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구조 동물 중에는 수 년이 흘러도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오남 저수지 구조견 순우&순미의 이야기 보러가기) 이러한 친구들은 사는 환경이 바뀌어도 여전히 구조되기 전의 기억에 머무는 것처럼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동물들은 안전한 공간과 활동가의 돌봄 속에서 ‘괜찮다’는 감각을 익혀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생의 처음부터 두려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했을 이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두려움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2017년 여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효성이도 그렇습니다. 여주 개농장 아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현장에는 뜬장 마다 앙상하게 마른 개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통 안에 몸을 웅크린 자세로 사망한 개들도 있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난 채 간신히 버티고 있던 몇 마리의 개들만이 아사 직전 구조되었습니다.
이때 살아남은 효성이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을 두려워 합니다. 효성이는 사람을 마주치면 몸에 긴장감을 가득 실은 채 멈칫하며 눈동자를 굴립니다. 사람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눈빛과 몸짓에는 불안이 가득합니다.
마음을 졸이며 긴장과 불안으로 보내는 날들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효성이에게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 년 사이 어느덧 효성이도 나이가 들었고, 아픈 곳도 생겼습니다. 종괴가 발견되어 CT를 비롯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다리 쪽에 생긴 커다란 종괴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판단되었지만, 췌장 뒷편에도 종괴가 발견되었고 이는 수술로 조직 검사를 해야만 예후를 알 수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만성 방광염에다가 갈비뼈에 변형이 생긴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이곳저곳 아픈 곳이 발견되었지만, 정말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효성이는 먹을 것 앞에서는 조금 당당해지기도 할 정도로 무척 잘 먹습니다. 온센터에 자리가 나지 않아 위탁 보호소에서 지낼 적에 효성이는 겁이 나면서도 간식을 먹겠다는 집념으로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산책하는 효성이
온센터에서도 효성이는 매일 잘 먹고, 사람이 안 보일 때 편하게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사람과 마주할 때는 여전히 마음은 뜬장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을 품지만, 매일 잘 먹는 밥처럼 매일 작은 용기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습니다. 언제가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다가오는 효성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날이 올 때까지 효성이를 응원해주세요!
효성이 온센터 생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