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유기견에 대한 편견, 어디로 향할까
글 이민주 활동가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거 같아. 강아지 전문가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해. 왜냐면 유기견들은 한 번 상처를 받았어가지고 사람한테 적응되는 게 너무 오래 걸리면, 강아지 모르는 사람은 사람도 상처받고 강아지도 또 상처받고."
지난 26일 JTBC 예능 프로그램 <펫키지>에서 방송인 김희철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들은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발화자가 편견 조장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발화한 언어가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파급력과 유명인의 말의 힘은 강하다.
수년 전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등장했던 장모 치와와 '산체'의 인기로 인해 당시 장모 치와와 품종이 유행한 것에서 미디어가 움직이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유기견은 문제가 있고 어렵다는 생각, 오래전부터 유기동물이나 구조동물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선입견이다. 누군가에게는 막연하게 마음의 장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유기동물은 어렵다는 말로 '유기견'을 특정하여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우리는 다른 선택지인 펫샵 구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제기하는 지점이다.
유기견에 대한 꼬리표는 어디를 향하나
동물자유연대는 거의 매년 처참한 현장의 번식장을 만난다. 수많은 동물이 상업 판매용 새끼를 낳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번식 도구'로 이용된다. 번식장의 동물은 대부분 뜬장이나 비위생적인 사육 시설에 갇힌 채 평생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또한, 매년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버려지거나 집을 잃는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의 집계 통계일 뿐, 적어도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유기 및 유실되는 것을 뜻한다.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른 유기동물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문화가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수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작고 어린 새끼 동물'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이제 많은 이들이 펫샵 구매 이면의 실태를 알고, '사지말고, 입양하자'는 슬로건을 외치며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기견에 대한 편견의 꼬리표가 어디로 향하는지, 그 연결고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인 김희철의 발언을 "전문가분들이 말하길 초보 애견인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 "버려진 상처가 있는 유기견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 주게 되는 상황" 같은 자막으로 강조하여 송출한 것뿐만 아니라 "미국은 유기견이 거의 없다"는 잘못된 사실을 내보낸 것에서 편집과 제작 과정에서의 과오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고려할 때 필요한 건 유기견이냐 아니냐의 추천이 아니라 배움과 고민이다.
학대 및 방치로 구조된 엘리나는 구조 직후부터 경계심 없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컸다.
또한, 구조견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적응 속도와 마음을 여는 속도 모두 다르다. 유기견은 상처가 있어서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면, 펫샵의 강아지는 어떨까. 번식장의 케이지에 갇혀 스트레스와 불안 상태의 어미에게서 태어나, 최대한 작고 어릴 때 강제로 떨어뜨려져 펫샵으로 팔려 가는 강아지. 한 가정에서 평생 잘 살아갈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물자유연대에 셀 수 없이 밀려오는 학대 제보와 더불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걸려오는 사례의 전화가 있다. 사정이 생겨서 키우던 동물을 못 키우게 됐다는 연락이다. 대부분 반려동물을 쉽게 '살 수 있는' 펫샵을 통해 반려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다.
호기심에, 귀여워서, 사랑하는 마음 등 단순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쉽게 선택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포기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듯 이야기한다. 그렇게 한국은 유기동물 10만 시대가 됐다.
김희철은 논란이 되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개(이모티콘)들이 똥을 잔뜩 싸놨다는 소식을 들었다, 똥은 치워야겠죠?"라 언급하며 '김희철 덕분에 배웠다'라는 기사를 공유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기자 자신이 만난 김희철의 '좋은' 인간성을 써내려간 기사였다.
우리는 김희철이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기자의 말대로 사회 모든 분야에 안테나를 세우고 살 수는 없다. 배우면 알게 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안테나의 수많은 주파수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그저 '똥'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가진 이에게 배움이 있을까?
한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편견이 미디어를 통해 반복되는 것에 엄격한 접근과 비판이 필요하며, 말은 편견을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별걸 다 불편해한다는 식으로 비판을 함구하고 넘어가는 사회가 아니라, 편견과 선입견의 장벽을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수많은 대중이 비판을 제기했을 때 그것을 '똥'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아닌, '왜'라는 질문으로 다가가며 말의 흔적을 따라가본다면 편견과 선입견의 장벽을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굳게 닫힌 뜬장에서, 세상의 모퉁이에서 펫샵의 강아지를 위해 갇혀있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이 절망은 동물을 사고파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