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법이 외면한 학대, 방치. 끝나지 않은 동물보호법(2월23일 TV동물농장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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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외면한 학대, 방치. 끝나지 않은 동물보호법(2월23일 TV동물농장 사연)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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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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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오늘 TV동물농장에 방송된 안성 방치견 사건은 동물자유연대 학대 게시판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제보된 것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보된 사진은 펜스로 공간을 나눠 여러 마리의 개들을 사육하는 견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다가가 사진을 찍자 저마다 자신을 봐달라며 울타리 근처로 와 짖거나 꼬리를 치고 있는데 그 중 몇몇 개들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보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개의 주인은 창고를 빌려서 약 30마리 정도의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견주의 원래 거주지는 서울인데 견사는 안성에 마련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해 사료를 주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탓인지 그 중 상당수의 개들이 죽었고, 견주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사진 속 움직임 없이 누워있던 개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개의 사체라고 합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혹독한 추위가 찾아 왔던 1월 중순, 찬바람을 피할 공간도 여의치 않은 곳에서 어쩌다 한번씩 주는 밥에 의지하며 살고 있을 개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저 멀리 제보 받은 견사가 눈에 띕니다. 30여마리의 개를 데리고 와 사육을 시작했다는 제보자의 말과는 달리 남아 있는 개들의 수는 그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먼지가 쌓인 채 굴러다니는 텅 빈 그릇들, 배설물이 쌓여있는 견사 바닥, 떡지고 뭉쳐있는 털 상태. 개들의 수가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견사의 참혹한 환경만 봐도 짐작이 갑니다.

비참한 견사 환경에서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살아있는 개들과 한 공간에 방치된 채 널브러져있는 사체들이었습니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자신과 한 방에서 먹고 자던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전부 지켜보았겠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녀석들이 느꼈을 공포가 얼마나 극심했을지 차마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누군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설 수도 없는 공간에서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까요.

방치된 사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개들의 모습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관리 상태가 좋지 않은 모습

동물자유연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들의 분변을 청소하고 물과 사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개들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난 것이 반가웠는지 활동가들에게 달려들다가 물과 사료를 주자 급하게 물부터 들이켰습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는 생존해 있는 개들도 심각한 영양 실조와 건강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해, 안성시청을 방문해서 동물복지업무 담당자에게 이 견사에 남아있는 개들에 대한 격리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안성시 담당자는 ‘현재 견사에 남아있는 개들은 물리적인 학대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상 피난 조치 대상에 속하지 않고, 안성시는 보호 공간 또한 부족해 보호 조치는 어렵다’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보호 공간 마련과 관리를 우리가 맡을 터이니 격리 조치만 가능케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안성시는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실 안성시 담당자의 주장은 동물보호법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8조 2항에 따라 물리적 학대를 당해 상해를 입은 동물에 대해서는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제8조 1항 3의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여 동물이 죽음을 이르게 하는 행위'는 피난조치 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견주가 소유권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견사에 방치된 개들을 합법적으로 구조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안성시의 입장이었고 동물보호법 해석의 한계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시키기 위해 견주와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안성시와 견주, 모두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각도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던 와중에 남겨진 개들 중 일부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개들의 행방을 찾고 남겨진 개들을 구조하기 위한 동물자유연대의  집요한 설득 끝에 견주는 개들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이후 마음이 바뀌어 소유권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후에도 수 차례 견주에게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설득했지만 결국 견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견주는 돌봄의 의무를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동물들을 포기하지 않겠다 하고, 안성시는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피학대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협조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도 그곳에 남겨진 개들은 숨이 붙어 있는 모든 시간이 고통의 연속입니다. 어제까지 같이 밥을 먹고 생활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갈증과 굶주림, 추위와 공포 속에서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던 개들을 법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동물자유연대는 이들을 구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법에 갇혀 동물이 고통과 죽음에 방치되어있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조된 개들은 동물자유연대 복지 센터에서 보호 중입니다. 또한 구조 논의 과정에서 견주가 데려간 나머지 개들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견주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3호에 규정된 방치로 인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로 안성경찰서에 고발 조치했으며,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받게 하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아직도 지우지 못했을 개들이 앞으로는 행복만 느낄 수 있도록,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 수 많은 생명을 외면했던 견주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 또한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현재 동물보호법에서는 방치로 인해 동물이 죽음에 이른 경우만 학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남겨진 개들을 구조하기 어려웠던 것 또한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방치로 인해 동물이 죽은 경우뿐 아니라 방치 행위 자체를 동물 학대로 규정해 피학대동물을 격리/보호조치 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동물보호법이 많은 동물들에게 실질적인 방패막이가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