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아있는 사육곰 540마리가 업자들과 정부 부처 간 줄다리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좁은 철창에 갇힌 것은 기본이고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KBS와 JTBC 등 뉴스를 통하여 사육곰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관련기사 ''''사육곰'' 500여 마리…철창 속 울부짖음'' : http://bit.ly/2OGYP6a)
동물자유연대는 언론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 8월 7일 취재진과 함께 국내 한 곰사육 농가를 다녀왔습니다. 현장은 애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곰의 크기와 행동특성상 한 마리를 수용하기에도 작아 보이는 철창에 대여섯 마리의 곰이 사육되고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음에도 곰들은 마실 물조차 없어 거칠고 마른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우리는 물웅덩이 위에 설치되어 있어 곰들이 상시 물을 마실 수는 있었지만, 상수와 하수가 구분이 없어 분뇨가 뒤섞인 더럽고 악취 나는 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마실 물도 이러한데 과연 먹이가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공급되고 있을지는 더욱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국내 사육곰들이 이렇게 방치되다시피 한 건 사육곰의 시장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곰사육 업자들은 웅담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려 왔는데, 그 수요가 점차 줄면서 이제는 사료값도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성체가 된 사육곰을 마땅히 팔 곳도 없고, 또 현행법상 10년 미만의 곰들은 도축조차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내 사육곰은 정부 정책에 따라 생겨났습니다. 1980년대초 농가 소득을 올리겠다는 목표로 민간 곰사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터입니다. 당시는 야생곰을 재수출 한다는 용도였습니다. 그러나 국제적 동물보호 흐름에 따라, 1985년 곰 수입 금지, 1993년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며 사실상 곰의 상업적인 수입 및 수출이 금지되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사육업자들을 위하여 곰 도축을 허용하였고, 곰사육 업자들은 이후 웅담 등 판매를 통하여 수입을 올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도 시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웅담의 사회적 수요나 가치가 줄었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위해 생명을 내놓아야 할 사육곰에는 죽지도 못하고 고통 받아야 하는 생지옥의 입구였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오늘도 이런 현실 속에서 전국 540여 마리 사육곰은 사육업자들과 정부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줄다리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사육곰에 대한 중성화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고통 받는 사육곰의 개체수가 더는 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4년 당시 현장조사를 나갔던 동물자유연대는 좁은 철창에 갇혀 이상행동을 보이는 곰, 다리를 다쳐 살이 움푹 패여 뼈가 드러났는데도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되어 있는 곰 등 열악한 사육 실태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문제 해결은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들어, 지난 2018년 환경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고, 어린 사육곰의 수용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을 요청하였으나 환경부가 이를 거절한 바 있습니다.
사육곰 문제는 정부가 나서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와 관계부처에 540마리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과 시행 그리고 해당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관련한 국민청원이 현재 진행중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통해 고통 받고 있는 사육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디 국민청원에 동참해 주세요.
ㅠ 2018-08-18 19:25 | 삭제
했습니다 ㅠ