저씨도 순자야, 순자야하며 쓰다듬는다.
\"새끼들이 한마리도 안보인다. 우짜노?\"
아저씨와 우리들이 랜턴을 다시 몇 번씩이나 비추니
안에서 아가들 눈동자와 모습이 잡힌다.
야호~~~~~~~~있다. 휴~~~~
어둡고 춥고 배고팠지만 우린 순간 모두 신이 난다.

 

아가들 유인용 쇠고기 간식을 몇 개 뜯어 박스앞에 놓고
목줄에 포장용노끈을 길게 덧붙여 맨 순자를 
몇 번씩이나 박스 안으로 억지로 들여보낸다.
우리들  타는 속도 모르고
배고팠던 순자는 간식을 먹느라 자꾸만 나온다.
얼마후 아가들은 작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왕왕, 우당탕 기척을 낸다.
그 소리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세 시간동안이나 유인작전으로 씨름을 했지만
아가들은 박스에서 몇걸음, 잠깐동안만 나와
우리를 보고는 기겁을 해서 쪼르르, 너무도 빨리 들어가서
도저히 답이 안보였다.
정은님이 119를 부르자 하여 신고하였더니
학교를 못찾아 헤매어 한참후에야
119아저씨 세 분이 왔다.
올가미와 망이 달린 길다란 장대를 들고.

 

현장을 보더니 그 장대로는 도저히 안된단다.
그래도 이왕 갖고 왔으니 아래로 저어달라고 했지만
지게차로 들어내는 방법밖엔 없다며
도와 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며
내일 지게차를 불러 해결하라고 일러주고는
곧 돌아갔다.
기대감이 풀썩 주저앉아 기운이 빠졌다.

 

아가들이 어미젖을 먹어야 하고
길냥이에게서 보호도 해야 해서
순자를 길다란 끈 그대로 묶어두고
철수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많이도 무거웠지만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늦은 시각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아가들 걱정으로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씻고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나니
새벽 네 시다.
잠이 다시 안온다.
빨리 날밝기만 기다려진다.

 

마침 우리 아가들 주려고 삶아 놓은 닭고기가 있어
두 그릇 잘게 찢어서 담고
아침밥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학교로 다시 올라갔다.

 

그 곳에 가보니
순자는 종이박스위에 멍하니 앉아 있고
아가들은 기척도 없다.
매점 아저씨와 소사 아저씨에게 물으니
아가들이 새벽에 잠깐 나왔다가
여태껏 아뭇소리도 없단다.
먼저 갖고간 닭고기를 순자에게 주니
허겁지겁 맛나게 먹는다.

 

혹시나 아가들이 나올까 기다려도 도무지...
컨테이너박스에 붙어 있는
\'지게차\'라고 쓰인 스티카를 보고 전활했다.
곧 오겠단다.
행정실에 가서 인사를 하고 지게차를 불렀다고 했다.

 

잠시후 지게차가 도착하고
행정실 몇 분과 교장선생님, 학생들 몇몇
그리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컨테이너박스가 들어올려지고
순자네 둥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닥은 울퉁불퉁 쓰레기로 가득했는데
아가들은 한놈도 보이질 않는다.
\"다 우데 갔노?\"


박스뒤 폐가구와 나뭇가지들이 엉망으로 쌓인 그 틈으로
모두 숨어버린 모양이다.
박스뒤에서 몇몇은 길다란 막대기로 두드리고
지게차 아저씨는 박스 밑에서 폐가구를 들어내고 헤집으며
한놈 한놈씩 잡아내었는데
아가들이 많이도 놀라서 구석구석 숨어
한참이나 걸렸다.

 

한놈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아가들은 깨갱거리고
우리는 박수를 치면서  바로바로 상자에 담았다.
흰둥이 하나, 까망이 하나, 황토색 하나
모두 셋은 나왔는데
얼룩덜룩 크림색 하나는 너무 깊이 숨어
아저씨가 도저히 안된다며 포기하려 했다.
그럴 수는 없지 정말.

 

결국 어미 순자를 컨테이너박스밑에 매어두어
어미 냄새로 유인하려 했다.
얼마후 새까만 눈동자가 보이고
어미를 보고 살금살금 내려오는 마지막놈.
얼마나 반갑던지...
마지막 아가도 우리 손에.
야호~~~성공이다~~~~~~~~~~

 

지게차 아저씨왈
\"지게차 십몇년에 개새끼 구하기는 첨이요.\"
모두들 기쁨에 하하하...
컨테이너박스는 다시 원위치.

 

힘들게 했다고 툴툴거리는 지게차 아저씨에게
목욕비까지 얹어 주고
소사 아저씨 담배값도 챙기고
도와준 행정실에 음료수도 보내고는
아가넷과 순자를 차에 싣고 내려왔다.
순자 신랑도 합류해서
양정에 있는 오&김 동물병원으로 갔다.
인섭님이 미리 연락을 해 주고
오원장님도 기꺼이 순자네 여섯을 임시보호해 주신단다.
정말 감사하다.

 

순자와 신랑은 통통한 진드기 천지라
빡빡이 미용하고 약욕도 하기로 하고
몸상태도 꼼꼼히 챙기고
아가들도 진드기가 많으면 미용과 약욕을 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세차를 맡겼다.
아가들은 오는 동안 한놈도 빠짐없이 오줌을 쌌고
한놈은 응가까지.
순자는 차안에서 토해서 엉망이라.

 

만 하룻동안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세상은 인간만이 사는 게 아니다.
온갖 생명들이 그야말로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그들에게 \'측은지심\'을 조금이라도 갖고
서로 관심과 사랑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사랑이 가득찬 야무진 조유진과
바쁜 업무 중에도 이 구조에 이리저리 신경써준 심인섭님
친구들까지 대동하여 기꺼이 와준 조은숙님
귀염둥이 짱이엄마 공정은님
순자 찾아오는 데 성심을 다해준 조흥제 담당자님
순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많이도 섭섭했지만
그래도 아가들 구조에 도움을 준 행정실 몇분
매점 아저씨, 소사 아저씨, 몇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어제 유진이와 헤어질 때 내가 그랬다.
\"유진아, 네 덕분에 소중한 생명 여섯이 살았구나.\"

 

오늘은 잠이 잘 올 것같다.
마음도 참 가볍다.
시간이 없어도 송년회에 참석해
올리베또의 그 맛있는 피자와 환상적인 소스맛을
보고싶다.


 




댓글

박경화 2003.11.28

정말 힘드셨을텐데... ^^ 너무 수고 많이 하셨고, 도와주신 분들 다들 너무 고맙네요. 앞으로 그 여섯 식구 삶에 행복한 나날이 가득하길 빕니다.


양미화 2003.11.28

순자네 가족들 사진도 보고싶어지네요. 얼마나 귀여운 녀석들일까 싶은게....엄마랑 아가들 모두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입양도 좋은 데로 가고 말예요. 그리고,부산회원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김보영a 2003.11.28

정말 아침부터 가슴이 뿌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홍현진 2003.11.28

기립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 이틀동안 얼마나 맘조리셨을지..ㅠㅠ 그리도 무관심하던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까지 이끌어 내셨으니 그들도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신행호 2003.11.27

아침부터 맘이 뭉클해지네요....


서해숙 2003.11.27

아침부터 맘이 뭉클하네요.


김민정 2003.11.27

와우~ 짝짝짝... 어제 아롱이란 새가들을 보고와서인지,,더 감동적이네요...부산팀 홧팅~!!1


김진희 2003.11.27

고생하셨구요... 일목요연하게 정리도 너무 잘하셨구요.. 이경숙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감사합니다..


이옥경 2003.11.27

두편의 글로 읽으시는분들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이틀내내..안타까운 상황속에서...이경숙님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ㅠ.ㅠ 그 무엇보다..그저 안타깝다하지만 않으시고..직접 이리저리 일도 접으시고 뛰어다니신 아름다운 결과입니다. 협조해주신분들께도 깊은감사드립니다. 이제 남은애들 잘 입양시켜서 구조하신 보람을 꼭 찾을수 있도록 멀리서나마 돕겠습니다..정말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ㅠ.ㅠ


이경숙 2003.11.27

참, 두 마리는 누가 키운다고 가져갔다더군요...


강유리 2003.11.27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흠...그런데, 자게란에 조유진 학생이 처음에 올린 글에는 새끼 강아지가 6마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4마리였나보네요. 그 강아지들이 꼭꼭 숨어 있는 모습이, \'7마리 아기염소\' 이야기 같네요.


박성미 2003.11.27

정말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정현옥 2003.11.27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감사, 곰사 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꺼에요...


정현옥 2003.11.27

정말 수고 많~~~~~~~~~~~으 셧습니다!!!^^^ 감사 합니다...


이기순 2003.11.27

이경숙님이 허락해주셔서, 자게란에도 올렸습니다. ^^*


관리자 2003.11.27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여^^


조지희 2003.11.27

정말 코끝이 찡합니다. 부산회원님들과 이쁜 유진학생..모두모두 감동입니다. 꼭 송년회때 뵈어요^^


이기순 2003.11.27

그러게요. ^^


이현숙 2003.11.27

자게란에도 같이 올려 보았으면 좋겠는 글입니다!! 소식 궁금해하는 방문자들도 있을테니...^^


김남형 2003.11.27

회원수가 적은 부산이지만 정말 한분한분이 일당백이네요..오늘은 편안하게 주무세요*^^*


안혜성 2003.11.27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안정현 2003.11.27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가슴이 따뜻해져서 ...눈물이 나려하네요... 고맙습니다...순자랑 가족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진심으로..


박연진 2003.11.27

정말 수고하셨네요..


제석환 2003.11.27

대단합니다. 언젠가 저도 이런 일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기순 2003.11.27

정말 고맙습니다.....


황미라 2003.11.27

감동이 밀려옵니다. 구조에 힘쓰신 분들 정말 고맙고 수고하셨습니다.


이현숙 2003.11.27

정말 뭉클한...소식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수정 2003.11.27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희경 2003.11.27

수고하셨습니다. 귀한 경험(?)하셨네요.. 올리베또 ! 꼭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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