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이었습니다.
개농장에서 구출된 보리가 우리 집으로 온 날이.
보리는 감초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예전에 키우던 아이들과 형제를 맺어줄 생각으로
보리라고 새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과거 키우던 아이들이 보나랑 보미였거든요.)
보리는 입양 첫후기를 올린 것에서 보이듯
처음에는 무척 불안하고, 어색해보였습니다.
하지만 매일 저와 사무실에 출근하고, 산책하고, 가까운 성미산을 산행하고,
가끔은 안산 산행도 감행하면서
즐겁게 개의 본성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눈빛도 처음에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는데, 사무실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안정되고 맑은 눈빛을 보이기 시작했지요.
보리는 참, 저에게 좋은 아이였습니다.
개농장에서 5,6년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새끼도 몇 차례 낳았을 거라 하더군요)
사람의 알뜰한 사랑을 못 받았던 것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사랑과 관심을 보이고 산책을 함께 하니까,
저에게 꼭 붙어다니고, 제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오는 참,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순조로웠고, 따뜻했습니다.
아이의 사진을 잠시 보여 드릴게요.
<쇼파에 누운 보리>
<쇼파에서 잠들었어요 : 세상 편한 모습>
<미용한 후 발 사진 : 아이, 귀여워>
<안산 둘레길 산책 할 때 사진, 너무나 너무나 즐거워 했답니다!!>
<저랑 집에서 한 컷!!>
그러던 보리에게 ''중성화 수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여자 아이였던 보리는 아무 때나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생리를 끝내고 한 달 후쯤 수술 일정을 잡았지요.
자유연대 활동가님이 강남 소재의 병원으로 연결해주셨어요.
여자아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고 하루 정도 병원에 입원해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7월 15일 금요일 아침 10시 30분에 수술을 했고,
치석이 심해서 치석제거와 함께 발치도 했습니다.
수술 후 건강한 모습의 보리를 보고 병원에서 24시간 잘 케어해준다는 말을 듣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중간에 병원 수의사가 보리의 건강한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왔습니다.
<입원 중인 보리 : 이때만 해도 무척 건강했어요>
하지만.....
저녁 아니 깊은 밤 12시 반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보리에게 갑작스런 심장정지가 와서 위급하다면서
빨리 병원에 오라구요.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서 부랴부랴 차를 몰고 병원에 갔더니 (저는 강북에 삽니다.)
보리는 이미 생명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수의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살릴 수없었다고 말하더군요.....
위 사진처럼 건강한 모습의 보리는 없었습니다.
벌써 혓바닥이 파랗게 변해있었고, 온몸은 차가웠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휴......
보리를 안고 병원에서 한참을 멍하니, 혹은 눈물을 삼키며 아이를 깨워보기도 했고
말도 건네 봤습니다.
예쁜 보리는 더 이상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멍하게 한 30여분을 보냈나요.
더이상 의미가 없겠다는 판단을 했고, 저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자던 자리가 아닌, 침대 옆에 보리를 뉘였는데, 믿기지 않았습니다.
중성화 수술이 위험한 수술도 아니였고, 치석 제거가 위험했을까요? 발치가 위험했을까요?
이제 막 저랑 친해져서 개답게 행동하고, 행복을 누릴 일만 남았는데
더이상 보리는 없었습니다. 맑은 눈망울을 보여주던 보리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활동가 선생님들 하고 통화를 했고,
저는 제 정신이 아니였어요.
그러시던군요. 여름철이라 부패가 빨리 된다면서 연계된 화장장을 알려주더군요......
활동가 선생님들도 눈물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오후, 희뿌연 날씨, 차를 몰고 김포의 화장장까지 갔습니다.
길은 왜 그리 먼 지, 아이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보리가 점점 사라지더군요....
눈물이 앞을 가려서,
단, 4개월이 아니라, 1년쯤만이라도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이토록 안타깝지는 않았을 텐데,
그토록 고생을 하고,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4개월 만에 가다니요... 어이없는 이유로.....
급성 심정지라는 게,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던가......
그렇게 아이는 한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떠나갔습니다.
좋은 곳에 갔을 거라고, 저하고의 생활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애써 그렇게 믿으려 합니다.
현재 아이의 모습입니다.
보리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집에 함께 있습니다.
날이 선선해지면, 같이 자주 산책하던 성미산에 뿌려주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보리야, 잘 가....
아직은 보내지 않았지만
그동안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도
보리를 차마 떠나보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글을 올리면, 정말 보리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참고 또 참았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합니다.
의료사고인지 돌연사인지 이젠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다신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합니다.
우리 예쁜 보리가 너무나 너무나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당분간, 이 상처가 다른 아이를 만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에 10여년간 키우던 보나와 보미도 유기견 센터에서 온 아이들이였거든요....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
당분간은 같이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옆에 있을 때 정말 잘 해주세요.
운명이란 게 있다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말썽을 부려도, 배변 실수를 해도, 사랑으로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내가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4개월간 사랑으로 만나 행복했던 우리 보리.... ! 보리야!
끝.
박은별 2016-08-25 23:10 | 삭제
아.....너무 안타깝습니다.
함께 눈물 흘리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콩콩맘 2016-08-28 13:26 | 삭제
ㅜㅜ 보리의 마지막이 그래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삶이라서 ... 감사합니다.. 아마 4개월간 받은 사랑이 십년이십년 백년못지않은 사랑이였을거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지현 2016-08-27 07:47 | 삭제
아침부터 눈물로 시작했습니다... 보리의 사랑스런 모습이 하루아침에... 꼭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믿습니다.
4개월간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깽이마리 2016-08-26 16:29 | 삭제
간혹 생각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4개월동안 사랑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 많이 힘드실텐데... 힘내세요. ㅠ.ㅠ
이정수 2016-08-26 12:29 | 삭제
아....너무나 가여워라.....이제부터 행복인데...그 행복이 너무 짧았네요...
너무 아파하시는 보리 엄마님 마음이 전달되어 옵니다..
그래도 그래도 힘내시고...보리 다시 태어나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 보내보셔요..
보리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하겠습니다..
이은정 2016-08-26 12:13 | 삭제
4개월은 보리에게 천국과 같았을 거예요. 미정님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나비짱구 2016-08-26 08:23 | 삭제
함께 한 4개월이 4년, 40년만큼이나 보리에겐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을 거에요. 보리가 편안히 잠들기를 기도합니다...
이경숙 2016-08-26 18:59 | 삭제
어찌 이런 안타까운 일이....ㅠㅠ ㅠㅠ
보리도 짧은 인연이었지만 넘 고마운 맘 갖고 떠났을 겁니다
보리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김경은 2016-08-26 10:46 | 삭제
짧은 만남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에 보리는 아주 행복한 기억과 미정님의 사랑만 가지고 편안히 떠났을거에요,,,,, 힘내세요,,
이상미 2016-08-26 10:46 | 삭제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네요 ㅠ
그래도 보리는 사랑받다 떠나서 다행이에요.
정말 있을 때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줘야겠어요..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 힘내세요!
민수홍 2016-08-26 10:19 | 삭제
사랑의 기억이 가득한, 평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
왕세미 2016-08-25 21:00 | 삭제
아...ㅠㅠ 보리야..ㅠㅠ
마지막에 좋은 가족 만나 사랑받고 갈 수 있어서...
그래도 너무 안타까워서...ㅠㅠ 눈물이 납니다ㅠㅠ
정혜지 2016-08-25 20:45 | 삭제
정말...
잠시나마 보리가 미정님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을 꺼에요.
그리고 보리 좋은 곳으로 갔을 꺼에요..
힘내세요
양지윤 2016-08-26 11:05 | 삭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보리가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 가족분들 슬픔을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