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바다에 방류된지 세 달이 넘은 지금, 여전히 비봉이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에 대한 깊은 걱정과 동시에 방류를 이끌었던 해양수산부와 호반건설의 퍼시픽리솜, 그리고 비봉이 방류 협의체의 후속적인 입장에 유감을 표합니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되었습니다. 당시 추정 나이는 3-4살이었고, 그 후 수족관에 감금된 기간이 무려 17년입니다. 야생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흐릿해져도 이상하지 않은 긴 시간이었음에도 비봉이의 야생 적응 훈련 기간은 단 70일에 불과했습니다. 태풍을 피해 수족관에 옮겨진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바다에서의 훈련은 40여일 뿐입니다. 수족관에서 바다로, 그 뒤에 다시 수조와 바다를 이동하는 동안 비봉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고, 마지막에 제주 가두리로 이송될 당시에는 몸무게가 20kg 가량이나 줄어들어 육안으로 갈비뼈가 보일 만큼 마른 상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의존성까지 남아있어 방류를 하기 직전까지도 우려 의견이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방류는 이루어졌고, 그와 동시에 비봉이는 실종됐습니다. 방류 후 단 한번도 GPS 신호가 수신되지 않은 점, “비봉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는 예측하지 못했다”는 해양수산부 관계자의 답변, 계속되는 관련 자료 공개 거부 등은 비봉이 방류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협의체는 여전히 방류 과정과 이후 상황을 투명하고 면밀하게 분석하는 대신 결과에 대해 함구하거나 객관성을 호도하며 자신들이 설정한 주장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돌고래 감금, 전시의 부적합성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돌고래가 자아를 인식하고 사회성과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야생에 서툰 비봉이가 방류 후 홀로 바다에 적응해가며 느꼈을 막막함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돌고래들과 짝을 이루어 방류된 이전 사례와는 달리 비봉이는 의지할 친구도 없이 혼자 바다로 나가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에 의지하며 살아왔던 비봉이가 만약 적응에 실패했다면 그 과정에서 겪었을 공포와 고통은 차마 짐작도 어렵습니다. 설령 야생동물일지라도 인간에 의해 야생 적응 능력을 상실했다면 이를 회복하지 않은 상태로 바다에 내보낸 것은 방류가 아닌 유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방류협의체는 방류를 결정했던 기준과 평가 지표, 부적응 시 계획, 모니터링 상황 및 결과 등을 담은 자료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현재 비봉이 방류 후의 상황은 2017년 방류되어 지금까지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는 금등, 대포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는 또 다른 돌고래에게 이러한 불행의 과정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비봉이 방류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2013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바다로 돌아갔을 때, 공소시효를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된 비봉이에게는 ‘잊혀진 돌고래’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비봉이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 방류가 합당한 기준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비봉이가 잊혀진 돌고래로 남지 않도록 계속 관심갖고 지켜봐주시길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