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베를린 오늘 수술했습니다

입양 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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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오늘 수술했습니다

  • 우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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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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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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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6

4시 조금 넘어서 수술을 시작해, 7시에 끝이 났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후 마취가 깬 베를린 비명이 집에 와서도 자꾸만 귀에 맴돕니다.

다가오는 수술이 실감이 나지 않아 병원 가기 몇 시간 전까지 베를린이랑 신나게 산책 갔다왔어요. 베를린도 가족들의 불안한 기운을 냉큼 느끼고 유모차에 타면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유모차 뚜껑을 열어주니까 '병원 안 가도 나 튼튼해요, 그러니까 집에 가자' 하듯이 자꾸만 얼굴을 들어 보입니다. 병원 가서는 수술실 들어가기 전 까지 계속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있으니 이번에는 낑낑거리네요.

정말, 수술은 나중에 올 통증보다 그 전의 공포가 더 견딜 수 없습니다. 베를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베를린은 의사 선생님 팔에 안겨 덜덜 떨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베를린이랑 산책 가면 후딱 가버리는 3시간이 느릿느릿 갔습니다.

겨우 2시간 50분이 지나 이 때쯤이면 다 끝나지 않았을까 가늠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묻어나와 베를린꺼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요. 한 선생님이 나오시면서 열린 문에 잠깐 베를린 꼬리가 보이니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밤의 고통은 오롯이 베를린의 몫입니다. 베를린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더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입원 기간 동안은 면회도 못 간다고 해요.

게다가 오른쪽 다리는 바깥으로 확 꺾여 있어서 관절염도 생겼고,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질환을 갖고 있고,  베를린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젊고 건강해서 참 다행입니다.

앞으로 9일이 참 길 것 같지만 앞으로 베를린이 편하게 살 날과 비교하면 짧기도 매우 짧습니다. 그 동안은 아기 재워놓고 밀린 일을 하는 엄마처럼 베를린이 무서워 하는 청소기도 막 돌리고, 외출도 좀 하고, 길고양이 밥도 매일 줘야겠어요.

빈 유모차에 짐 가방 몇 개만 싣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참 허전했습니다...


Note: 제목엔 입양동물 이름을 꼭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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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조금 넘어서 수술을 시작해, 7시에 끝이 났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후 마취가 깬 베를린 비명이 집에 와서도 자꾸만 귀에 맴돕니다.

다가오는 수술이 실감이 나지 않아 병원 가기 몇 시간 전까지 베를린이랑 신나게 산책 갔다왔어요. 베를린도 가족들의 불안한 기운을 냉큼 느끼고 유모차에 타면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유모차 뚜껑을 열어주니까 '병원 안 가도 나 튼튼해요, 그러니까 집에 가자' 하듯이 자꾸만 얼굴을 들어 보입니다. 병원 가서는 수술실 들어가기 전 까지 계속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있으니 이번에는 낑낑거리네요.

정말, 수술은 나중에 올 통증보다 그 전의 공포가 더 견딜 수 없습니다. 베를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베를린은 의사 선생님 팔에 안겨 덜덜 떨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베를린이랑 산책 가면 후딱 가버리는 3시간이 느릿느릿 갔습니다.

겨우 2시간 50분이 지나 이 때쯤이면 다 끝나지 않았을까 가늠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묻어나와 베를린꺼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요. 한 선생님이 나오시면서 열린 문에 잠깐 베를린 꼬리가 보이니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밤의 고통은 오롯이 베를린의 몫입니다. 베를린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더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입원 기간 동안은 면회도 못 간다고 해요.

게다가 오른쪽 다리는 바깥으로 확 꺾여 있어서 관절염도 생겼고,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질환을 갖고 있고,  베를린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젊고 건강해서 참 다행입니다.

앞으로 9일이 참 길 것 같지만 앞으로 베를린이 편하게 살 날과 비교하면 짧기도 매우 짧습니다. 그 동안은 아기 재워놓고 밀린 일을 하는 엄마처럼 베를린이 무서워 하는 청소기도 막 돌리고, 외출도 좀 하고, 길고양이 밥도 매일 줘야겠어요.

빈 유모차에 짐 가방 몇 개만 싣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참 허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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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딸쪼엄마 2011-02-26 10:04 | 삭제

제 이름은 원래 서여진입니다. ㅎㅎ 근데 딸쪼엄마는 저희 집 강아지 이름이 딸기와 초코이기 때문에 줄여서 딸쪼엄마로 했습니다.
우휘명님~ 베를린이 수술하고 입원하면 보고 싶을 거예요.
저희 집 강아지도 1주일 동안 장염 땜에 입원했었어요. 밤에 쇼크도 오고.. 다래뿌꾸언니 님처럼 입원하면 마음이 아프죠....
저희 집 강아지 초코도 장염 땜에 침도 맞았어요.
근데 침 하다가 방귀가......ㅋㅋㅋㅋㅋ
베를린~이 이젠 그 힘든 수술 참아줬으니 이젠 더이상 귀여운아기처럼 안보이고 기특한 아기처럼 보이겠네요 ㅎㅎㅎㅎ


이경숙 2011-02-26 10:16 | 삭제

벨린이...얼른 회복되길...빌게요...기운내세요!!!


다래뿌꾸언니 2011-02-26 08:21 | 삭제

우휘명님 마음이 참 무거울듯 해요.
아이들 아파서 수술할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베를린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그래도 그 힘든 수술 참아준 베를린이 기특하네요.ㅠ.ㅠ


박성희 2011-02-26 13:42 | 삭제

에구 우리 베를린...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큰 수술을 잘 견뎌 주었네요. 베를린아!! 빨리 나아서 언냐랑 좋아하는 산책하면서 맘껏 뛰어 다니렴~~~


아란엄마 2011-02-26 22:52 | 삭제

베를린엄마 힘내세요. 빈유모차 끌고올때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까 짐작이
가네요.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가슴이 먹먹 하네요.
베를린이 엄마 항상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 기운내시고 힘내세요


김지영 2011-02-26 19:35 | 삭제

베를린! 너도 얼른 나아서 나중에 다시 산책나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