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국립서울과학관의 ‘살아있는 양서 파충류 특별체험전 & 동물학자 직업체험’이라는 기획전에서 살아있는 복제 개 두 마리와 형질전환으로 만든 ''형광 고양이'' 한 마리를 열악한 환경에서 전시하고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제보대로 동물들이 전시되는 환경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복제 개 두 마리의 경우에는 그나마 펜스로 관람객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하고, 전담 관리인원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 사육장의 경우 관리인원이나 펜스 처리도 되어 있지 않고, 사육장은 지나치게 협소했습니다. 나이 어린 관람객들이 △사육장 안으로 관람객의 손을 넣어 고양이를 만지고, △사육장 내에 비치된 사료를 손으로 집어 고양이에게 던지거나 먹이고, △동물의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크게 소리지르거나 소음을 내고, △장시간 동안 많은 인원이 사육장을 에워싸 사육장 내에 몸을 숨길 장소가 없는 고양이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장면 등이 수 차례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동물에게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개 전시장의 경우 전담 관리 인원과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동물들이 오랫동안 좁은 사육장 내에 갇혀 정상적인 움직임을 제한받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보였고, 이는 짖거나 사육장 안을 반복적으로 도는 행동 등으로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흥분한 개들을 관리자들이 사육장 밖으로 꺼내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시도를 했으나 통제가 어려웠고, 다시 사육장 안으로 동물들을 밀어 넣는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일부 관람객들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관찰 시간 내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국립서울과학관에 공문과 의견서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남은 전시 기간 3일 동안 해당 동물들의 전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과학관 측은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이러한 형태의 전시를 기획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개 두 마리는 즉시 전시를 중단했으나, 기획전의 광고 내용 등 부득이한 조건 때문에 고양이의 전시까지는 철회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 고양이 사육장에 안전 거리 유지를 위한 펜스와 전담 인원을 배치하고, 관람 시간을 제한해 일정 시간 외에는 조용한 곳으로 옮겨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으로 협의를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비단 이번 국립서울과학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동물은 사람들에게 관람의 목적으로 전시되는 환경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을 전시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사육기준과 관리에 대한 법적 의무나 기준이 없으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상업적 용도로 동물을 전시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동물원법’의 부재는 음식점, 까페부터 지하철역, 백화점, 박물관에서까지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전시하게 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국립서울과학관의 복제개, 고양이 전시는 전시 자체의 윤리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합니다. 본래 대량 축산을 목적으로 시작된 동물 복제는 실험 과정 중 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대리모와 복제되어 태어나는 동물, 태어나기 전 태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질병, 기형, 합병증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드물게 건강하게 태어난 복제 동물이라 할 지라도 몇 년 후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집행기관(European Commission)은 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한 동물 복제에 대해 유럽 윤리 위원회(European Group on Ethics)에 전문 의견을 요청했고, 위원회는 2008년 ‘동물의 고통에 수반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리적인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유럽 식품안전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또한 ‘동물의 복제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전시되던 복제 동물들을 제공한 곳은 ''21세기 생명과학문화재단''으로 해당 동물들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전시, 교육 목적으로 기증한 개체들입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전 서울대 교수인 황우석 박사가 책임연구원(CTO)로 재직하며 반려동물 복제, 동물 형질질환 등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굳이 고양이를 형광으로 만들거나, 개를 복제하는 연구를 많은 동물들의 생명과 건강을 희생하면서 까지 수행하는 것이 과연 일반적인 생명윤리의식을 가진 국민의 정서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연구 용도로 태어나는 동물들을 상업적 목적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전시용으로까지 사용되는 일은 비인도적이며, 중단되어야 하는 행태라는 점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21세기 생명과학문화재단에 앞으로 유사한 행사에 복제 동물을 전시용으로 대여하지 않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입니다. 진행 상황은 게시판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국립서울과학관의 전시에 대해 제보해주신 시민과 과학관에 항의해주신 많은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국립서울과학관에 복제 동물들을 제공한 시설이 수암생명공학연구소가 아닌 21세기 생명과학문화재단으로 확인되어 해당 내용이 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