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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탁상행정식 살처분 정책을 규탄한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이하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전 AI 확산이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과 달리,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3km 반경의 모든 가금류는 여지없이 살처분 되고 있다. 한달새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만 942만 7천 마리에 달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 해 AI 살처분에 대한 정부 지침이 변경되면서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를 의무적으로 살처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지침 변경 이전에는 AI 발생 농가 500m 이내의 가금류는 의무적으로 살처분하되, 3km 이내의 가금류는 지자체 및 방역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살처분 여부를 정하도록 되어있었다. 이는 불필요한 살처분을 줄이기 위해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부여했던 것으로, 3km 이내 농가 중 AI 음성 판정을 받은 닭들은 살처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적용된 지침에 따라 이제는 3km 이내 음성 판정을 받은 닭도 모두 살처분 해야 한다.
이같은 정부의 ‘묻지마 살처분’ 방침으로 인해 경기도 화성의 한 동물복지 농가의 닭은 AI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해당 농가는 방역 지침을 모두 준수하였지만 ‘3km 이내 의무 살처분’이라는 조항 때문에 AI에 걸리지 않은 닭 3만 7천여 마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농가는 정부의 묻지마 살처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건강한 닭의 살처분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집행 예고를 통해 강제 살처분 진행을 통보하였고, 살처분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해당 농가의 사료 공급을 중지해 닭이 굶어 죽게끔 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 가축 전염병이 발병한 이후 공격적인 살처분 정책만이 만능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3km 이내 예방적 살처분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실제로 매년 재발하는 가축 전염병은 살처분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는 살처분이 정말 방역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일단 죽이고 보자는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AI의 전파는 가까운 거리에도 영향을 받지만, 농가의 방역, 닭의 면역력, 농가 간의 이동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살처분은 거리를 기준으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살처분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근거 없이 만들어진 살처분 규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살처분을 진행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생명을 죽이는 비인도적인 행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만 마리의 닭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살처분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의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살처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탁상행정식 살처분이 아닌 현장 상황을 반영하는 정책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2월 29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