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사람과 돌고래 모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거제시의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전시·야생동물

사람과 돌고래 모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거제시의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 동물자유연대
  • /
  • 2013.02.28 11:48
  • /
  • 7183
  • /
  • 445
Symposium_compressed_20130611.pdf 201472231445106747312892.pdf

거제시는 민자유치사업으로 지세포 일대에 돌고래와 사람이 함께 수영하는 시설인 거제씨월드의 건립을 추진 중이다. 거제씨월드는 총 250석 규모이고 열 아홉 마리의 돌고래를 일본과 러시아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지난 2 25일에는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유명한 일본 다이지의 고래박물관과 구매계약을 완료했다고 공지했다.
 
거제시는 전세계적으로 보호대상으로 여겨지는 돌고래의 상업적 이용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발에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는 사람과 돌고래와의 상호작용적 매개활동 프로그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반 돌고래 전시와는 다르며 인도적이다라는 입장을 거듭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돌고래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도 위협할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돌고래와 수영하기는 돌고래쇼보다 돌고래에게 더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다.
 
‘’돌고래와 수영하기돌고래쇼처럼 비인도적이지 않다는 거제시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만지는 행위는 돌고래에게 더 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다.
 
돌고래 체험 시설에서는 돌고래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돌고래와 수영하기를 운영하는 시설에는 돌고래가 관람객과 접촉하는 수조와 관람객이 접근할 수 없는 보관용 수조가 나누어져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돌고래들은 보관 수조에 계속 머무르려는 습성을 보인다. 돌고래를 멀리서 지켜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고래와 직접 접촉하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련사들은 돌고래들이 보관 수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제지하거나 계속해서 호출신호를 해 접촉을 유도하게 되며, 이는 돌고래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유발한다.  돌고래의 주의를 끌기 위해 물장구치고 소음을 내는 등 어린이들이 취하는 돌출 행동도 이미 음악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 노출된 돌고래들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또한 아무리 조련사의 지도를 받는다고 해도 숙련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돌고래의 분수공이나 눈 등 예민한 부위를 만지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돌고래에게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돌고래가 공격하는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접촉당하는 환경에서 돌고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적절하지 않은 사료나 이물질을 섭취할 가능성도 문제다. 198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제 19회 국제 해양동물 조련사 연합 연례 컨퍼런스에서 “먹여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To Feed or Not to Feed)”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돌고래 전시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왜 미국의 많은 수족관들이 체험 프로그램의 운영을 중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수족관들은 “‘사료 급여를 조정할 수 없는 어려움과 관람객의 부상 가능성, (관광객이 만져서) 사료용 생선이 오염되거나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 때문에 (체험시설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체험시설에서는 과자나 빵처럼 돌고래에게 적합하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 일도 흔히 관찰되며, 음료수병에서 나온 유리조각, 병뚜껑, 종이조각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발견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이물질을 돌고래가 삼킬 경우 내장파열, 독성물질 중독을 일으키며 폐사한 사례도 있다고 보고된다. 또한, 관람객이 전시시설 측에서 제공한 죽은 물고기를 급여한다 하더라도 부주의에 의해 부러지거나 부스러져 뼈가 노출된 물고기를 돌고래에게 먹이는 일이 흔한데, 이는 물고기를 통으로 삼키는 습성이 있는 돌고래의 위장에 상처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거제시는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수의사와 많은 조련사들을 고용하겠다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업체의 입장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는 관람객에게 철저하고 엄격한 통제를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수용인원이 250명이나 되는 거제씨월드 같은 시설에서 제대로 된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돌고래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인명피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해양포유류 중 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돌고래는 다른 포유류들에 대해 이미 공격성을 갖고 있고, 이는 전시를 위한 순치과정을 거쳤더라도 예측이 불가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공격성을 보일 확률이 더 높아진다. 미국의 국립해양수산부(National Marine Fisheries Service) 1994년 시행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가 돌고래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가 돌고래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돌고래가 관람객과 함께, 혹은 관람객을 등에 태우고 수영하도록 강요된 상황에서 겪는 스트레스. 다른 동물을 먹이로 삼는 상위 포식자로서의 본능을 억압하고 관람객에게 복종적인 자세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돌고래 무리 내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지어는 무리 중 약한 개체에 대한 강한 개체의 공격성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 흥분한 관람객이 내는 소음이나 과격한 행동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의 혼란과 심리적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이런 상태의 돌고래와 같은 풀장에서 수영하는 일은 사자나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실제로 1989년에서 1994년까지 5년 동안 미국에서만 12명이 돌고래와 수영 도중 팔, 다리 혹은 얼굴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 그 이후에도 2004년 마이애미 해양 수족관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를 즐기던 49세 남성이 암컷 병코돌고래에게 공격 당해 중상을 입었고, 2008년 카리브해 큐라소(Curacao)에서도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를 즐기던 성인 3명이 돌고래에게 공격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돌고래와 수영하기체험을 하던 여성은 자신의 수영복에 달린 금속 장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돌고래들이 얼굴에 물을 뿌리고 가슴을 들이받아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경험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위험성을 알렸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 씨월드에서는 2010년 범고래가 16년 동안 자신을 조련했던 조련사를 공격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있었고, 최근인 2012 12월에는 같은 수족관에서 돌고래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하던 여덟 살짜리 소녀가 돌고래에게 손을 물려 중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을 녹화한 영상은 돌고래 체험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피해 아동의 부모에 뜻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역 언론에 공개되며 화제가 되었다.
 
공격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평균 체중이 2백 킬로그램이 넘는 돌고래가 뛰어올랐다가 사람 위로 떨어질 경우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돌고래의 날카로운 이빨은 작은 접촉으로도 사람의 피부에 큰 상처를 낼 수 있다.
 
 2012 12월 여덟 살 어린이가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다가 팔을 물리는 장면과 날카로운 돌고래의 이빨 (오른쪽 사진제공: Karl Grabe @corkcoast.com)
 
돌고래와 접촉하면 인수공통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
 
병코돌고래의 경우 1,871종류의 박테리아와 85종류의 미생물이 배설물과 분수공에 존재하며, 이 중 상당수는 인체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J. D. Buck 논문 참조). 2004년 미국 해양 동물위원회(U.S. Marine Commission)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인간이 해양 포유동물과 접촉했을 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양 동물과 일하는 조련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이 연구에 의하면, 응답자 중 64퍼센트는 해양포유류와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질환을, 23퍼센트는 피부 염증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보고된 구체적인 질병 명으로는 허피스바이러스(Herpesvirus)와 폭스바이러스(poxvirus)에 의한 염증, 세균성 피부염 등이 있다. 10퍼센트의 응답자들이 마이크로플라스마균이나 그람양성균(Erysipelothrix rhusiopathiae)에 의한 염증에 감염된 경험이 있었으며, 이 중 한 명은 손가락을 절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사고는 2008년 발표된 해양생태계 내에서의 질병-해양포유류 사육사의 건강상의 위험이라는 학술논문에 자세히 보고되었는데, 저자는 사육사뿐 아니라 대중도 해양포유류에게 질병을 옮거나 옮길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고 명백히 기술하고 있다.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조사나 대책도 없이 사업을 강행하려는 거제시의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거제시가 인도적이고 교육적이라고 주장하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작년 12월 의견서를 통해 전달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없자 1 31일 직접 거제시청을 방문해 해양항만과와 면담을 가졌다. 거제시 측은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에 대해 자동차 운전을 할 때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무책임하고 수수방관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사고 가능성에 대한 사전 조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시민단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세계 곳곳에서 수 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사고에 대한 사전 조사도 없이 250명의 관람객과 열 아홉 마리의 돌고래를 같은 풀장에 몰아넣고 사고가 나는지 안 나는지 지켜보겠다는 거제시의 입장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자연과 생명을 오로지 경제적 이익을 내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정책이 어떻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 뼈저리게 배웠다. 돈벌이를 위해 돌고래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잡고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 거제시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은 돌고래 체험장이 없어도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에 충분하다. 동물자유연대는 거제시가 살아있는 생명을 전시하지 않는 생명친화적인 관광사업으로 전환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