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렇게 만든 사람, 처벌해 주세요"
병든 동물들 방치된 채 죽어가... 동물보호법 처벌규정 개선해야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그 아래에 있는 동물들
위에 사례로 든 두 노인을 고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언뜻 보기에도 열악한 환경에 몰린 사람들. 이런 경우 어떤 것이 최선인지 합리적인 선택이 절실하다. 최근 들어 사회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주변에서 학대받은 동물들이 발견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SBS긴급출동 SOS 2009년 11월 9일, 2010년 3월 29일, 2010년 8월 30일자 방송분 참조. 이 방송에 나온 개들은 모두 동물자유연대에 의해 구조 치료 후 보호 중이다).
그들은 힘든 환경에서 개들을 돌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거나 개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복지 상태다. 사람의 복지가 파산한 그곳에 동물들에 대한 배려는 존재할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동물학대자가 없겠냐만, 사회적·경제적 약자라고 해서 그들에 의한 또 다른 약자에 대한 폭력, 방치행위가 가볍게 처리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행위의 잔혹성이며 따라서 그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권고, 법적 고발... 상황에 따른 다양한 대처방법 필요
법적 처벌만이 만연한 사회가 반드시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즉 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법이 가능한 모든 행위에 대해 적용 가능하도록 세분화되고 그 처벌 규정 역시 합리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으나 먼저 학대행위가 멈춰지도록 권고하고 교육시키는 방법 역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대행위가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진행되는 무지에 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적 처벌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시키든 권고를 하든 법적 고발을 하든 무엇이 학대인가에 대한 기준점은 명확해야 한다. 기준이 모호해지면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까지 모호해진다.
즉 학대의 기준은 명확히 하되 행위의 의도 여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 1차적으로 권고 교육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후 그 행위가 반복되었을 때 법적 고발을 하는 단계를 취하는 것도 의미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의미 있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대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법상 학대의 정의 규정 확대·재정 필요
우리는 물리적인 폭행뿐 아니라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것 모두를 학대라고 판단하게 된다. 이는 논리가 아니라 직관에 의해서도 판단되며 상식적 수준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동물의 본래적 생태조건을 훼손시키는 모든 행위를 1차적으로 학대라고 규정해야 한다.
영국의 동물단체 RSPCA는 구조와 돌봄(care)이 필요한 동물들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mistreated(학대당한) neglected(방치된) injured(상처 입은) distressed(고통스러운), 즉 이런 상태의 동물들은 치료·구조의 대상이 되며 이들을 학대한 사람들은 교육(educate), 권고(advice), 경고(warn), 고발(prosecute)의 대상이 된다. 즉 이러한 "불필요한 고통 (unnecessary suffering)을 주는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학대에 해당하며 이 정의 안에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본성을 해치는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는 행위 등도 해당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적으로 상해를 가하는 물리적인 폭행만 현행법상 학대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대동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논란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장기간 방치돼 병에 걸리는 것도 명백한 '학대'
영국은 2006년 법의 개정을 통해 열악한 조건에 동물들이 방치된 상황에 감시관(inspector)이 미리 개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전 법에서는 불필요한 고통이 일어나 충분한 증거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그 학대자를 기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법 이후에는 권고(advice) 수준 이상의 조치(경고와 법적 고발)가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 suffering)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시점에도 가능하게 되었다. 즉 아직 끔찍한 상태로 전락하지 않은 방치 수준에서도 감시관이 이 상황에 개입하고 이를 학대로 규정해 기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장기간 그러한 환경에서 동물이 고통에 방치되면 극단의 경우 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Measuring Animal Welfare in the UK 2007, RSPCA의 보고서). 법이 눈에 보이는 행위를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예방의 기능까지도 하고 있다는 의미다. 1911년 이후 95년만의 법개정. 과연 우리는 몇 년의 시간이 더 소요되어야 가능할까?
김수연 2016-05-17 04:42 | 삭제
이럴때 정말 답답합니다. 생명존중에 대해 교과서에서 떠들게 아니라 법으로 생활속에서 몸에 베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