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참 빠릅니다. 후추를 처음 만난 해가 2020년이니, 이제 다섯 번째 해를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곳에 후기를 남기면서 우리 가족에게 후추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그리고 그 존재가 어떻게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올해의 후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소파 위에서 보내지만, 여전히 가족의 움직임엔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아내가 돌아오는 소리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립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반기고, 또 조용히 곁에 기대어 있는 그 모든 모습이 여전히 소중합니다.
후추는 요란하게 애교를 부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때로는 무심한 듯 다가와 등을 기대고, 조용히 곁을 지켜줍니다. 그런 태도에 오히려 우리가 더 배웁니다. 말이 없어도,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최근 1년 동안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를 느낍니다. 후추가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우리와 함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 그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추와의 시간은 점점 더 쌓여가고 있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함께한 날들이 많아질수록, 후추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또렷해지니까요.
올해도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변함없이 후기를 남깁니다. 후추가 처음 구조되고, 우리 곁으로 온 이후의 모든 날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