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급증하는 우리 사회 동물학대 현황 진단

반려동물

급증하는 우리 사회 동물학대 현황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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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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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뼈가 드러날 정도로 방치된 상처를 안고 우리 품에 안긴 벌벌이
- 급증하는 우리 사회 동물학대 현황 진단

 

우리나라에도 지난 2008년, 13년 만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여러 제도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제보도 더욱 늘어났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의 폭력성과 동물학대 연관성, 얼마나 될까



▲ 연쇄동물학대범에게 학대받은 동물들. 왼쪽의 푸들은 장파열로 사망했고 오른쪽의 개는 살아남았다. 현재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보호 중이다.



지난 1월 17일 SBS <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개연쇄상해범 사건. 방송이 나간 후 피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서명을 한 사람만 6만여 명에 이른다. 현행법상 동물학대 법정 최고형은 벌금 500만 원이다. 그나마 지난 1월까지는 최고벌금이 고작 50만 원에 불과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2월 이후 3명의 국회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로운 개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잔혹한 동물학대에 징역형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최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안을 냈고 현재 안을 준비하고 있는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 역시 최고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포함시켰다.

'그깟 동물들 학대했다고 감옥까지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진국 법이 "그렇다"고 답한다.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배은희 의원은 발의 배경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동물학대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며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 연구는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의 30% 가정폭력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동물학대사건을 통해 범죄예방을 위한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모나쉬 대학의 심리학자 엘레노라 글론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는 잔인한 범행의 예행 단계 혹은 범죄 행위를 촉발하거나 내재적으로 강화 조장하는 예측단계로 풀이할 수 있으며, 동물에 대한 잔학 행위와 사람에 대한 범죄행위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범죄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신아연, 가정폭력과 동물학대, Social Worker 42호, 한국사회복지사협회, 2005년 10월호)

 

가족이라서,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 사람들

동물학대를 일삼는 이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조은경 한림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공감하지 않고 감정적인 접근이 안 되는 등 성격에 강인성이 두드러지는 사람들이 상대를 학대하는 경향이 짙다"며 "동물에게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사람보다는 동물을 학대하면서 감정을 푸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동물을 괴롭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2005년 10월 12일 한겨례 신문 기사 >"누가 왜 잔인한 동물학대를 저지르나") 단순히 동물에 대한 복수라기보다 내재된 폭력적 심리가 약자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학대가 인간의 폭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모든 동물학대가 범죄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범죄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동물학대를 한 사례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연관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강호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연쇄살인범의 학대행위가 거의 대부분 동물학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동물학대가 가정폭력과 연관성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동물학대 역시 사생활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기 때문에 적발 자체가 어려움을 알 수 있다. 2010년 1월에서 6월까지 6개월간 동물자유연대로 들어온 제보사건을 분석했다. 총 300여 건의 제보 중 단순 유기견신고, 상담, 동물병원과 소비자간 분쟁사건, 수의학적 조언이 필요한 사건을 제외하고 적게는 한 달에 3건 혹은 많게는 10건 정도가 물리적 폭력에 대한 사건과 이에 대한 해결을 요청하는 제보였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은밀하게 사생활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보니 대부분이 가족이나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고 증거를 잡기 위해 재차 촬영이나 정보제공에 대한 요청을 하게 되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거부되기 마련이다. 학대사건 중 90% 이상은 이렇게 현장에 접근하기도 전에 사라지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제보자가 학대자의 이웃이거나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물학대는 범죄이고,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한다

동물보호활동가들이 학대사건에 접근할 때 가장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학대행위를 드러나게만 할 뿐 그 동물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타자에게 들킨 후 학대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당면해 동물이 위급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때로 활동가들은 그 해당동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때문에 학대자의 동물소유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국가인 곳에서, 아직 동물이 물건이나 소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소유를 제한하는 건 매우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소유물이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사회적 약자로 일방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는 이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 독일, 영국 등 역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에게 일정정도 소유권 제한을 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동물보호감시관에 의해 학대받은 동물을 피난 조치할 수 있으나 소유 및 처분에 관한 권리가 여전히 학대자에게 있다. 이럴 경우 임시피난 조치한 이후 분쟁의 소지가 있고 피난조치가 불가능할 경우 피학대동물의 안전이 위태로울 수 있다. 배은희 의원은 준비하고 있는 발의안에 동물보호감시관이 학대자에게 동물 소유권과 임차권 양도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 소유주는 개의 다친 다리를 방치하고 학대를 가해 뼈가 드러났으며 먹이를 제한했다. 이 개는 아사 직전 구조됐다.

 

개 8마리를 학대한 그 사람은 자신에게 어떤 것이 씌운 것 같았으며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점점 학대가 심해졌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폭력을 부추기는 악령이었을까? 폭력에 대한 단호한 해결이 없다면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동물학대는 범죄이며 이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글 전경옥 | 전략기획국장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