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아주 가까운 비참함, 애니멀호딩과 과다사육

온 이야기

아주 가까운 비참함, 애니멀호딩과 과다사육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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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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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동물자유연대는 한 시골의 허름한 집 안에 수많은 개가 사육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에는 40마리가 넘는 개들과 독거노인 할머니 한 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집 안은 온종일 치우려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배설물과 코를 찌르는 악취가 가득했고, 벽지와 시설들이 대부분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할머니는 애당초 중성화를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만 남았을 뿐,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은 날로 악화되면서 사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2015년 / 서울 홍은동 애니멀호딩 현장 / 동물자유연대는 42마리 개들을 전원 구조했습니다


개식용, 개농장, 번식장 등의 문제와 같이 과다사육과 애니멀호딩 문제 또한 여전히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과다사육/애니멀호딩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반려인이 해당 문제가 방치 및 학대임을 모르거나 주변에서도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인지되지 못한 채 그저 한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다사육/애니멀호딩 속 동물은 더욱 소외되고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개들의 모습



이러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애초에 중성화 수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당연히 들기 마련입니다. 중성화 수술만으로도 막을 수 있었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다사육과 애니멀호딩 문제는 다양한 문제와 과정이 얽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반려인 한 개인의 개별적인 이슈로 보기 어렵습니다. 무지와 무책임이 만들어낸 동물 방치는 또 다른 학대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 개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비난의 방식으로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번 양주 과다사육 현장은 반려인이 사회적 연결고리나 올바른 반려 문화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지역 주민이자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독거노인이었다는 점에 함께 접근해야 합니다. 할머니는 신체적으로 매우 쇠약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과다사육/애니멀호딩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임에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거나 개인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한국도 2019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반려동물에게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상해가 발생한다면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 것입니다.





동물에 대한 방치 또한 학대라는 인식이 퍼지고, 이에 대한 처벌이 필요한 것은 마땅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다양한 원인과 과정이 얽혀 발생되는 과다사육/애니멀호딩 문제는 단순 처벌 보다 예방 차원의 방안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지금도 세상의 구석, 변방의 자리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거나 못해서 개들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발생되는 과다사육/애니멀호딩 문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예방책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사육 가능한 반려동물의 수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반려 가능한 동물 숫자에 대한 제한은 물론이고,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에 대한 법적 규제도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과다사육/애니멀호딩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로 바라볼 때 이 문제를 재생산하는데 공모할 뿐입니다. 무지와 무책임으로 만들어지는 학대, 그 안의 취약계층과 고통받는 동물, 그렇게 만들어지는 가난. 더는 방치를 방치하는 사회가 아닌, 우리 주위의 비참함을 들춰보고 십수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과다사육/애니멀호딩을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 사회적 인프라가 미비한 시골 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반려동물에 관한 교육, 의료 지원 체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 인천 애니멀호딩 현장


어쩌면 아주 가까운 비참함이지만, 여전히 도움과 지원을 받기 어려운 애니멀호딩과 과다사육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17년경 50여 마리 개가 한 집에 살던 인천 애니멀호딩 사건은 동물자유연대에서 중성화 수술 지원과 일부 개체 구조를 진행하였고, 을 주민들과 제보자의 도움으로 보호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독거노인이었던 할머니의 건강검진과 추후 모니터링을 담당했습니다. 지자체, 제보자, 마을 주민, 동물자유연대 모두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 성남 애니멀호딩 현장


2019년에는 50여 마리가 넘는 개가 지하 방에서 생활하던 애니멀호딩 현장을 찾았고,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와 함께 중성화수술 및 예방접종을 지원했습니다. 타 동물 단체에서는 현장에 있던 동물들의 입양을 진행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양주 과다사육 개들에 대해 중성화 시행, 입양지원 등의 대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지난주부터 구호활동을 전개하여 출산이 예정된 암컷을 포함한 11마리를 우선적으로 온센터에 데려와 입양홍보 준비를 시작으로 과다사육현장에 있는 모든 개의 1차 예방접종을 실시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추가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온센터는 현재 포화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되었던 이들과 함께해주세요. 온센터에 먼저 입소한 11마리 개들이 입양을 가게 된다면 또 다른 11마리에게 따뜻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일시후원/정기후원을 통해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동물자유연대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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