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이와 함께한지 벌써 3개월이 되었네요.
메이는 이제 곧 임시보호를 끝마치고 새 가족에게 입양을 가게 되어요.
이 후기는,
메이의 새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이미 앞선 1주일, 한 달 후기는 읽으셨을 걸로 생각하고 이어 쓰겠습니다.
메이는 마냥 순둥순둥하고 전혀 짖음 없이 의사표현 별로 없었던 처음과 참 많이 달라졌어요.
감정 표현 중 특히 섭섭함의 표시는 아주 적극적으로 하는데요.
가족 활동에서 뭔가 자신이 소외된 것 같거나 (이거 정말 민감해요 ㅎ)
자신의 특정 행동이 여러번 제지 받으면 (주로 식탁에 발올리지 말라고, 인간 음식 탐하지 말라고 제지 당합니다 )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그러지 말라고 섭섭함 가득 담아 짖어요.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면
당장, 당장, 당장 산책을 가야한다고 짖어요.
한시도 아깝다고, 지금 소파에 앉아 뭐하는 거냐고 당장 가야한대요 ㅎㅎㅎ
그리고 대문을 나가면 일단 뛰고 싶어해요.
산책 중반엔 산책 줄 끌지 않고 걸을 수 있는데
산책 초반에는 아직 그게 쉽지 않아요.
너무너무 달리고 싶어해요.
그리고 사람이 속상해하거나 아파하는 것에 아주 재빠르게 반응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가요.
특히 우리 아이들이 울면 바로 달려가서 옆에 있어줘야한대요.
만약 갈 수 없게 문이 닫혀있거나 하면 열어달라고, 자신이 가줘야한다고 짖어요.
정말 스윗한 강아지에요.
평생 뜬장에 갖혀 자신의 성격조차 발현되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 마음껏 자신의 생각도 표현하고 성격도 나오고 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임시 보호 1개월 후기를 올렸을 때는 메이가 막 중성화 수술을 했던 때였어요.
그때로부터 근 1달간의 회복 기간 (봉합 부위중 한 곳이 유독 안 붙어서 좀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그 후엔 징한 50일간의 장마
이 두 요소로 메이는 꽤 오래 규칙적인 산책을 할수가 없었어요.
이때 절감했지요.
산책 못가는 젊은 보더콜리가 집 안에서 얼마나 엄청난 크레이지 에너지 뿜뿜하게 되는지요 ㅎㅎㅎㅎ
메이는 반드시 산책 많이 해야해요.
하루 각 1시간 반 씩 두 번 산책은 최소치고요
아마 3, 4번 산책도 갈 수만 있다면 거뜬히 할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가 산책 다니는 길에 있는 어느 논 주인분께서,
왜 여기까지와서 개를 끈에 묶고 걷냐고, 풀어줘도 된다고 허락해주셔서
그 논에서는 메이 신나게 오프리쉬로 뛰어요. (주면에 찻길이 없고 인적도 거의 없는 넓은 논이에요)
어질리티 같은 재미난 훈련장도 가보고 싶었는데
장마 끝나고 나니 코로나 확산으로 자유롭지 않게 되어 그건 미처 해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강아지 수영장, 바닷가, 그리고 숲 속 계곡 시냇가는 몇 번 가봤어요.
메이는 물에서 노는거 좋아해요.
그리고 수영을 잘 해요.
그렇게 신나게 놀고 오면 씻어야 하는데
씻는건 좋아히지 않아요 ㅎㅎ
이렇게 숨어요
메이와 밖에 다니면 조심해야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뛰면 자꾸 잡으려고 해요.
몸으로 막아설 때도 있고
입으로 발목 잡으려고 하는 때도 있고 (이빨은 쓰지 않긴 하지만 아주 신경 쓰이는 부분이죠)
자신의 발로 아이의 어깨를 잡으려고 하는 때도 있어요.
저희가 못하게 하려고 여러 훈련 해봤지만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린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좀 신경 써서 봐줘야 해요.
오토바이와 트럭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요.
주로 명렬히 짖으면서 달려들려고 하는데
그래서 산책 갈 때 찻길 주변에선 목줄 짧게 잡고 특히 조심해야해요.
산책 초반엔 그렇게 달려들다가도
산책 중에 트럭이나 오토바이 올 때마다 간식 주면서 오토바이 오면 간식이 생기네, 잘 참네 하며 칭찬해주면
산책 후반에는 좀 나아지긴 해서
오래 훈련하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조심해야해요.
고양이를 보면 극도로 흥분해요.
무조건 달려들고 잡으려고 해서 고양이 근처에선 꼭 목줄 하고 있어야해요.
그리고 작은 강아지들이 메이를 보고 가까이에서 사납게 짖으면 처음에 참다가도
나중엔 짜증나는지 확 으르렁하고 쫒을 수 있어요.
덩치 큰 개들에겐 상대적으로 덜 그런데,
큰 개들 중에서도 만만하거나 약체 같거나 하면 막 쫒을 수 있어요,
그 상대 강아지가 싫다고 무섭다고 도망가는데도요.
뭔가 야생에서는 대장하며 잘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다른 개들과 잘 지내야하는 현실에선
사회성 훈련이 좀 더 잘 될 때까지는 다른 강아지들과의 놀이는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식성에 있어선,
건식사료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다행히 지금 주는 사료는 익숙해졌는지 아예 거부하진 않지만 많이는 안 먹어요.
습식사료나 생고기를 더 선호해요.
배변은 완전히 야외배변이에요.
실내 배변도 훈련해보려고 했는데
배변패드는 물어 뜯어요.
산책을 못가는 상황이면 참다가
아이들 놀이매트나 이불 같이 푹신한 곳 찾아서 몰래 쉬해요.
메이를 곧 보낸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니 마음이 섭섭~해요.
저희가 초보라 훈련에 있어서는 베테랑처럼 능숙하게 해내지 못해
아마 메이가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워낙 착한 아이라
큰 훈련 과정 없어도 애정 듬뿍 주며 잘 지낼 수 있었어요.
메이와 행복한 가족 되시길 기원합니다.
애플 2020-09-02 21:20 | 삭제
감사합니다.
지니 2020-09-05 11:07 | 삭제
ㅠㅠ임보자님이야말로 너무 스윗하시네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박지현 2020-09-10 10:48 | 삭제
읽는내내 마음이 뭉클했어요...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후추네 2020-09-12 00:44 | 삭제
아쉬운 마음이 듬뿍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뭉클해요. 메이 사랑 많이 받았구나..모두 행복하세요
홍유진 2020-09-25 13:47 | 삭제
저도 입양자 분에게 글을 남겨봅니다. 게시글을 읽고 혹시 몰라 걱정하실까봐서^^;;;
빠르게 움직이는데 민감한 것(오토바이, 트럭, 달리는아이, 고양이 등), 몸으로 막아서는 것, 발목 잡으려고 하는 것은 양몰이 개의 본능이라고 알고 있어요. 때문에 완전히 행동교정되는 건 무리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바다도 고양시불법번식장에서 구조된 보더콜리인데 처음에 한달 정도는 비슷한 유의 제스처를 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교정되었는데 그건 제가 따로 그것만을 위해 훈련한 게 아니라 규칙적인 일3회 산책(회당 30분~40분 정도)을 해 주고, 주1회는 산으로 들로 데리고 나가 실컷 달리고 놀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먼저는 그런 행동이 안됀다는 걸 교육하지만, 그런 본능이 발현되기 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재미를 찾아 주면 그런 행동은 현저히 줄이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가장 쉬운 게 간식을 주는 것인데, 보더콜리가 영리해서 이 경우 간식을 줄 때만 진정하고 먹고 나면 다시 흥분하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고요. 오히려 간식을 얻어먹으려는 제스처를 역으로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 경우는 간식보다 초반에 하루 7회 이상 산책을 시켜주었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산책시간은 보더콜리라고 해서 반드시 한시간 넘게 해야하는 것은 아닌듯해요. 얼마나 자주 규칙적으로 해주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우리 바다는 비가와도 장마가 저도 하루 세번은 꼭 지켜줬어요. 저와의 신뢰가 생기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제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기고 스스로 본능을 어느 정도 억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메이와 함께 행복하세요^^
그리고 임보자님 그동안 메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